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의 근본 원인을 표적 삼아
혈관세포 증식 막는 새로운 기전 치료제
美 최초 승인된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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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세계적인 제약사 머크(MSD, 종목코드: MRK)의 주가가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초반 6% 뛰어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머크의 '윈러베어(Winrevair, 성분명 소타터셉트)'를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로 승인했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머크가 새로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매출이 250억달러로 글로벌 의약품 1위를 차지하고, 머크 총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한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가 만료된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27일 오전 9시 35분 현재 머크의 주가는 26일 종가인 125.52달러에서 4.68% 오른 131.27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앞서 133.10달러까지 6.04% 뛰어 올해 2월 23일 130.24달러로 기록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179억달러에 달하는 메가캡 종목인 머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13%, 최근 1년 사이 19.63% 각각 상승했다.
머크 본사 [사진=블룸버그] |
폐동맥고혈압(PAH)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 질환으로, 현재 미국에서 이 질환을 겪는 사람은 4만명에 달한다. 30~60세 여성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이 질환은 폐 내부의 혈관이 두꺼워지고 협소해지면서 심장에 큰 부담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약 73억달러였다. 존슨앤존슨(JNJ)에서 나온 업트라비와 옵서미트가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업트라비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16억달러, 옵서미트는 14% 증가한 2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여러 종류의 약물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혈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혈관 확장제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고 증상만 억제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운동 능력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폐동맥고혈압을 진행시키는 생물학적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반면 머크의 윈러베어는 폐동맥고혈압 발생의 기저 원인으로 작용하는 혈관세포의 증식을 막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하는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기존 표준치료제는 병이 진행됨에 따라 두꺼워지는 혈관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윈러베어는 혈관을 좁히라는 신체 신호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병용요법이 권장되기 때문이다.
3주마다 피하주사로 투여하는 윈러베어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운동 능력을 높이고, 세계보건기구(WHO) 기능등급(FC)을 개선하면서, 증상이 임상적으로 악화될 위험을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승인된 미국 최초의 액티빈(activin) 신호 전달 억제제다. 소타터셉트 성분은 폐의 혈관벽을 두껍게 하고 혈압 상승, 호흡 곤란, 피로, 흉부 압박감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차단한다.
머크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러베어 [사진=업체 제공] |
FDA 승인에 따라 오는 4월 말부터 미국 내 일부 약국에서 윈러베어를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머크는 예상한다. 윈러베어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가격으로 45밀리그램 또는 60밀리그램 한 병(바이알)당 각각 1만4000달러로 책정됐다. 3주에 한병을 사용했을 때 연간 치료 비용은 약 23만8000달러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키트루다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에 윈러베어가 2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JP모간은 2030년까지 최대 50억달러의 매출을 전망한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루이스 첸 애널리스트는 이밸류에이트파마의 이 같은 매출 추정치를 인용하면서 투자자들 사이 피크 연간 매출 예측 범위가 최저 10억달러에서 최대 80억달러까지 다양하다고 고객 노트에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FDA 승인 소식을 전하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대 75억달러의 연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머크는 환자의 3분의 2가 3주마다 한병 정도를 투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체중에 따라 투여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마다 비용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롭 데이비스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윈러베어에 대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잠재적 기회"라고 칭하며 머크의 파이프라인에서 나타나는 진전이 2028년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특허 절벽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깝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지난 2021년 액셀러론 파마를 11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윈러베어를 획득했다. 앞서 액셀러론은 원러베어를 셀진과 함께 골다공증, 빈혈, 다발골수증 치료제로 연구했다. 따라서 머크는 2019년 셀진을 인수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Y)에 윈러베어 판매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