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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5> 삼성 현지화를 '위하여' 폭탄주의 추억,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 심헌섭

기사입력 : 2023년10월12일 14:27

최종수정 : 2023년10월12일 14:27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우리는 새벽 천안문광장에서 치러지는 국기게양식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천안문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예요. 모두 우리처럼 국기게양식을 보러 오신 분들이었답니다. 먼저 온 분들은 저희들이 키가 작아 서 제대로 보지 못할까 봐 앞쪽으로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한참 지나니 먼 곳에서 녹색 제복을 차려 입은 해방군 아저씨들이 척척! 씩씩하고 절도 있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맨 앞에는 산뜻한 오성홍기를 받쳐든 4명의 누나들이 섰고, 그 뒤로는 총을 맨 아저씨들이 따랐습니다. 국기게양대 밑에 도착한 해방군 아저씨가 붉은기를 한쪽으로 뿌려 날리자 오성홍기가 서서히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일제히 손을 올려 경례를 하고 게양대 맨 위에 다다를 때까지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주목 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가 세 번 연주되는 가운데 오성홍기는 게양대 꼭대기에 이르러 바람 따라 나부끼었습니다. 마음 간절히 그리던 국기게양식과 진 붉은 오성홍기를 보노 라니 나의 가슴속에서는 어느덧 뭉클한 것이 솟아났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끝내 소원을 풀었습니다."

이 수기는 2006년도 삼성그룹  중국 본사 중국삼성이 주최한 '제1회 삼성애니콜 과학기술여행'에 참여하였던 한 시골 소학교 학생이 베이징으로 수학여행을 와서 텐안먼(天安門, 천안문) 광장의 국기게양식을 보고 그 감동을 글로 적어 발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상하이를 방문했을때 와이탄에서 서서 황포강 건너 푸동신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삼성 중국본사는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주요한 사명 중의 하나 는 브랜드이미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굴지의 외국계 기업들이 다 진출해 있고, 중국기업들은 질 좋은 노동력은 물론이고 자본력, 기술력 마저 갖추고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상황이었다.

세계적 일류기업들은 앞에 있고 중국기업들은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에게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중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중국삼성은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해보자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삼성의 중국 현지 파견직원으로서  2005년 하반기부터 사회공헌 업무를 맡게 됐다.  한국에서는 사회 공헌 활동을 했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사내외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업무가 사회공헌으로 정해진 이상 최선을 다해 보자고 결심했다. 회사의 지원하에 봉사활동을 하는 셈이니 어쩌면 복 받은 것인지 몰랐다. 책을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피터 드러커 교수의 가르침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사회공헌 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좋은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경영활동이다.

기술과 인재를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재무 성과가 나오게 되고 그 성과를 기업을 둘러싼 정부, 국민, 주주 등과 나누다 보면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순환되어서 재무 성과로 돌아 온다. 즉 사회공헌 활동은 이웃을 위해 좋은 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주요한 한 축'이 되는 것이다.

몇가지 기본원칙을 세우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먼저 실질적 효과를 내자는 것이었다. 대상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지 홍보 목적으로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돌아오는 활동은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기업과 구분되는 독특한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물질적 지원에 덧붙여 소프트웨어적 활동을 가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번째는 자기 역량 내에서 실천하는 원칙이었다. 회사별 경영실적과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전임직원 동참의 원칙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보람과 정이 흐르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원칙이 세워졌으니 그 다음은 활동 분야를 정하는 것이었다. 몇가지 기준이 제시되었다. 먼저 중국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 중국 국민들이 제일 공감하는 분야, 또 우리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4개 분야는 교육지원, 사회복지, 농촌지원, 환경보호 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임직원 단합대회에 참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플랭카드에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라는 덩샤오핑의 구호가 적혀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교육지원은 희망소학교 건립, 사회복지 분야는 백내장환자들을 위한 개안수술, 환경보호는 식목 활동에 주력하기로 하였다. 각 분야마다 그럴싸하게 운동의 이름도 붙였는데 교육지원은 희망, 사회복지는 애심, 농촌 지원은 나눔, 환경보호는 녹색으로 명명하였다.

