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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2 > 역사 교과서 밖을 나온 중국, 한전 산서법인장 전현오

기사입력 : 2023년10월02일 13:49

최종수정 : 2023년10월10일 15:34

필자의 중국과의 첫 인연은 한중 수교 얼마후인 1996년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당시 생애 첫 외국으로의 출타였던 중국 여행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한창 기회의 땅으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교마다 교양 중국어는 수강신청 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걸로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재학시 삼국지, 열국지 등 고전과 김용의 무협지에 푹 빠져있었던 필자에게 중국은 교역 상대국이나 현실적인 기회의 땅이라기 보다는 강호세계 영웅호걸들의 의리와 미녀들과의 세속을 뛰어넘는 사랑,각종 도인들이 기행을 행하는 신비한 세계로 느껴졌던것 같다.

1996년 중국여행은 필자의 그러한 기대감을 유감없이 충족시켜줬던 것 같다. 중국어도 못하면서 백두산에 가보겠다는 목표와 왕복 비행기표 외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랴오닝성 선양에 도착한 대학생 3명에게 중국은 별천지였다. 선양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잠깐 막막하였지만 공항에서 만난 조선족 택시기사 아저씨가 기꺼이 아파트로  초대해 숙식을 제공해줬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이 파견 근무지인 합자회사 격맹국제가 소재한 중국 산서성 타이위안 시내의 한 전통 고거리를 돌아보고 있다.    2023.10.02 chk@newspim.com

지린성의 옌볜자치구 옌지에서는 시장통 식사도중에 만난 옆좌석의 옌볜과학기술대학 대학생 형들이 우리를 데려가 자취방에서 잠을 재워줬고 흔쾌히 백두산 등반도 안내해줬다. 필자는 항일 독립 운동 유적지를 답사하고 난생 처음 먹어보는 양꼬치와 바이주,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대하며 역사책과 무협지의 세계를 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여행했던것 같다.

대학 졸업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고 나서 2010년 이후 줄곧 해외사업에 종사를 하였지만 주로 동남아 사업을 하면서 업무상 중국과는 한동안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다만 에너지 산업 종사자로서 에너지 소비 대국인 중국의 경제 발전과 도약이 에너지 수요량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계속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생 홀린 강호세상 현실 세계로

특히 중국이 2008년 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수입과 비축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세를 나타냈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대부분의 발전 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데 당시 중국 요인에 따른  연료비 증가는 한국전력을 1961년 창사 이래 처음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 

중국발 에너지 수급 및 가격 변동성 대란은 2012년 이후부터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 등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증가로 진정되기 시작했으나 한전은 불가피하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팀에서는 중국 에너지 시장 분석을 통한 연료 수입가격 절감을 위해 중국 전문가를 키워서 중국에 상주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전 내부적으로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한전은 2007년 중국 산서성 정부의 제안으로 산서성 정부 소속 국유기업인 산서 국제능원과 전력 분야 합자회사를 설립하며 중국 전력분야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였는데 현재 필자가 파견나와 근무하는 '격맹국제'라는 회사가 바로 그 회사이다.

또한 한국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방안으로 한국, 중국, 일본 및 몽골, 러시아의 전력망을 연결하여 몽골, 중국, 러시아의 저렴한 신재생 에너지를 한국에 도입하고, 전력계통의 고립된 섬인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8,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논의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중국의 국제사회,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부상으로 인해 중국은 필자에게 더 이상 역사책이나 무협지 속의 세계가 아닌 일상과 업무상의 현실 세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 말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한다.이런 시기를 맞아 중국 전력회사· EPC 회사들과 기자재 회사들은 해외사업, 특히 신재생 사업분야의  규모, 가성비 및 기술력 등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말 기준 전세계 신재생 용량 3372GW 가운데 중국은 전체 용량 1213GW로 약 36%를 점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신재생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생산에서는 생산량 기준 전세계 1~10위 까지의 회사가 모두 중국회사이며 전세계 해상풍력에서는 최근 중국의 골드윈드가 세계최대 용량인 16MW 터빈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 법인장이 2023년 초 한전의 현지 합자회사인 격맹국제 임직원 업무 회의를 개최한 뒤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023.10.02 chk@newspim.com

또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전해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의 생산원가는 2030년 중국이 U$1.17/kg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산업의 중심이며 한국도 강점을 보유한 반도체 빅데이터 및 AI, 첨단 모빌리티 등의 양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그중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렴한 신재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국의 경쟁우위가 어디에서 나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0년대 초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런 급격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에너지 공급망의 변화속에서
필자는 중국의 문화나 생활방식 등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변화와 미래를 보고 싶었고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막연하게나마 중국과의 경쟁, 협력 크게 나아가서는 RE100 등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당면한 문제의 답안을 찾아보고 싶었다.

