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508명 증언한 인권탄압 사례 담아
5년 전 발간했으나 공개않아 '눈치보기' 논란
권영세 통일장관, "실질적 개선 위해 노력"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탈북민 500여명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발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450쪽 분량의 보고서 2500부를 31일부터 정부 부처와 민간 기관·단체, 언론 등에 발송해 정책 자료 등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평양 만수대언덕에 세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는 북한 주민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3.30 yjlee@newspim.com |
북한인권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채택된 이후 2018년부터 해마다 발간됐지만 북한의 반발과 탈북민 신상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에 부쳐왔다.
하지만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윤석열 정부는 이번에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공개를 결정했다.
보고서에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4개의 장에 걸쳐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실태가 담겨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즉결 처형'을 포함한 극단적인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증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살인 같은 강력 범죄뿐만 아니라 마약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이 수집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임신 6개월의 여성이 공개 처형된 사례를 적시했는데, 북한 당국은 시중에 유포된 동영상 속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르키는 동작을 문제삼아 극단적인 처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2023 북한인권보고서. [사진=통일부] 2023.03.30 yjlee@newspim.com |
앞서 2015년 강원도 원산시에서는 16∼17세 청소년 6명이 남한 영상물을 보고 아편을 피웠다는 이유로 사형선고 뒤 곧바로 처형되기도 했다.
구금시설 내 인권은 더욱 열악한 상태로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의 형집행시설인 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형자가 교화소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 동료 재소자들의 증언들이 지속적으로 수집됐다"면서 "함흥교화소의 경우 2016년과 2017년에 연이어 도주 중 검거된 수형자에 대한 처형이 있었다"고 전했다.
탈북민 사이에 악명 높은 전거리교화소를 비롯해 구금시설에서 도주하다 검거된 수형자에 대한 처형 사례가 여러 차례 수집되었다.
보고서는 "공통된 증언 내용을 살펴보면, 처형은 교화소 소장의 주도하에 총살의 방식으로 집행됐고 처형 전에 재판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교화소 도주죄를 이유로 사형을 집행한다는 낭독이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수형자 전원을 교화소 앞마당에 집합시켜 놓은 뒤 소장이 '도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고 하면서 처형 장면을 강제로 보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은 드라마·영화 등 한류 유입과 관련한 단속과 처벌도 강화하고 있는데, 2017년 이후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널리 유포되면서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뿐만 아니라 외부정보로부터 영향 받을 수 있는 옷차림·생활방식 등까지 단속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예전에는 외부 정보로 단속될 경우, 비교적 적은 금액의 뇌물을 주고 무마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점점 필요한 뇌물의 액수가 늘어났다고 하며 최근에는 공개비판을 받거나 노동교화형 등 처벌받은 사례도 다수 수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3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만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8.31 yooksa@newspim.com |
특히 북한은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외부정보 접촉·보관·유포에 대해 노동교화형 10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한국 드라마·영화·음악을 접촉·보관·유포한 경우에는 더욱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집단 아사 사태와 관련해 보고서는 노동당에 의한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당 수 주민은 장마당 등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무상치료제도 말뿐이어서 의사에게 뇌물을 주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증언이 있었다.
이번에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는 2017∼2022년 탈북한 508명이 증언한 1600여개 인권침해 사례를 기초로 작성됐다.
통일부는 전체 조사대상 3412명 가운데 문답서를 작성한 탈북민 2075명을 대상을 선별작업을 벌여 '2017년 이후 탈북'이란 조건에 부합하고 신뢰성 있고 의미있는 증언이라 판단되는 508명의 증언을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설명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금번 보고서의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특히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첫 공개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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