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나전칠기, 중앙박물관 3점 소장
전 세계적 고려 나전칠기 단 20점
4만5000여개 자개, 꽃·잎 문양 정교하게 묘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 세계에 20건도 되지 않은 고려 나전칠기가 일본에서 최근 환수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1년여 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한국으로 온 나전칠기는 13세기 고려시대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다.
문화재청은 6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최초 공개했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년 이상 보관돼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로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6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를 통해 일본에서 한수한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며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06 yym58@newspim.com |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친다.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학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희소성 있는 유물이라고 환수 설명회에서 소개했다. 최응천 청장은 "이 유물에 대한 소식을 듣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제가 조사한 바로는 한번도 밝혀지지 않은 유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고 봤더니 130년 만에 개인의 집에서 내려오던 유물로 일본에 알려졌고, 일본 소유주는 이 용도와 존재를 몰랐다"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저희가 긴급하게 이 나전함을 매입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입수해 조사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록 완벽한 상태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고려시대의 모든 기법이 다 동원돼 있고 전성기 나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 라고도 일컬어진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6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를 통해 일본에서 한수한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며 직접 설명을 하고 있다. 2023.09.06 yym58@newspim.com |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무늬가 고루 사용됐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으며, 외곽에는 약 15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500개에 달한다.
이용희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핵심적인 무늬와 구성 요소들이 잘 남아 있으며, 세밀한 문양 표현과 영롱하게 빛나는 나전의 색감이 탁월해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mm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mm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6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를 통해 일본에서 한수한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2023.09.06 yym58@newspim.com |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용희 전 보존과학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나전칠기가 3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고려 나전경함과 비교하면, 국박 소장 나전경함은 주무늬가 모란 넝쿨무늬이며 수리과정에서 경함모서리의 손상부분을덧칠해 일부 문양이 칠로 가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환수된 나전함은 주 무늬가 국화 넝쿨무늬이고 세밀함에 포커스를 뒀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6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를 통해 일본에서 한수한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2023.09.06 yym58@newspim.com |
두 유물의 공통점에 대해서는 "목심 표면에 직물을 입히고 골분을 혼합한 골회 옻칠을 바르는 목심저피칠기 기법을 한 것"이라며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하나가 골회다. 골회가 없으면 안된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환수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입 전에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 재료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밝혀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X선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해 정밀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목재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