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최초로 금융 역사 특별전 마련
'목돈의 꿈: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3일 개막
10억으로 자산 투자 게임 체험 공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월급만으론 못 산다. 재테크는 이제 필수다."
2021년 실시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가정 하에 대략 14년이 걸린다. 집을 살 목돈을 모으려면 재테크를 해야 한다. 부동산, 주식, 코인, 미술품 등 최근에는 재테크 방식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저축'이 가장 큰 재테크 수단이었다. 당시 '저축의 날' 표어로 '매미처럼 후회말고 개미처럼 저축하자' '오늘의 저축없이 내일의 번영없다'가 걸릴 정도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목돈의 꿈: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가 3일부터 개최된다. 2023.03.02 89hklee@newspim.com |
'재테크'에 대한 화두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던졌다. 박물관은 관람객에 목돈으로 10억원을 제시했다. 당신에게 목돈 10억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재테크하겠습니까? 부동산, 주식, 예금 중 어느 곳에 투자할 건가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연구하고 정리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남희숙)이 국내 최초로 재테크의 역사를 소개한다. 오는 3일부터 가계 금융을 주제로 한 특별전 '목돈의 꿈: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를 개막해 6월25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인이 자산 축적을 위해 노력해온 저축과 투자 등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목돈을 모으는 재테크 수단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를 토대로 관람객이 10억을 갖고 자산 투자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전시장 말미 10억을 갖고 자산 투자를 할 수 있는 게임 공간이 마련됐다. 2~4명이 모여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옮기며 미션에 따라 투자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예금, 부동산,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대한민국의 주요 경제 변동 상황에 해당하는 수익률 변화를 주사위 게임을 통해 확인하면서 자산 투자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말판에는 다양한 조건과 상황이 주어진다. '주가 폭락' '수출 1억 달러 달성' '부동산 투기 억제' '오일 쇼크' 등 다양한 경제 상황 가정 하에 이뤄지는 게임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3.03.02 89hklee@newspim.com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돈'과 '재테크'를 소재로 한 이번 특별전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전시는 2021년 하반기부터 기획됐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 상황, 치솟는 물가와 급락하는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까지. 관람객이 금융에 관한 정보 없이 무리한 투자로 희생되지 않도록 대중이 알고 싶은 돈의 흐름과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를 통해 포괄적으로 담아냈다.
올해는 예금, 부동산, 주식 시장 등으로 테마를 나눠 전체적인 재테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종목별로 나눈 금융 전시도 계획 중이다.
전시 초입에는 근대 금융기관 도입 이전 사람들의 목돈 마련 방식을 소개한다.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는 광복 이후에 유의미하게 이뤄졌다. 광복 이전, 그러니까 현재 70대 이상의 국민들은 은행 거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돈을 모았다.
돈이나 귀중품을 땅에 묻는 일도 많았고 금고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일본의 금고 제작사 아사히에서 출시한 '아사히 금고'를 볼 수 있다. 제일은행의 전신으로 조선저축은행의 행원이었던 조부의 소장품을 박재희 씨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또 쌀을 절약하기 위해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숟가락씩 덜어낸 쌀을 담아 보관하던 절미통도 자산 보관의 수단으로, 실탄박스로 만든 금고도 목돈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아사히 금고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23.03.02 89hklee@newspim.com |
상부상조의 개념이 담긴 전통적인 '계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신뢰가 끈끈한 사람들이 일정한 금액을 내고 주기적으로 모인 곗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계주가 돈을 받고는 잠적하는 등 금융사기도 빈번했다. 현행법상 계는 통상적인 계약으로 인정하고 있고 계주가 처음부터 사기하려는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 한 형사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일확천금의 꿈 '복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전시장에는 해방 이후부터 발매된 다양한 복권들과 과거 추첨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1969년 9월15일 무주택 군·경 유가족, 국가유공자, 파월장병의 주택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한국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서 발행한 주택복권 1회 견양이 펼쳐져 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당시 기금 마련과 주택 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 올림픽복권도 볼 수 있다.
복권과 저축을 결합한 '복운예금'도 소개한다. 해방 후 부족한 재원 조달과 연평균 100%가 넘는 물가 상승을 막고자 저축독려 차원에서 등장한 저축과 복권을 결합한 금융상품이다. 복운예금은 1등 당첨자가 상금 1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고소득군에 속한 목수의 월급이 평군 12만1000원임을 고려하면 688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전시장에는 1949년 조선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에서 복권 형태로 발행한 '건국기념예금증서'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시대별 저축 관련 체험판 2023.03.02 89hklee@newspim.com |
전시 중반에는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주제로 하는 재테크의 역사가 펼쳐진다. 주거 안정의 수단으로써 부동산을 거래하는 데 있어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며 직접 부동산 거래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또한 한국의 독특한 주택제도인 전세와 50%가 넘는 아파트 거주의 역사, 아파트를 얻기 위해 정관수술을 했던 1970년대의 이야기도 전한다.
주식을 중심으로 한 투자 역사도 흥미롭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개소 이후부터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지금과 다른 방식의 거래도구 변천사, 경제개발을 위해 국민들에게 투자를 권하고 소액 채권으로 경조사비를 내도록 권하던 시절은 투자가 단순한 목돈 마련의 수단이 아닌 국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주식투자게임인 '트레이딩 플로어'는 주가 형성 과정과 투자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남희숙 관장은 "우리 국민은 광복 이후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저축으로, 투자로,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가 경제를 살리는 주역으로 활동해왔다"며 "이번 전시에서 그 공로도 만나보고 지혜로운 경졔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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