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톡차이나] <2 > 역사 교과서 밖을 나온 중국, 한전 산서법인장 전현오

기사입력 : 2023년10월02일 13:49

최종수정 : 2023년10월10일 15:34

필자의 중국과의 첫 인연은 한중 수교 얼마후인 1996년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당시 생애 첫 외국으로의 출타였던 중국 여행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한창 기회의 땅으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교마다 교양 중국어는 수강신청 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걸로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재학시 삼국지, 열국지 등 고전과 김용의 무협지에 푹 빠져있었던 필자에게 중국은 교역 상대국이나 현실적인 기회의 땅이라기 보다는 강호세계 영웅호걸들의 의리와 미녀들과의 세속을 뛰어넘는 사랑,각종 도인들이 기행을 행하는 신비한 세계로 느껴졌던것 같다.

1996년 중국여행은 필자의 그러한 기대감을 유감없이 충족시켜줬던 것 같다. 중국어도 못하면서 백두산에 가보겠다는 목표와 왕복 비행기표 외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랴오닝성 선양에 도착한 대학생 3명에게 중국은 별천지였다. 선양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잠깐 막막하였지만 공항에서 만난 조선족 택시기사 아저씨가 기꺼이 아파트로  초대해 숙식을 제공해줬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이 파견 근무지인 합자회사 격맹국제가 소재한 중국 산서성 타이위안 시내의 한 전통 고거리를 돌아보고 있다.    2023.10.02 chk@newspim.com

지린성의 옌볜자치구 옌지에서는 시장통 식사도중에 만난 옆좌석의 옌볜과학기술대학 대학생 형들이 우리를 데려가 자취방에서 잠을 재워줬고 흔쾌히 백두산 등반도 안내해줬다. 필자는 항일 독립 운동 유적지를 답사하고 난생 처음 먹어보는 양꼬치와 바이주,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대하며 역사책과 무협지의 세계를 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여행했던것 같다.

대학 졸업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고 나서 2010년 이후 줄곧 해외사업에 종사를 하였지만 주로 동남아 사업을 하면서 업무상 중국과는 한동안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다만 에너지 산업 종사자로서 에너지 소비 대국인 중국의 경제 발전과 도약이 에너지 수요량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계속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생 홀린 강호세상 현실 세계로

특히 중국이 2008년 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수입과 비축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세를 나타냈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대부분의 발전 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데 당시 중국 요인에 따른  연료비 증가는 한국전력을 1961년 창사 이래 처음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 

중국발 에너지 수급 및 가격 변동성 대란은 2012년 이후부터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 등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증가로 진정되기 시작했으나 한전은 불가피하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팀에서는 중국 에너지 시장 분석을 통한 연료 수입가격 절감을 위해 중국 전문가를 키워서 중국에 상주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전 내부적으로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한전은 2007년 중국 산서성 정부의 제안으로 산서성 정부 소속 국유기업인 산서 국제능원과 전력 분야 합자회사를 설립하며 중국 전력분야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였는데 현재 필자가 파견나와 근무하는 '격맹국제'라는 회사가 바로 그 회사이다.

또한 한국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방안으로 한국, 중국, 일본 및 몽골, 러시아의 전력망을 연결하여 몽골, 중국, 러시아의 저렴한 신재생 에너지를 한국에 도입하고, 전력계통의 고립된 섬인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8,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논의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중국의 국제사회,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부상으로 인해 중국은 필자에게 더 이상 역사책이나 무협지 속의 세계가 아닌 일상과 업무상의 현실 세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 말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한다.이런 시기를 맞아 중국 전력회사· EPC 회사들과 기자재 회사들은 해외사업, 특히 신재생 사업분야의  규모, 가성비 및 기술력 등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말 기준 전세계 신재생 용량 3372GW 가운데 중국은 전체 용량 1213GW로 약 36%를 점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신재생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생산에서는 생산량 기준 전세계 1~10위 까지의 회사가 모두 중국회사이며 전세계 해상풍력에서는 최근 중국의 골드윈드가 세계최대 용량인 16MW 터빈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 법인장이 2023년 초 한전의 현지 합자회사인 격맹국제 임직원 업무 회의를 개최한 뒤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023.10.02 chk@newspim.com

또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전해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의 생산원가는 2030년 중국이 U$1.17/kg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산업의 중심이며 한국도 강점을 보유한 반도체 빅데이터 및 AI, 첨단 모빌리티 등의 양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그중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렴한 신재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국의 경쟁우위가 어디에서 나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0년대 초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런 급격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에너지 공급망의 변화속에서
필자는 중국의 문화나 생활방식 등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변화와 미래를 보고 싶었고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막연하게나마 중국과의 경쟁, 협력 크게 나아가서는 RE100 등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당면한 문제의 답안을 찾아보고 싶었다.

