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교섭 결렬·쟁의 절차…타협 가능성도
HD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 투표 결렬에 재교섭 시도
"노조 필요하지만, 어려운 경제에 파업 공감 못 얻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경제에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 오후 1시에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실시하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
사측이 노조에 교섭 재개를 요구한 가운데 향후 기본급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과 정년연장안 등이 막판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 여전해 5년 만에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는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이 이뤄져 창사 이래 첫 파업도 가능하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가 요구한 23건의 요구안 중 5건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교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기본급 13.1% 인상과 자사주 100주 지급,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60세→61세), 평균 가동률 85% 이상 달성 시 성과급 200% 지급, 월 중식비 8만원 인상, 하계휴가·휴가비 지원 신설(유급 5일+50만원) 등을 요구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본급 인상률이다. 사측은 이와 관련해 철강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경기 등 수요 산업의 침체가 이어지는 불명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이유로 기본급 2%대의 인상이 이뤄졌으며 임금 동결도 두 번이나 있는 등 고통 분담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양보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노조는 비상경영체제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의 평균 인상률이 26%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 행위에 대한 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등 본격 쟁의 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재개를 요구하면서 "앞으로도 회사와 근로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해 추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포스코 노동조합 임단협 출정식 [사진=포스코 노동조합] 2023.08.28 dedanhi@newspim.com |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은 다른 두 회사와는 다르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31일 오후 3시간 파업을 결정했지만, 노사는 지난 22일 기본급 12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350만 원, 휴양시설 운영 특별 예산 20억 원 지원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노사는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노사는 오는 29일과 31일 교섭이 예정돼 있어 새로운 합의안을 끌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같이 주요 기업의 임단협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현재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 논의가 나오는 회사들이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기업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지만, 파업이 실제로 이뤄지면 국가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의 어려움에도 어느 정도 경제적 성과를 내는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에서 파업이나 생산 중단이 되면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라며 "노동자의 권리로서의 부분은 인정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강성노조라는 일각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그동안 귀족노조나 세습이 비판을 받으면서 노조도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강성노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주 실장은 "노동자의 권익보호가 필요하고 선진국들도 노조의 활동을 요인해주는 분위기인 것을 고려하면 국가경제적 차원으로 보기보다는 노사정 간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 실장은 현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이 이뤄지면 부담이 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그 나라에 맞는 노사 문화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한 노조가 사업하기 어려운 최악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강성 노조가 최악의 구조 중 하나다"라며 "노동법도 경직돼 있고, CEO의 처벌 조항이 선진국의 1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사업하기 힘든 구조인데 특히 노조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많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현대차 노조를 지적하며 "사회적 합의가 되지도 않은 정년 연장을 이야기한다거나 R&D예산으로 써야 할 수익의 30%를 요구한다거나 좀 지나친 요구를 한다"라며 "강경한 노조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