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사퇴
법무부 1차 인사검증…"검증 여부 확인 불가"
尹 측근 전현직 검사들의 인사검증 비판
법조계 "법무부 인사검증, 헌법에 위배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사퇴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전현직 검찰로 채워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 검증 권한을 박탈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를 인사혁신처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와 정계 등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돼 지난 26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과거 자녀가 저지른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져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된 검찰 고위직 출신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02.26 yooksa@newspim.com |
대통령실 또한 정 변호사의 임명을 급히 취소했으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재심 판결문에는 그가 강제전학 위기에 처한 아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술서를 직접 손보고 적극적으로 방어했다는 증언이 기록돼 논란이 확산했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이 2019년 학교폭력 대책 지역위원회로부터 전학 처분 재심 결정을 받자 법정대리인으로 나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됐으나 최종 패소했다.
판결문에 담긴 목격자 진술서에는 정 변호사의 아들이 평소 계속 아버지 자랑을 하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발언한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는 과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으며 정 변호사의 이름으로 판결문만 검색해보더라도 알 수 있는 정보로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당시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 검증 업무를 확립하겠다고 자신했으나 정 변호사의 인사 검증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인의 인사 검증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며 "대통령실에서 검증 의뢰가 오면 1차적으로 객관적인 검증만 한다"는 입장이다.
1차 검증 업무를 맡은 법무부에 부실 검증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확산하자 야권은 한 장관의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인사를 검증하겠다고 인사검증관리단을 만들어 놨으면 책임져야 한다"며 "(한 장관이 사퇴하는) 정도의 책임을 지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태를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당시 파견 검사 3명이 당시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 검사 등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워지면서 공직자 인사에 윤 대통령의 검찰 인맥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 업무를 맡는 것은 정부조직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인사혁신처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 사태는 깜깜이 체제로 이뤄지는 인사검증의 피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인사검증 권한은 정부조직법에 없기 때문에 헌법에 반한다"며 "인사혁신처 내부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을 두고, 타 기관에 공직 후보자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사실조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 담당 자리에 전현직 검사들이 배치됐으니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며 "인사 검증 고유 권한을 가진 인사혁신처가 인사 검증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인사검증 업무를 맡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며 "검찰을 통솔하는 기관에서 내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면 수사와 연결되지 않을 수가 없고 업무도 혼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