너무 거창하고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일수도 있지만, 격맹이라는 대표적인 중국 에너지분야 중외 합자기업인 격맹국제는 이런 여정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맙게도 회사에서 파견기회를 주어 격맹국제에 와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격맹국제는 상징적인 면에서나 규모면에서 중국 에너지 기업중 대표적인 다국적 중외 합작기업이면서 중국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2022년 춘제(음력 설)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맹산하 발전소를 방문하여 안정적 전력공급에 대한 격려와 탄소중립 등 중국 에너지 시장에 대한 미래비전에 대해 공유하기도 하였다.

에너시장 발칵, 중국판 나비효과

주주구성은 산서성 산하 국유기업인 산서국제능원이 대주주이며, 한전이 2대주주, J-POWER와 추코쿠 등 일본 전력회사가 3대 주주로 되어있으며, 현재 격맹이 운영중인 발전용량은 한국 전체 발전용량의 약 10% 수준으로, 산서성 내에서 2번째로 큰 발전사업자이며 신재생 발전용량 위주로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7년 까지 상장에 성공해 중국 중추적 에너지 회사로서의 새로운 질적 도약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산서성 내에서 주로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였으나, 최근엔 중국 전역에서 신재생 및 수소 등 신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 분야 해외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2007년 설립이후 격맹의 발전속도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왔다. 규모면에서는 설립 당시에 비해 발전용량이 4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매출액도 약 5배 증가하였다. 또한 2020년에는 중국의 우수 국영기업을 선발하는 쐉백기업(双百企业) 에 선정되며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향후 발전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모든 해외합작기업이 그러하듯 격맹국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중간 문화적 차이, 업무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와 소통의 오류를 겪어왔었다. 필자 또한 2021년 12월 부임이후 약 1년 6개월간의 시간동안 문화적 차이와 함께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내왔던것 같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산서성 태원시 몽산대불(蒙山大佛). 2023.10.02 chk@newspim.com

 

중국에 오래 머물면서 생활하고 비즈니스를 해왔던 사람들이 보기에 다소 생소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희망하면서 그동안 필자가 겪고 느꼈던 업무 방식의 차이점 등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필자를 포함해 과거 16년간 한국인 파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가장 큰 업무방식의 차이는 의사결정 과정의 차이다.

특히 문서화를 통한 정보공유, 근거자료 활용 등에 익숙한 한국식 의사결정 과정은 구두보고 위주의 중국식 의사결정 시스템과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업무 담당라인이 아닌 주변과의 정보공유 과정에 익숙치 않아 크고 작은 오해와 시행착오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 투자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면 보통 한국 기업의 문화는 부서내에서 회의를 거쳐 해당사업 추진을 검토해보고 담당자를 선임하거나 T/F를 수립한다.  이때 담당자는 각종 시장환경 조사와 추진방안 및 전략 등을 검토해서 문서로 작성한 후 담당 부서장에 보고하고 피드백(Feedback)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하지만 중국식 의사결정 과정은 상급자나 관리자가 추진을 결정한 후에 담당자를 지정하고 추후 추진방안 및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우선 큰 방향에 대해서 구두로 협의를 하게 되고 거기서 나온 방향성을 가지고 상호 동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문화로 볼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검토하는 자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왜(Why)'에서 출발하기 보다 '무엇(What)'에서 출발하며 서술식으로 일반적 상황을 설명하고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보고서를 봐도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보고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한국 파견 근무자 입장에서는 중국측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느끼고, 중국측 입장에서는 한국 파견자들이 회사 발전에 관심이 없다라고 느껴 괜한 오해를 하는 과정들이 발생한다.

필자는 각각의 시스템에 장점이 있다고 본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의 책임과 권한이 확실하다는 측면에서는 중국측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검증과 서류상 근거를 남기고 관련 부서와의 공유를 통해 업무를 추진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업무 시스템에 장점이 있는것 같다.

