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최대 90% 하락 줄줄이
IPO대어 쏘카 울고 배터리 웃고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올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까지 증시에 장상한 10곳 중 4곳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과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혹독한 시련의 새내시주…공모가 대비 90%↓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3일부터 8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총 42곳으로, 이중 18곳이 공모가 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낙폭이 큰 기업은 모아데이타다. 모아데이타는 이상탐지 기술 기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AI기술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IT관리시스템(AIOps) '페타온 포캐스터'와 건강 이상 예측 서비스 '플로핏'이 주력 제품이다. 지난 3월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모아데이타의 공모가는 2만원에 시작됐지만, 지난 8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16% 내린 2040원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 대비 89.8% 떨어졌다.
모아데이타의 주가 하락은 연이인 무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모아데이타는 7월 5일 1주당 5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모아데이타는 지난달 19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뒤에도 두 번이나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같은 달 25일부터 급락했다.
대형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22일 코스피에 입성한 쏘카는 첫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1조'는커녕 공모가를 하회하며 청약 참패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쏘카는 상장 직후 2.14% 하락한 2만 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2만8000원)과 같은 가격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개장 초반 2만 915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쏘카는 코스피 1호 '유니콘 특례상장' 기업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 29.41% 할인된 2만8000원으로 낮췄다. 공모 본격화에 앞서 공모가 책정 방식에 논란이 제기됐는데, 실제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191건 중 165건이 밴드 하단 미만을 써냈을 정도로 고공모가 논란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일반 청약률도 15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쏘카 이외 올해 상장한 기업 중 나래나노텍(-29.13%), 위니아에이드(-26.90%), 브이씨(-31.27%), 노을(-26.05%), 이지트로닉스(-37.84%) 등 순으로 공모가 대비 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 연이은 참패에도 배터리 흥행 '성공'
새내기주의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2차전지주는 큰 폭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서만 37만 1000원에서 48만 6500원으로 31.13%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역시 15% 이상 상승했다. 이들 기업이 속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 역시 하반기에만 14.35% 올랐다.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7472억원어치 사들이며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SDI(4710억원)을 두 번째로 많이 샀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2차전지 대표주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폐배터리 종목 역시 선전하고 있다.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 성일하이텍은 지난 7월 28일 상장 이후 현재까지 공모가 대비 84%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또 다른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인 새빗켐 역시 지난 4일 코스닥 상장 첫날 '따상'을 터치하기도 했다. 새빗켐은 현재 공모가 대비 156.29%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상승세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기대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통과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지목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정부가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약 482조원)를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IRA에서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고 있으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증권가에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2025년까지는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그에 따른 그에 따른 셀 스크랩 발생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후부터는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이 증가해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