너무 거창하고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일수도 있지만, 격맹이라는 대표적인 중국 에너지분야 중외 합자기업인 격맹국제는 이런 여정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맙게도 회사에서 파견기회를 주어 격맹국제에 와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격맹국제는 상징적인 면에서나 규모면에서 중국 에너지 기업중 대표적인 다국적 중외 합작기업이면서 중국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2022년 춘제(음력 설)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맹산하 발전소를 방문하여 안정적 전력공급에 대한 격려와 탄소중립 등 중국 에너지 시장에 대한 미래비전에 대해 공유하기도 하였다.

에너시장 발칵, 중국판 나비효과

주주구성은 산서성 산하 국유기업인 산서국제능원이 대주주이며, 한전이 2대주주, J-POWER와 추코쿠 등 일본 전력회사가 3대 주주로 되어있으며, 현재 격맹이 운영중인 발전용량은 한국 전체 발전용량의 약 10% 수준으로, 산서성 내에서 2번째로 큰 발전사업자이며 신재생 발전용량 위주로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7년 까지 상장에 성공해 중국 중추적 에너지 회사로서의 새로운 질적 도약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산서성 내에서 주로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였으나, 최근엔 중국 전역에서 신재생 및 수소 등 신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 분야 해외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2007년 설립이후 격맹의 발전속도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왔다. 규모면에서는 설립 당시에 비해 발전용량이 4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매출액도 약 5배 증가하였다. 또한 2020년에는 중국의 우수 국영기업을 선발하는 쐉백기업(双百企业) 에 선정되며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향후 발전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모든 해외합작기업이 그러하듯 격맹국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중간 문화적 차이, 업무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와 소통의 오류를 겪어왔었다. 필자 또한 2021년 12월 부임이후 약 1년 6개월간의 시간동안 문화적 차이와 함께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내왔던것 같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산서성 태원시 몽산대불(蒙山大佛). 2023.10.02 chk@newspim.com

 

중국에 오래 머물면서 생활하고 비즈니스를 해왔던 사람들이 보기에 다소 생소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희망하면서 그동안 필자가 겪고 느꼈던 업무 방식의 차이점 등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필자를 포함해 과거 16년간 한국인 파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가장 큰 업무방식의 차이는 의사결정 과정의 차이다.

특히 문서화를 통한 정보공유, 근거자료 활용 등에 익숙한 한국식 의사결정 과정은 구두보고 위주의 중국식 의사결정 시스템과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업무 담당라인이 아닌 주변과의 정보공유 과정에 익숙치 않아 크고 작은 오해와 시행착오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 투자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면 보통 한국 기업의 문화는 부서내에서 회의를 거쳐 해당사업 추진을 검토해보고 담당자를 선임하거나 T/F를 수립한다.  이때 담당자는 각종 시장환경 조사와 추진방안 및 전략 등을 검토해서 문서로 작성한 후 담당 부서장에 보고하고 피드백(Feedback)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하지만 중국식 의사결정 과정은 상급자나 관리자가 추진을 결정한 후에 담당자를 지정하고 추후 추진방안 및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우선 큰 방향에 대해서 구두로 협의를 하게 되고 거기서 나온 방향성을 가지고 상호 동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문화로 볼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검토하는 자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왜(Why)'에서 출발하기 보다 '무엇(What)'에서 출발하며 서술식으로 일반적 상황을 설명하고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보고서를 봐도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보고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한국 파견 근무자 입장에서는 중국측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느끼고, 중국측 입장에서는 한국 파견자들이 회사 발전에 관심이 없다라고 느껴 괜한 오해를 하는 과정들이 발생한다.

필자는 각각의 시스템에 장점이 있다고 본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의 책임과 권한이 확실하다는 측면에서는 중국측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검증과 서류상 근거를 남기고 관련 부서와의 공유를 통해 업무를 추진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업무 시스템에 장점이 있는것 같다.

