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준금리 3%시 가계대출 금리 7% 이상 치솟아
가계대출 평균금리 7% 되면 190만명 원리금 못갚아
기준금리 3.65% 전망도…주담대·신용대출 금리 급등
[편집자]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경기침체(R)의 위기에 처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와 환율도 고공행진하는 3중고로 하반기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대립 격화로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정부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한국경제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와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폭에 따라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달할 경우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7%로 치솟고, 대출자 중 190만명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말 기준금리가 3.6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급격한 이자 부담 증가는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당국 및 경제연구원,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연말 기준금리는 3%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7월 본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인상했다.
글로벌 IB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대 높은 물가상승률과 한미 금리역전 우려 등이 그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빅스텝' 직후 기준금리 3%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하면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7% 이상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23%로 한 2013년 9월(4.26%)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4%, 6%를 뚫었다.
주담대 금리의 경우 금융당국의 경고음에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로 상승폭이 제한됐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개월 사이 1%p 넘게 급등했고 7~8등급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4%에서 7%로 3%p 오를 경우 약 190만명이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말 기준 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61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말 평균 금리 3.96%에서 향후 3%p 오를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70%를 넘는 이들이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140만명 대비 50만명 증가한 수치로, 부채금액은 122조9000억원 늘어난다.
DSR 70%은 연소득의 70%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의미로, 소득에서 최저생계비 제외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들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국 금리인상 수준을 따라갈 경우 연말 기준금리가 3.6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분석을 통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추정했다.
한경연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65%로 추산했다. 2002년 1월 이후 한미 간 적정 기준금리 차이가 최소 0.53%p 였다는 점이 감안됐다. 한국이 적정 기준금리 차이인 0.53%p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2.25%보다 1.4%p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연말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 8%에 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신용대출 금리도 9%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경연은 기준금리가 추가로 1.4%p 인상될 경우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34조1000억원이 된다고 추정했다. 가구당 이자부담은 292만원씩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경연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 대출자들이 20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가계 등 민간의 취약한 금융방어력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과 장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인상은 불가피한데 다만 미국 정도로 (금리인상을) 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금리 역전을 오래 허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은 금리인상 가운데 전반적으로 시장상황을 안정화시킬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아야 한다"며 "금리인상은 불가피하고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중간목표인 환율, 통화량 등에 영향을 줘 최종목표가 다 망가질 수 있고 실물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