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 전략핵·생화학무기 사용시 대가" 경고
전문가들 "러, 우크라군의 침략 여길시 전략핵무기 사용"
일각에서는 "中눈치로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 제기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북부 하르키우 영토의 상당 부분을 탈환하면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핵옵션을 꺼내들 것이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중대한 대응 경고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CBS방송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략핵이나 생화학무기 사용을 현재 검토 중이라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란 질문에 "하지 말라"(Don't)는 말을 연달아 세 번 강조했다.
18일(현지시간) CBS방송 '60분'(60 Minutes)과 인터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CBS방송 캡처] |
곧이어 그는 "전략핵이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당신(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없었던 새로운 국면으로 전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다. 그들의 공격 수위에 따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쓴다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며 직접 파병이 아닌 첨단 무기 지원만 해왔다.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이 곧 3차 세계대전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조만간 전술핵과 생화학무기 사용으로 불리해진 전시상황을 타개할 계획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과 관련한 화학물질의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상무부는 "러시아가 펜타닐을 우크라 군사 공격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2014년에 강제 병합한 우크라 크림반도 동북부 잔코이 지역 마을에서 폭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08.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들 "러, 자국 침략 여길시 전략핵무기 사용"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지 약 7개월 동안 서방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언젠가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미 육군 준장 출신의 러시아 국방 전문가인 케빈 라이언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최근 미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푸틴이 핵무기를 포함한 어떠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할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러시아가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州)에서 '가짜' 국민투표로 영토 편입을 강행한다면 향후 우크라군의 영토 수복 작전시 "이는 우크라군의 러시아 침공이 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때만 핵무기를 쓰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전략핵무기 옵션을 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군의 영토 수복작전이 러시아 영토 침입이 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징집령을 내릴 명분이 생긴다. 라이언 연구원은 "해외 군사작전상 현재는 전체 병력의 35%만 가동할 수 있다. 자국 침략이라고 여겨질 경우 징집령이 가능하다"며 "나토 국가들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쓰인다는 것도 문제다. 러시아는 나토로부터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는다고 간주하고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로즈 고테몰러 전 나토 사무차장 역시 우크라군이 최근 동북부 지역 일부를 수복하면서 러시아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흑해에 전략핵무기를 발사하거나 우크라 군 기지를 겨냥한 전략핵무기 발사로 "우크라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해 결국 굴복시키려는 목표의 작전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1의 평론가 이고르 코로첸코는 지난 15일 방송에서 "러시아군은 이제 전술핵무기가 사용되는 시나리오를 연습하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곧 나토로부터 직접적인 핵 최후통첩을 받을 수 있다"고 해 러시아군의 전술핵무기 군사 훈련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09.17 chk@newspim.com |
◆ "전술핵 사용 가능성 낮아...중국 눈치에 리스크 너무 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크진 않다고 말한다. 미 해군 제독과 나토 총사령관 출신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플레처법률외교대학원 학장은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에 쓴 기고문에서 "푸틴은 핵무기 사용시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부정적 보복이 따를 것을 너무 잘 안다"며 "석유과 가스를 팔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며 중국을 적어도 수동적으로 자기편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적으로 어느 편에 서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인도 등 남아시아에 계속해서 탄화수소 판매를 하길 원할 텐데 전략핵무기 사용은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이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전략핵무기 사용은 서방으로부터 이에 상응한 대응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자국의 안전을 담보로 삼아야 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러시아가 전략핵무기를 특정 우크라이나 군사기지를 겨냥하거나 우크라 정부를 무너뜨리고 서부 리비우의 우크라군 물자 수송로를 차단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푸틴은 재래식 무기만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전략핵무기로 얻을 이익이 잠재적인 리스크보다 적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틴이 대량살상무기(WMD 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생화학무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스타브리디스 학장은 주장했다. 우크라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을뿐더러 과거 시리아 내전에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 러시아는 암묵적으로 용인한 전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스타브리디스는 "핵무기가 아닌 생화학무기일 것이란 예측은 큰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대재앙까지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