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고금리 전환 앞두고 물가관리 '비상'
정책효과 부정적…실행 가능성 낮은 선심성 공약
물가당국 총선 후 정치권 압박 올까 '전전긍긍'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인당 25만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4일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시간 아르바이트해도 (시급이) 만원도 안 되는데 한 시간 일하고 사과 한 개만 받을 수 있는 게 말이 되나"라고 현 정권의 '경제 실패론'을 거론하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지급방안도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처럼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한 재원은 13조원으로 추산되고 가계 소득지원을 통해 소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민생경제 심폐소생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견 가계에는 당장 100만원 정도 '공짜' 지원금이 생기고 경제도 살린다고 하니 유권자인 국민입장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는 '달콤한 제안'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실 관계를 호도한 논리의 허구성 뿐 아니라 실제 집행되더라도 긍정효과보다 부정효과가 훨씬 커 실행돼선 안 되는 나쁜 정책이다.
또 형식 논리로 보더라도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한마디로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에 다름 아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방문해 김한나 서초갑 후보, 홍익표 서초을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03.24 pangbin@newspim.com |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예산, 물가당국은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식적인 언급이나 평가 자체는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내심 선거 후 정치권으로부터 이 정책에 대한 실행 압박이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당장 '사과'로 대표되는 물가에는 이 공약이 실현되면 치명적인 '독' 이 된다. 2년 이상 끌어온 글로벌 고금리 기조의 마무리와 전환(피봇·금리인하)이 조만간 예상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경제 정책 부서에서 가장 주목하고 관리하고 있는 거시 지표가 물가다.
고금리를 중단하고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고금리 정책의 시작이 그랬듯이 물가 수준의 하향 안정화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선 한은과 기재부 등 우리 경제정책당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재난지원금의 논리인 "돈을 풀어 경제도 살리고 물가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은 애초에 길을 잘 못 잡은 셈이다. 돈을 풀면 물가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다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이다.
여기다 재난지원금으로 풀리는 13조원의 소비 진작 효과도 허구다. 올해의 경제 동향을 가늠하는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는 전월비 0.8% 늘었다. 산업활동의 3대 축인 생산, 소비, 투자 중 가장 높은 회복세다. 지난해 12월 0.6%에서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오히려 설비투자는 전월비 5.6% 감소해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는 29일 발표되는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다시 확인되겠지만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소비)보다 공급(생산·투자)이다. 국가예산, 특히 그중 복지재원을 제외한 사업예산은 경제성장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는 분야부터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총선에 승리하더라도 재난지원금은 당장 실행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은 나랏돈이 들어가는 세출예산을 편성하는 권한을 정부에 두고 있다. 국회는 예산항목을 추가하지 못하고 심의(삭감)·의결하게 되어 있다.
민주당이 재난지원금을 실행하려고 해도 추경예산 편성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경제정책당국인 정부에 편성을 요구해야 한다. 경제 전체에 재앙적인 효과가 너무 뻔 한 재난지원금을 정치권의 압력이라고 편성할 만큼 우리 정부는 무능하지 않다.
한국은행 출신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지표 중 특히 물가지표는 한번 훼손되면 단기간에 회복시키기도 힘들고 긴 기간 동안 경제에 악영향을 남긴다"며 "결국 민주당의 재난지원금은 1인당 25만원씩 공짜 돈을 받으려다 그나마 알바생 같은 최저임금을 받는 월급 200만원짜리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