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여건서 나름 진행…100m 질주하듯 할 수 없어"
여권은 수사 압박, 야권은 특검법 제출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9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 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저희가 해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4월 재외공관장 회의에 맞춰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해 있다. 2023.09.18 leehs@newspim.com |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대사 임명부터 출국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공수처의 '수사 지연'을 지적하며 이 대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야권은 이 대사의 출국을 '도피'라고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특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현 공수처의 수사 상황상 이 대사를 당장 소환해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난 7일 이 대사가 조사받을 당시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는 착수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답답하다고 지적하실 수 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라는 게 '속도를 높이자' 해서 100m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대사의 출국 허가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공방을 벌인 것에 대해선 당혹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사의 출국에 대해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으나,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고,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도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그 전에 국회와 언론을 통해서 국민 여러분께 사건 관계인의 출국금지 유지 필요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대통령실 입장문이 나온 이후 기존에 했던 말하고 다르다는 문의가 있어서 그 부분만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께 거짓말한 모양새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부분만 언론에 말씀드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저희로서는 사실관계를 바로 잡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적 논쟁이나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 그런 부분을 경계하고 수사에만 전념하는 상황"이라며 "예기치 못하게 이런 상황에 들어가 버려 당혹스럽다"고 부연했다.
이 대사는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수근 상병 관련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부당하게 회수·재검토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에 공수처는 이 대사 등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뒀는데 외교부는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 이후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소환해 약 4시간 동안 조사했고, 법무부는 다음날 그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이틀 뒤 호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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