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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청구서' 정책 난무하며 더욱 절실해진 재정준칙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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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파산 않도록 적자 제어 원칙 법제화 요원해져
추경, 양곡·농안법 등 정책 실행되면 적자 4% 넘어서
윤석열 정부,스스로 재정 준칙 어기고 적자 재정 운용
여야 영수회담서 국가재정 위해 '최소 합의' 하길 기대

[세종=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나라 살림인 한 해 예산에서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에서,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로 관리한다."

이 단순한 원칙이 재정준칙이다. 좀더 들어가면 적자는 중앙정부의 총수입(세입)에서 총지출(세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에서 적자 규모를 제어하자는 것이다.    

국가도 가계와 같이 수입과 지출을 맞춰야 되고 빚(부채)을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파산하지 않기 때문에 한해 재정운용에 있어 적자규모를 적정선에서 제어하자는 규율이다. 그래서 나라살림의 운용에 관한 국가재정법에 명시적으로 대원칙으로 넣자는 것이 '재정준칙 법제화'다.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2022년 가을 정부입법으로 추진되다 의원입법 형태로 바뀌어 발의되었으나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5월29일까지 회기인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되는 수순이다.

22대 국회서도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해 미온적이기 때문에 폐기는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정부 측이 새로 발의하더라도 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점유한 22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무망하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4·10 총선 이후 재정이 필요한 입법이나 정책수요는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13조원 추정) 지급을 위한 15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다.

추경 편성의 요건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추경이 편성되면 당장 올해 예산에서 정부마저도 재정준칙을 스스로 깨버린 3.9%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4%대로 올라가게 된다.

정부가 총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1일 심의·의결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당초 예산안에서 추산했던 2.6% 적자에서 실제는 3.9% 적자로 상향되면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다 민주당이 다음달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를 천명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도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시장 격리 의무화시 내년에만 약 1조원,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쌀은 연평균 43만t이 초과 생산돼 산지 가격이 오히려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5대 채소류를 대상으로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보장제를 시행하면 연평균 1조2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이 동시 시행되면 당장 내년부터 2조원 넘는 예산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이런 재정수요의 폭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가을 정기국회가 개원되면 본편이 시작된다. 내년 예산 편성 편성과 예산이 소요되는 부수 법안들이 들어오게 되면 여야의 사사건건 대립과 여기에서 줄을 타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극에 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출범과 함께 재정준칙 도입에 의욕을 보였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적으로 가장 활용되는 수지준칙을 토대로 하면서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한 재정준칙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윤 정부가 편성하고 집행한 2023년, 2024년 예산안에서 스스로 재정준칙을 여겼다. 여기다 여소야대의 국회의 세력 구도는 더욱 기울어졌다. 

한국은 2019년부터 연속 6개년 동안 관리재정수지와 통합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에서도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재정 포퓰리즘'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먼저 1970년대에 이러한 경험을 했던 서구의 국가들은 1990년대에 들어와 재정준칙을 통해 이를 견제하고자 했다. 그리고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재정준칙이 도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와 튀르키예 뿐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은 허용가능한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아주 단순한 규율이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구현해내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는 '현실적 장벽'을 얘기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음주 만난다고 한다.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과 국회의 절대 다수당인 야당 대표가 만나는 영수회담에서 민생회복 방안 등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다.

두 정치지도자가 나눌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이미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고 저출산 보다 더 시급한 국가재정문제를 생각한다면 재정준칙 법제화에 따른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내길 소망한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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