다만, 중요한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합작회사로서 시너지 효과를 갖춘 시스템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격맹국제도 과거 16년간의 과정을 거쳐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는 해답은 어느정도 찾은것 같다.

마음 움직이면 비즈니스는 저절로

또한 업무방식의 차이 외에 필자가 느낀 중국 비즈니의 특징이라면 정부정책의 속도와 전환이 빠르며 기업경영에 끼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중앙정부 외에 각 지역별 정책 또한 세부적으로 파악해 나가며 행간의 내용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가 속한 사업분야인 에너지, 전력분야의 특성상 사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영향이 다른 분야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개발시에도 사업개발 전략 수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전원 개발계획인 RUPTL(Rencana Usaha Penyediaan Tenaga Listrik)을 외우고 또 외웠으며 국내 에너지 정책 또한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을 공부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이 2023년 초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중국 운남성 리장고성(丽江古城). 2023.10.02 chk@newspim.com

그러나 중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정책 차이점은 다른 나라의 경우 보통 정책 하나가 바뀌기 전에는 수많은 사전 논의가 이뤄지며 사전에 적응과 대응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갑작스럽게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책은 주로 방향만 있고 정책 세부내용은 별도의 내용으로 계속 업데이트 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향후 10년간 태양광 10GW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면 구체적인 지역과 투자방안 등이 계획에 대부분 세부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큰 방향을 우선 제시한 후에 세부적인 내용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주도의 중국경제 특성상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기업경영에 끼치는 영향 또한 크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항상 정부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짧은 경험과 과거 중국 파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사업의 특징과 업무방식의 차이 등을 기술하였지만 중국에 와서 느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점이다.

간혹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생각대로 일이 안풀려 소주 한잔 하며 괴로워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답은 주변 동료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마음을 터놓고 진심으로 상의하고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서 나올 수밖에 없는것 같다.

2021년,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중국의 전력회사들이 한창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때 격맹은 다행히 한전 본사, 산서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다른 전력회사들보다는 다소 일찍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였는데 이 또한 과거 16년간 한중간 신뢰와 소통에서 나온 저력이 아닌가 싶다.

2021년 말 중국의 코로나 방역이 한참 절정에 달한 시기에 중국 근무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섞인 조언을 해주었었다. 아마 과거와 달라진 국제관계와 한중 관계 속에서 필자의 미래 커리어를 걱정하는 맥락에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의 경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 속에서 경영위기 극복, 향후 신재생·신에너지 중심의 전력회사로서 격맹의 나아가야 할 방향 수립 등 중국직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향후 한중 에너지 협력의 방향에 대해서도 부족하지만 나름 단초를 잡아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25% 이상을 점유하는 한중일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분야 협력을 통해 향후 그린수소, 암모니아 등의 허브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수소 거래 표준 등을 수립하거나 EU와 같이 동북아 공동 탄소배출권 시장을 설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진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중 수교 4년뒤인 1996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중국 여행이 역사책으로 배웠던 중국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사회에 뛰어든 필자의 현지 근무 1년 6개월은 현실로서의 중국을 이해하고 앞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게 새 장을 열어가야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남은 중국 현지 근무 시간을 이런 문제 의식에 대한 소중한 탐구의 시간으로 삼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글=전현오 한전 중국산서법인장

▶전현오는 ... 