'희망운동'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희망소학교 건립이었다. 교사건축 등 시골 벽지의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는 '희망공정'에 참여하여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개의 희망소학교를 건립하였다. 또 앞서 소개 하였던 과학기술여행을 실시하여 희망소학교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을 시켜주었는데 난생 처음 수도 베이징을 찾아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을 보고 자금성을 구경하고 과학관을 견학하던 어린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을 잊지 못한다.

'농촌지원은 한국의 '1사1촌' 운동을 벤치마킹해서 중국에서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무렵 중국정부는 삼농(농업, 농촌, 농민)문제 해결이 중요 하다고 결정하고 신농촌 건설에 힘을 싣고 있어서 우리의 활동과 잘 맞아 떨어졌다.

먼저 운동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고민한 결과 '일심일촌(一心一村)'으로 명명하였다. 한 마음으로 한 개의 농촌마을을 돕자는 의미였다. 나름대로 활동의 실천 원칙도 세웠다. 첫째, 쉽고 간단한 일부터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둘째,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땀을 흘린다. 셋째, 분기에 1회 이상 활동하며 수 십 명 단위로 참여한다는 세가지 원칙이었다.

중국삼성의 '일심일촌'운동은 단계적으로 실행되었다. 첫 단계는 농촌 마을의 의식개혁 및 빈곤 가정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두번째는 마을의 기초시설을 마련하는 것을 지원하였고 세번째는 농민들의 수입을 증가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운동은 중국에 진출한 삼성의 전 계열사와 전 임직원이 참여하였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일부 오해도 있었다. 자매마을 사람들은 회사가 무슨 물건을 팔려는 속셈으로 농촌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직원들이 직접 힘들게 일하지 말고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돈으로 지원해주면 되지 않냐며 활동 형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금액적인 지원은 운동의 진정성을 헤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마을사람들에게 봉사 활동의 취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중국삼성의 계열사에도 이런 내용을 신신당부하였다. 결국은 지속적인 활동, 인내심과 함께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이러한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중국본사의 자매마을 이었던 하북성(河北省) 옥전현(玉田縣) 린난창전(林南倉鎭) 이촌 (二村)의 부녀회장님은 우리가 가면 꼭 교자(물 만두의 일종)를 만들어 주셨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어느 겨울날, 마을 아이들과 동네 연못에서 썰매를 타고 달리기 시합을 했던 즐거운 추억도 생각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중국삼성 사회공헌 활동 업무 수행때 장시성 봉사활동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애심운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백내장환자 개안수술 프로그램'은 2007년부터 2009 년까지 매년 2050명씩 3년간 총 6,150명을 수술해주는 활동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의 3년간은 매년 2,150명씩 수술하였다. 그 결과 2007~2012년 사이에 총 12,600명의 환자들이 개안수술을 받고 다시금 시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붕대를 떼었을 때 환하게 웃는 환자를 보는 것은 큰 보람 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실행 파트너는 '중국장애인연합회'였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8300만명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인데 중앙, 성급, 현급(군), 향진(읍면)에 장애인협회가 다 조직 되어 있다. 개안수술은 대부분 중국 전역의 빈곤지역에서 많이 실시되었다.

