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형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1997년 이후 사형 미집행…사실상 폐지
법조계 "입법 통해 사형제 존폐 결단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사형 집행시효 30년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사형제 존폐 여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형폐지국과 다름없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시효가 사라질 경우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운영되는 셈이지만, 이를 입법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4 mironj19@newspim.com |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30년으로 규정된 사형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형법은 사형 선고 후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만료돼 집행이 면제됐다. 법무부는 앞서 살인죄 등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15년을 폐지했으나, 판결로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들의 집행시효는 그대로 유지돼 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형법 개정을 추진했다.
특히 오는 11월 수감 30년을 맞는 사형수 원모(67) 씨의 집행시효 만료를 앞두고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해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원씨는 1992년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15년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원씨처럼 사형 집행시효가 만료되면 집행이 면제되는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고, 법조계는 법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되면 사형제는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2007년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집행시효 폐지로 수감 30년을 채운 사형수들에 대한 논란은 일부 해소됐으나, 더 나아가 사형제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사형제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 변론을 연 지 1년이 다가오지만 최종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 집행시효 폐지는 법무부가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임의로 운영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적으로 사형제가 있지만 시행하지 않는 건 행정 부작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가 사형제의 위헌성을 인정하더라도 수감 중인 사형수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결국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는 범죄자에게는 종신형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우선 국회가 사형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되, 사형제 존폐를 공론화시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입법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반면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여전히 거세기 때문에 집행 여부를 떠나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제도를 두고 집행하지 않는다는 건 논리상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종신형보다는 언제든지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압박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집행을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다"고 봤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교단체에서도 사형제 존폐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덕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 위원은 "헌재 재판관 교체를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사형제 위헌 여부가 결론 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공개변론을 연 지 1년째 소식이 없다"며 "빨리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제안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며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의 대체 형벌로 적절한지 논란도 있었지만, 필요성을 논의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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