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길위의 중국] <12> 신경제가 낳은 기린아, 2천만 택배 기사와 금일중국

기사입력 : 2023년12월13일 12:17

최종수정 : 2023년12월25일 21:27

도시인 식탁 지킴이 소비경제의 실핏줄
공유, 대리 등 합쳐 범 택배 기사 8천만넘어
양질 아니지만 고용 버팀목 역할 톡톡
목숨건 도로 질주 근로환경 개선 과제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네살 쯤 돼보이는 꼬마 아이가 능숙한 솜씨로 미니 두발 자전거를 타고 높은 상가 건물에서 빠져 나온다. 아이 엄마인 듯한, 앞서가던 여성은 상가에서 먼저 나와 오토바이에 배달 물건을 실어놓은 뒤 발길을 되돌려 아이를 데리고 다시 오토바이로 향한다. 여성은 작은 두발 자전거를 접어 발판에 얹고 아이를 안아 자신과 마주 보는 형태로 앉힌 뒤 자동차 도로로 쏜 살 같이 달려나간다.'

2023년 12월 2일 낮 12시가 채 안된 시각 베이징 시내 둥청구 북 3환로 인근 환마오(環貿, 환무)신생활 상가 앞.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업체인 메이퇀(美团) 플랫폼의 여성 기사가 아이를 데리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광경이다. 동작이 아주 신속하고 익숙해 보이는 것으로 볼때 여성은 꽤나 오랜 기간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일을 해온 것 같았다.

'아이를 태우고 오토바이로 도로를 달리며 배달을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들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곁을 스쳐가는 여성의 얼굴에선 지치고 어두운 느낌 보다는 '신념에 찬 젊은 엄마 노동자'의 건강한 표정이 드러났다. 기자의 경험상 중국 배달 기사들은 열성적이며 친철하고 자기 일에 대한 신념이 강한 편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베이징 시내 한 상가 앞에서 노란 유니폼 차림의 음식배달 앱 서비스업체 메이퇀 배달 기사가 아이들 데리고 택배 일을 하고 있다.  2023년 12월 2일 뉴스핌 촬영. 2023.12.13 chk@newspim.com


중국은 전통적으로 외식 비중이 높은데다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음식 배달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 음식 배달 플랫폼 업계는 노란 유니폼의 메이퇀과 하늘색 유니폼의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饿了么)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메이퇀의 음식 배달 기사 수는 단일 업체로서 2023년 기준 7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음식 배달 기사들은 도시 소비 경제의 실핏줄이다. 가정집 식탁에 오르는 도시락이든 사무실의 회의용 커피 음료 든 이들 메이퇀 기사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베이징같은 대도시는 특히 점심과 저녁 시간 무렵이 되면 음식을 만드는 상가 식당과 주문처인 아파트및 오피스 빌딩 일대가 이들 메이퇀 유니폼 차림의 기사들로 노란 물결을 이룬다.

만일 거리에서 갑자기 노란 제복의 음식 배달 기사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지하철 운행 중단 처럼 도시 기능에 큰 장애가 발생하는 세상이 됐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메이퇀과 어러머 등 주요 플랫폼을 위주로 한 중국의 전체 음식 배달 기사는 모두 1000만명을 넘는다.여기에 순펑 윈다 징둥 등 일반 전자상거래 업계 택배기사 약 490만명(2022년 기준)을 더하면 순 택배 기사들만 대략 1700만 명에 달한다. 택배 기사는 코로나 기간(2020년~2022년)에도 꾸준히 두자릿 수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베이징 시내 한 상가 앞 거리에서 음식배달 업체 메이퇀의 여성 배달 기사가 아이를 데리고 택배 일을 하고 있다. 택배 기사는 아이와 접이식 작은 자전거를 발판에 앉힌 뒤 쏜 살같이 도로위로 달려나갔다. 2023년 12월 2일 뉴스핌 촬영.  2023.12.13 chk@newspim.com

인터넷 공유 택시기사와 인터넷 플랫폼 대리 운전 기사 등 까지 합칠 경우 전국에 걸쳐 음식 배달 및 범 택배 물류 관련 업무 종사자는 모두 8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약 3억명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농민공(출향 도시노동자)의 일원이다.

또한 전국 총공회(노동조합) 노동자수가 4억 200만 명이라고 하니 배달및 물류 분야 기사들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쉬 짐직이 간다. 인터넷 플랫폼에 기반한 범 택배 물류업은 이렇듯 엄청난 규모의 신형 직업군으로 성장하면서 나름 실업 문제를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음식 배달및 택배 기사의 증가는 역으로 여의치 못한 중국 경제 상황과 건강하지 못한 노동 시장 현실을 반영하는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은 2023년 코로나 통제 개방 원년을 맞았음에도 소비를 비롯해 거시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서 고용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음식 배달 앱 서비스 업체인 메이퇀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주문 음식과 택배 물건을 나르고 있다. 2023년 12월 2일. 뉴스핌 촬영.   2023.12.13 chk@newspim.com

2023년 1~4월 중국 실업률은 5.1%를 기록했다.16세~24세 청년 실업률은 무려 20.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매주 한시간만 일을 해도 취업으로 간주하는 나라다. 귀향한 농민공들도 실업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실업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배달 기사들은 대부분 임시 고용직이며 취업 문턱이 그닥 높은 편이 아니다. 학력과 경력은 취업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달 앱 플랫폼을 구동할 수 있는 모바일 폰 한대만 있으면 누구든지 일을 할 수 있다. 경제 침체로 기존 사업장의 채용 감소와 감원에다 근로자 수입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배달기사 수입이 괜찮아 진 것도 택배 기사 증가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음식 배달과 온라인 택배 기사들의 수입은 주로 기본급과 배송 수수료, 성과급 등으로 이뤄진다. 배송 건수가 수입의 주요 원천이며 이는 골목 골목 도로 지리에 얼마나 밝고 요령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번은 베이징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우연찮게 배달기사 오토바이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기사는 수수료가 배송 거리에 따라 정해지며 거리에 따라 한건에 한국 돈으로 수백원 또는 수천원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음식배달 메이퇀 앱 배달 기사가 베이징 대로를 달리고 있다.  2023.12.13 chk@newspim.com

메이퇀의 음식 배달원 수입은 주로 7000위안(140만원)~8000위안에 분포해 있고 더러 1만위안(약 200만원) 이 넘는 경우도 있다. 물가와 연동하면 그리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평균 근무 시간이 12시간 임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보수라고 할 수 없다. 고생을 딛고 작은 차라도 구입하면 인터넷 공유택시 기사로 신분상승을 이룰 수도 있다.

배달업은 스피드가 생명이고 자연히 음식 배달 택배기사들에겐 시간이 돈이다. 택배 기사들이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채, 또는 계단에 쪼그려앉은 채로 빵과 음료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은 현대 중국 도시의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됐다. 배달기사들은 배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도로 위의 질주를 이어가고 실제 치명적인 사고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