회사에서 일정금액을 출연하면 중국 정부 당국에서 의료 인력과 수술 및 입원 시설을 지원하였다. 실행할 지역이 선정되고 활동이 준비되면 회사, 장애인연합회, 지방 장애인연합회, 지방 인민정부 등이 합동으로 개막식을 연다. 개막식에 참여하기위해서 중국 장애인연합회 실무진들과 함께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행사 전날에는 베이징 중앙의 장애인연합회, 성급(省級) 장애인연합회, 현급(縣級) 장애인연합회, 향진(鄕鎭) 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준비 상황도 점검하고 팀워크도 다지는 기회를 가진다. 문제는 저녁식사 중간에 발생한다. 참석자들이 제각기 한잔씩 술을 권한다. 나처럼 술이 약한 사람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몇 번 경험이 쌓이자 나도 꾀가 생기게 되었다. "최선의 수비는 최선의 공격 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공격을 시작하였다. 앉아서 주는 술만 받아 마실 것이 아니라 내가 술자리를 주도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업무나 생활속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술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아니어서 우리에 비해 폭탄주(炸彈酒)에는 약한 편이다.  나도 비록 술이 약하지만 신입 사원 시절부터 단련돼 폭탄주 몇잔은 문제 없었다. 폭탄주는 병권(甁權)을 쥔 사람이 제조를 담당한다. 즉 맥주에 섞는 높은 도수의 술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만찬 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하면서 주량이 많아 보이는 사람에겐 백주의 양을 많게 하고 주량이 작아 보이는 사람에게는 백주의 양을 조금 줄여서 제조하였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폭탄주를 제조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퀴즈를 내고 벌주를 주면서 분위기를 돋우고 흥미를 유발할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행사 종료후 이어진 환영 만찬에서 동물 뿔로 된 술잔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아극소(阿克蘇) 지역에서의 일화도 잊을 수 없다. 개안수술 수혜자들은 보통 한 지역에 100~500명 이었는데, 이 지역에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수술을 해주기 위해서 나름의 대책을 세웠다. 수술 대상자의 기준을 사람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동자 숫자로 하는 것이었다. 두 눈 중에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쪽 눈만 수술하면 수혜자가 두배로 늘어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 집에는 한 사람만 수술을 받는다는 기준을 추가하여 골고루 수술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 아픈 얘기를 들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 모두 백내장이 와서 앞이 잘 안보이는데 할머니만 수술하기로 했으며 그것도 한쪽 눈만 수술한다는 것이었다. 즉 눈동자 4개의 수술이 필요한데 그 지역의 기준을 적용하니 눈동자 하나만 수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회의를 열어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수술해드리기로 하고 개인별 성금을 갹출하여 전달하였다.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 두 분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셨다. 신장 자치구의 파란 하늘 아래 빛나던 햇살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중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였던 6년(2005~2010)의 시간은 나에게는 가장 보람 있는 복된 시간이었다. 중국 전역에 100개의 희망소학교를 건립하는데 일조하였으며 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줄 수 있었고 43개의 자매 마을과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도 했다. 회사가 진정한 중국 현지기업으로 변화하는데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중국 현지에 재직하는 동안 삼성이 텔레비전은 일본의 소니를 이겼고 휴대폰은 핀란드의 노키아를 넘었다는 것은 나의 삼성 직장 생활중 커다란 자부심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찾아 그들과 기쁨과 아픔을 같이 할 때 진정한 중국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씩 골프를 친다. 공이 나무를 맞거나 도로에 맞고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 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묻는다. "전생에 무슨 공덕을 그렇게 많이 쌓아서 나갔던 공이 페어웨이로 다시 들어오느냐?" 나는 대답한다. "전생이 아니라 현생의 중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글쓴이=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 

▶ 심헌섭은...

 "중국삼성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했던 6년(2005~2010)의 시간은 나의 직장 인생 가운데 가장 복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심헌섭 전 지사장은 1988년부터 30년 넘는 삼성 직장 생활을 통틀어 2000년대 중후반 중국삼성의 사회공헌 업무 수행 기간이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일로써 선행을 행하고 공덕도 쌓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좋은 보직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농촌과 산간 오지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의 얘기를 나눴다. 중국 근무 경험에 대해 심 전 지사장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타산 보다 먼저 진정성으로 다가가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심헌섭은 자신이 중국 현지에 재직하는 동안 삼성이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소니를 이겼고 휴대폰에선 핀란드의 노키아를 제치고 중국 1위를 했다며 이는 자신에게 큰 자부심이 됐다고 밝혔다. 심헌섭은 1995년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였고, 2005년~ 2010년 삼성 중국본사에서 근무하였으며 2016년~2018년에는 삼성SDS의 중국지사장을 역임하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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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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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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