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희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종합 상사 '빅4'의 올해 1분기 국내 실적이 석유,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 농장 모습. [사진=포스코인터] |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이하 LX인터)과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이익은 감소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인터)과 현대코퍼레이션의 수익은 증가했다.
포스코인터와 현대코퍼레이션은 고공행진하는 철강 가격의 수혜를 입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튀르키예 대지진 재건 프로젝트로 건설용 강재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철강 가격이 급등하는 등 철강 사업이 호조세다.
포스코인터는 올해 1분기 매출 8조3066억원, 영업이익 27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9.4% 늘었다.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고, 에너지·철강·식량 등 주력 사업부문이 골고루 성장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친환경 산업용 철강 판매가 지속되고 포항제철소 정상화로 공급량이 회복됐다"며 "브라질산 대두의 중국 판매, 인도네시아 팜유 판매가 늘어나며 식량 사업도 호조를 보였고 친환경사업도 수익성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7706억원,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52%, 76.60% 증가했다. 철강, 승용 부품, 석유화학 등 부문의 실적이 고르게 개선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LX인터와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다. LX인터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1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2%가 줄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7.9% 감소한 99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실적이 감소한 배경에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 시황 하락이 자리한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상사업계는 자원 트레이딩 마진 확대 효과를 누렸지만, 올해부터 자원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러시아가 저렴한 원유 공급을 확대하며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1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분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80.3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 단지 전경. [사진=삼성물산] |
상사업계는 중심 사업이던 트레이딩에서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차전지 관련 사업이다. LX인터는 니켈 확보를 통한 사업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니켈 정련과 전구체 생산 비중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이에 필요한 중간재 관련 사업 계획도 논의 중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갖춘 성일하이텍과 독일 공장 건설·운영 투자를 결정하고 사업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성일하이텍이 재활용해 얻은 니켈과 코발트를 배터리 소재 업체에 공급하는 등 상사 본연의 역할도 수행한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LX인터는 올해 한국유리공업을, 지난해에는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신소재 생분해 플라스틱(PBAT)에도 360억원을 투자했다.
LX인터 관계자는 "자원개발, 트레이딩 등 기존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여 창출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친환경 광물 및 에너지 등 전략육성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태양광 개발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얻은 개발 수익이 9000만달러(1192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태양광·풍력을 포함한 신재생 발전 단지 완공·운영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8년 미국으로 태양광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9월엔 호주 신재생 법인을 신설하고 추가적인 지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수소 사업 확대도 선언했다. 지난해 LG화학·두산에너빌리티·남해화학과 청정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업계의 친환경 요구에 대한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자원 트레이딩과 신재생 에너지 운영 노하우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