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5일부터 5박 7일의 일정으로 21대 후반기 의장 취임 첫 순방을 다녀왔다. 김 의장의 첫 순방지는 동유럽 국가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였다.
폴란드는 축구 스타 레반도프스키,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백작 밖에 몰랐던 기자는 의장 순방길에 함께했다. 전임 박병석 전 의장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순방에도 참여했던 기자의 두 번째 동행 취재였다.
김 의장은 13시간의 긴 비행에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내리자마자 짐도 풀지 않고 곧바로 폴란드 엘쥐비에타 비테크 하원의장과 1시간 가량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김 의장은 이어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로 이동해 소린 미하이 큼페아누 교육부 장관, 루치안 로마슈카누 문화부 장관, 튜도르 프리세카루 연구혁신디지털부 차관, 코스민 기쩌 국영원자력전력사 사장 등 정부 핵심 각료들과 만났다.
루마니아에서는 알리나-슈테파니아 고르기우 상원의장 직무대리와 이온-마르첼 치올라쿠 하원의장을 연이어 만났다.
정치부 김승현 차장 |
김 의장의 이번 순방 키워드는 '원전·방산·부산엑스포'였다.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체제 전환을 선택한 두 나라는 급속한 발전을 진행 중이다. 필연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커졌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담당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원전 현대화 사업과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두 나라의 방산도 큰 시장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우리 기업 현대로템(K2전차 980대), 한화디펜스(K-9 자주포 648대), KAI(FA-50 경공격기 48대)는 지난 7월 폴란드 국방부와 총 20조원 규모 방산 기본계약(Framework contract)를 체결했다. 다만 아직 본계약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폴란드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조 단위 규모로 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의장이 첫 순방지로 이들 두 나라를 선택했다. 두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반 관계보다 높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 의장은 현지 최고위급 각료들 및 의회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우리나라 원전 및 방산 기술의 우수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한국-루마니아-미국의 삼각 협력 방안도 가능함을 제안하며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안을 제시키도 했다.
국회의장 해외 순방에 곱지 않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워낙 낮은 탓에 해외로 나가는 것을 '외유'로 보는 선입견이 크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순방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국가 의전서열 2위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며 개도국이나 왕국의 경우 한국 국회의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며 세계 10위권의 발전을 이룬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또 협력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장에 대한 의전과 대우가 극진하다. 또한 기업의 해외 현지 주재원들이나 대사관의 경우 해당국 최고위직과 미팅 한 번 하기 어렵지만, 의장은 왕국의 왕 또는 대통령, 총리, 의회 지도자들 등 최고위직과의 비공개 회담이 가능하다.
그래서 의장의 순방국으로 선정된 국가의 대사들과 현지 기업 주재원들은 고국의 높아진 위상에 한 목소리로 힘이 난다고 한다.
김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차기 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루마니아 하원의장과 긴밀히 논의했다. 박병석 전 의장은 UAE에서 실권자인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고, 바레인에서는 하마드 국왕 및 살만 왕세자와 연쇄 회담을 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장관은 잘해야 장관만 만나지만 국회의장은 대통령부터 총리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며 "의장의 외교는 국가 대 국가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두 나라 고위직들을 만날 때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상기시키며 원전, 방산에서의 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 정부와 국회, 재계가 모두 합심해 뛰고 있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도 잊지 않았다.
특히 루마니아 상하원의장들로부터는 윤석열 대통령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의 양국 정상회담의 다리를 놓아줄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
길지 않은 순방 기간 내 다수의 최고위직을 만나기 위해 릴레이 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국회의장의 순방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