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개월 신혼 초등교사 처남 데려다 주다 참변
치과 아들 잃은 노모 "살가운 자식이었는데" 눈물
5명 희생된 시내버스, 도로침수로 우회 운행 중 사고
사고 한시간 전 통화한 70대 엄마 연락두절 발동동
[청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 400mm 이상 내린 폭우는 9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든든한 가장이자 남편, 매일 안부전화들 하던 살가운 아들, 항상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어머니와 이별을 해야 했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단정을 타고 16일 오후 수색및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로 희생자들이 잇따라 수습되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15일 오전 8시30분쯤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흙탕물이 쏟아져 버스와 차량 15대가 지하차도에 고립됐다.
이 사고로 전날 30대 남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16일 오전 7시26분쯤 747번 급행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의 시신을 시작으로 5구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 및 장비들을 동원 16일 오후 수색및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침수 물을 퍼내자 버스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지하차도에 물이 빠지고 수색이 본격화하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났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희생자를 수습하는 병원에 모인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은 실종자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오열했다.
전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30대 남성은 결혼한지 두달도 안된 새신랑이자 초등학교 교사였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그는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이 장비들을 동원 16일 오후 수색및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그는 사고 당일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청주 자택에서 KTX 오송역에 바래다주려고 이동하던 중 지하차도에 갇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A씨는 처남과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 밖으로 헤엄쳐 나오던 중 실종됐다.
실종 한시간후 구조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셔 심페소생술을 받았지만 숨졌다.
A씨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20대 여성은 여행을 가기위해 친구와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가 변을 당했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 이 16일 오후 수색및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이 여성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찬다"고 다급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현장 지휘소 앞에서 만난 50대 B 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는 전날 오전 7시 11분쯤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씨는 어머니께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이후 어머니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통화 후 1시간여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엄마와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5명의 사망자가 집중된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원래 노선에서 우회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청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가 안치된 청주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2023.07.16 baek3413@newspim.com |
사고 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고속버스터미널∼충청대∼오송역 노선을 운행했다. 오송 지하차도는 이 노선에 없다.
하지만 이날 버스 운전사는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사고 당일 오전 5시30분부터 탑연삼거리에서 도로가 통제되자 우회 운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 아들을 둔 70대 노모도 출근을 한다며 나간 남편이 연락이 안된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아들은 평소 엄마와 30분씩 전화를 하던 살가운 자식이자 집안의 기둥이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아들이 찬물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슬품을 갖추질 못했다.
5명의 희생자가 안치된 청주 하나병원 장례식장은 큰 슬픔에 잠겼다.
사고소식을 듣고 속속 도착한 가족과 지인 친구들은 울음을 삼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 조문객은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청주 주요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연이어 발령됐는데 도로 통제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baek34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