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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고준위 특별법 신속히 제정하라"…경주시·울진군·유관단체 강력 촉구

기사입력 : 2024년02월23일 11:34

최종수정 : 2024년02월23일 15:46

23일 600명 범국민대회 열어 특별법 제정 촉구
"지난 무책임 답습 안 돼…미래에 왜 빚 물려주나"
2030년 임시저장시설 포화 시작…국민 우려 확산
한수원, 불발시 비상계획 운영…구체적 방법 아직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국회 자동 폐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원전 관련 지역주민과 산학연 등은 국회를 향해 법안이 폐기되도록 방치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관련 부처·기관의 수장들도 여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앞줄 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2.23 pangbin@newspim.com

이날 행사에는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법안 대표 발의자인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자리했다. 원전을 지역구에 둔 김석기(경주), 정동만(기장), 서범수(울주) 의원도 참석했다.

또 경주·기장·영광·울주·울진 등 원전 소재 5개 지역 주민들과 카이스트 등을 포함한 8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총 참석자 규모는 약 600명으로 추산된다.

◆ '방폐장 구축'에 국민적 공감대…총연대 "현 세대가 결자해지 해야"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여야가 정치 논리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 건의문 채택에 합의했다.

특별법은 원자력의 부산물인 방사성 폐기물(방폐물) 중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방출해 위험도가 큰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짓기 위한 법안이다. 시설의 저장용량을 둘러싼 여야 간의 이견으로 인해 총 11차례에 걸친 법안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음에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장용량에 대해 여당은 '운영기간 발생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설계수명기간 발생량'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주장에는 설계수명기간이 종료될 경우 예외 없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막아 원전의 비활성화를 꾀하는 탈원전 기조가 담겨있다.

현재 법안은 처리 시한이 임박한 상태다. 사실상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 임시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다음 국회 시작 전까지 계류돼 있는 법안들은 모두 삭제 처리한다는 규칙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번 임시회는 6일 뒤인 오는 29일 종료된다.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사일로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4.02.23 rang@newspim.com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공동건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 등 우리 모두는 결과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그저 관망하고 방치한 무책임한 세대라는 역사의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21대 국회마저 임기를 넘겨 특별법이 폐기되도록 방치했던 20대 국회의 무책임을 답습해 미래세대에 또 부담을 전가할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주 이유로 미래세대를 들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수많은 이슈가 얽혀있는 난제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혜택은 뒤로 하고 어렵다는 핑계로 우리 세대가 진 빚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옳은 모습이 아니다"며 "쉽지 않더라도 특별법을 제정해 명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현 세대가 결자해지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회는 국민이 뽑은, 국민의 일꾼이 모인,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 이토록 국민이 염원하는 특별법이 정치적 논리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또 무시된다면 국회는 그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록 골든타임을 거의 다 쓰고 초읽기에 몰려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을 믿음으로 돌려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 2030년부터 포화 예측에 법안 처리 시급…한수원 "전망 어두워"

특별법 제정의 처리가 시급한 이유는 불과 수년 후부터 각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포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2042년 신월성 원전, 2066년 새울 원전 순으로 포화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열과 방사능이 줄어들 때까지 5년 이상 보관하는 임시 저장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임시 저장은 습식 저장과 건식 저장의 2단계로 처리되는데, 이 중 습식 저장은 원전 내 저장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모든 원전 내 시설의 일부로 습식저장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후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외부로 운반돼 중간 저장과 영구 처분을 차례로 거쳐 처리된다.

순차적으로 다가오는 임시저장시설의 포화로 인해 새로운 저장시설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32기의 가동에 따라 총 4만4692톤(t)의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예측한다. 이는 축구장에 쌓으면 2미터(m) 높이에 달하는 규모다.

사용후핵연료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관리비용의 증가로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또 원전 밖으로 반출되지 못하고 내부에 계속 쌓인다는 점에서 원전 지역 주민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현재 원전 지역 주민들은 임시저장시설이 그대로 영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임시저장시설이 가득 차 연료 교체가 불가능해져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의 에너지 사용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산업부와 한수원 등 원전 관련 주요 부처·기관들은 연신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각 친원전과 탈원전으로 나뉘는 당 내 기조를 갖고 양보 없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 관계자는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여야 의원들 간 의견 차이가 여전히 그대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공연하게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겠다고 발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이번 회기 안에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한수원으로서는 그래도 통과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최남호 산업부 2차관도 "남은 임시회 기간 중 특별법의 산중위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회를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만일 특별법 통과가 끝내 불발될 시 위기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한 제시 없이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항상 컨틴전시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선 법안 통과에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운영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기술적인 측면 등에서 여러가지로 고민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경북 울진의 한울원자력발전소 [사진=한울원전본부] 2022.12.28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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