다만, 중요한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합작회사로서 시너지 효과를 갖춘 시스템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격맹국제도 과거 16년간의 과정을 거쳐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는 해답은 어느정도 찾은것 같다.

마음 움직이면 비즈니스는 저절로

또한 업무방식의 차이 외에 필자가 느낀 중국 비즈니의 특징이라면 정부정책의 속도와 전환이 빠르며 기업경영에 끼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중앙정부 외에 각 지역별 정책 또한 세부적으로 파악해 나가며 행간의 내용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가 속한 사업분야인 에너지, 전력분야의 특성상 사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영향이 다른 분야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개발시에도 사업개발 전략 수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전원 개발계획인 RUPTL(Rencana Usaha Penyediaan Tenaga Listrik)을 외우고 또 외웠으며 국내 에너지 정책 또한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을 공부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이 2023년 초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중국 운남성 리장고성(丽江古城). 2023.10.02 chk@newspim.com

그러나 중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정책 차이점은 다른 나라의 경우 보통 정책 하나가 바뀌기 전에는 수많은 사전 논의가 이뤄지며 사전에 적응과 대응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갑작스럽게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책은 주로 방향만 있고 정책 세부내용은 별도의 내용으로 계속 업데이트 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향후 10년간 태양광 10GW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면 구체적인 지역과 투자방안 등이 계획에 대부분 세부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큰 방향을 우선 제시한 후에 세부적인 내용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주도의 중국경제 특성상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기업경영에 끼치는 영향 또한 크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항상 정부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짧은 경험과 과거 중국 파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사업의 특징과 업무방식의 차이 등을 기술하였지만 중국에 와서 느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점이다.

간혹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생각대로 일이 안풀려 소주 한잔 하며 괴로워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답은 주변 동료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마음을 터놓고 진심으로 상의하고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서 나올 수밖에 없는것 같다.

2021년,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중국의 전력회사들이 한창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때 격맹은 다행히 한전 본사, 산서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다른 전력회사들보다는 다소 일찍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였는데 이 또한 과거 16년간 한중간 신뢰와 소통에서 나온 저력이 아닌가 싶다.

2021년 말 중국의 코로나 방역이 한참 절정에 달한 시기에 중국 근무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섞인 조언을 해주었었다. 아마 과거와 달라진 국제관계와 한중 관계 속에서 필자의 미래 커리어를 걱정하는 맥락에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의 경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 속에서 경영위기 극복, 향후 신재생·신에너지 중심의 전력회사로서 격맹의 나아가야 할 방향 수립 등 중국직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향후 한중 에너지 협력의 방향에 대해서도 부족하지만 나름 단초를 잡아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25% 이상을 점유하는 한중일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분야 협력을 통해 향후 그린수소, 암모니아 등의 허브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수소 거래 표준 등을 수립하거나 EU와 같이 동북아 공동 탄소배출권 시장을 설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진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중 수교 4년뒤인 1996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중국 여행이 역사책으로 배웠던 중국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사회에 뛰어든 필자의 현지 근무 1년 6개월은 현실로서의 중국을 이해하고 앞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게 새 장을 열어가야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남은 중국 현지 근무 시간을 이런 문제 의식에 대한 소중한 탐구의 시간으로 삼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글=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

▶전현오는 ... 

한전 중국 산서법인 법인장 전현오는 1992년 한중수교 직후 중국 열풍이 불던 1996년 대학생 때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삼국지와 김용의 무협지 속 이미지가 중국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전부였다. 직접 가서 본 자금성과 만리장성은 무한한 신비감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친절했고 그들의 눈엔 잘 살아보려는 열망이 가득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전력 에너지 회사에 입사했다. G2 중국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중국은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전의 해외 에너지 실무 분야에서 일하던 전현오에게 중국은 현실적 관심권으로 새롭게 시야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2021년 말 그는 중국 현지(산서성) 법인 책임자로 파견됐다. 환경과 문화, 시스템의 차이가 그를 힘들게 했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였다. 다름의 문제는 상대를 좀더 깊이 파악하고 진정성으로 소통을 해가면서 차츰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수교 30년, 이립을 넘긴 한중 관계가 상생의 새 장을 열어가야한다고 믿는다. 남은 중국 현지 근무 기간, 또 그 이후로도 그는 중국을 더 많이 탐구하겠다고 다짐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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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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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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