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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4번째 거부권' 행사…전문가들 "부정적 국민 여론 높아질 수 있어"

기사입력 : 2024년01월05일 13:58

최종수정 : 2024년01월05일 13:58

尹, 김건희·대장동 특검법 거부권 행사
野 "공정·상식 바로잡을 기회 잃어…권한쟁의심판 추진"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부정적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잇따른 거부권 행사가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추진하겠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쌍특검법'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두 법안에 대해 "정쟁을 유발하고,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미 쌍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1.03 photo@newspim.com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즉각 브리핑을 열고 "민생과 무관한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민주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쌍)특검법은 총선용 여론조작을 위해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쌍특검법을 이날 오후 법제처로 보냈다. 헌법에는 대통령은 정부 이송 시점부터 15일 이내에 국회에 돌려보내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거부권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만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세 차례, 총 6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더욱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고,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두 법안은 공포되지 않고 국회로 되돌아가게 됐다.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 스스로 무너트린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며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어제(4일) 오후 정부로 이송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마치 무슨 군사작전 펼치듯 국무위원을 동원해 특검 거부권을 의결했다"며 "불참하는 국무위원은 불참사유서를 작성해 대통령실에 제출했다고 한다. 방탄 국무회의를 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4당 김건희·50억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05 pangbin@newspim.com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통령실 및 여권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이 앞으로 총선과 더불어 남은 임기에 대해 어떤 식으로 갈 것인지를 명백히 보여준다"며 "야당의 비판이나 부정적 국민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특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부권을 행사한 건 총선을 앞둔 여당에도 당연히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다"며 "끝까지 고민하다 결국 재가했으면 몰라도 처음부터 너무 단호하게 결정한 건 여론에 좋은 영향을 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성역 없이 수사하는 모습과 배치되고 가족이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고 독불장군처럼 비치게 된다"며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이후 양극단적인 정치를 해소하자는 희망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 일로 다시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는 사실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인데, (앞선 이유로) 민주당은 오히려 거부권 행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등 국정운영 변화를 기대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회로 법안이 돌아가게 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총선 때 윤 대통령 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이번 특검이 총선에 맞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기획됐으면 잘못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라며 "아주 오래전부터 관련 의혹이 나왔지만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12.28 pangb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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