한전 중국 산서법인 법인장 전현오는 1992년 한중수교 직후 중국 열풍이 불던 1996년 대학생 때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삼국지와 김용의 무협지 속 이미지가 중국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전부였다. 직접 가서 본 자금성과 만리장성은 무한한 신비감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친절했고 그들의 눈엔 잘 살아보려는 열망이 가득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전력 에너지 회사에 입사했다. G2 중국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중국은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전의 해외 에너지 실무 분야에서 일하던 전현오에게 중국은 현실적 관심권으로 새롭게 시야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2021년 말 그는 중국 현지(산서성) 법인 책임자로 파견됐다. 환경과 문화, 시스템의 차이가 그를 힘들게 했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였다. 다름의 문제는 상대를 좀더 깊이 파악하고 진정성으로 소통을 해가면서 차츰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수교 30년, 이립을 넘긴 한중 관계가 상생의 새 장을 열어가야한다고 믿는다. 남은 중국 현지 근무 기간, 또 그 이후로도 그는 중국을 더 많이 탐구하겠다고 다짐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히든스테이지' 첫 주자 민주·김마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개최하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 '히든스테이지'가 드디어 막이 오른다. 20일 오후 4시 10분 유튜브 '뉴스핌TV'를 통해 공개되는 '히든스테이지'는 미래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갈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경연 대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4팀(명)이 매주 2명(팀)씩 출연하여 실력을 겨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의 첫 경연 주자는 민주와 김마누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민주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민주(본명 김민주·24)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아직까지 정형화된 음악 대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부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고향 부산에서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세상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번 '히든스테이지' 출전을 계기로 부산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다섯 살 때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불러서 칭찬을 받은 것이 노래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7살 무렵부터는 빅뱅의 열렬한 골수 팬이 됐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성악을 공부하면서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음대에 진학하여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김마누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밴드 '밍글'로 활동할 당시에 KT&G 상상 라이브 연습실 우승(2023)을 차지했고, 부산 MBC '마이스테이지' 가을 특집 출연(2024), KNN '마실가요, 따스함으로 물들다'에 출연(2024)하는 등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음악과 달리 개성이 넘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좋아한다. 또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여성 로커 제니스 조플린의 음악도 좋아한다.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참가곡은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와 '수도 없이'라는 곡이다. '너가 외롭고 아프지 않았음 해/ 내가 외로워져 아파지더라도 말야/ 넌 좀 달랐으면 해. 나와는 말야/ 내가 흘린 눈물의 반의 반만 흘렸으면 해'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는 이타적 감성이 돋보이는 노래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새웠어/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어 왔어/ 수도 없이 많은 사람 만나왔고/ 수도 없이 별 수도 없이/ 이제 나는 빈껍데기만 남아/ 아직도 꿈을 꿔/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며/ 밤을 새워'라는 노랫말을 가진 '수도 없이'는 코로나 시국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만든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민주. 2025.06.19 oks34@newspim.com 김마누(본명 김지범 ·34)는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는 싱어송라이터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언젠가는 음악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음악인 베드룸팝과 인디록을 지향한다. 베드룸팝의 대표주자인 Mac de Marco의 노래를 좋아한다. 엄청난 훅을 가진 그의 노래들과 일상 하나하나가 밈이 되는 스타일까지 마음에 든다. 제28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JTBC '슈퍼밴드 1'에도 출연했다. 멜로망스의 7집 앨범 '너랑'의 작곡자이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에서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2년도 1월 'I'll Be There'로 데뷔했으며 올해 또 다른 앨범 발표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히든스테이지' 출연을 계기로 국내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해외 페스티벌 참가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꿈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고 있는 부모님, 연인, 친구들에게 주는 노래 'I'll Be There'는 김마누의 대표곡이다. '이제 내게 기대/ 내가 늘 옆에 있어 줄게'라는 노랫말처럼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아련하고 고요하다. 여기에 비 오는 날의 숨결과 사랑의 리듬을 표현한 'Tiny Couch'를 부른다. 'Tiny Couch'에서 김마누는 사랑이란 거창한 말 없이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속삭인다. 'You hum that tune like you always do/ And I'll sing low, just like I promised to/ Your laugh fills me, baby I won't let go'라는 노랫말처럼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포옹과 같은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김마누.2025.06.19 oks34@newspim.com 미래의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히든스테이지'는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화 경연을 진행 중이다. 9월 첫째 주 본선 경연이 끝나면 심사위원과 응원단의 점수를 합산하여 톱 10 진출자를 결정한다. 10월 1일 오후 서울 홍릉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문화광장에서 마지막 톱 10 경연대회를 펼친다.  '히든스테이지' 대상(1명)은 500만 원, 최우수상(2명)은 각 300만 원, 우수상(1명)과 루키상(1명)에게는 각 200만 원 등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이 주어진다. 본선 진출자 모두에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라이브 클립 제작, 각종 공연 참여 기회 및 언론 인터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최종 우승자인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를 지원한다.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후원하는 '히든스테이지'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미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로 손꼽히고 있다. 제1회 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에이트레인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파일럿과 우수상을 탄 미지니가 배출됐다. 지난해 2회 대회에서는 뉴스핌 '히든 스테이지' 대상에 이찬주, 최우수상은 헤밍·채겸이 차지했다.  oks34@newspim.com 2025-06-20 09:13
사진
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