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자 선정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경영난으로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도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노인요양시설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근로자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노인요양시설은 지난 2020년 근로자 7명에게 경영상 해고를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근로자들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불복한 A노인요양시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 판정을 받았고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면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고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는 지난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급여비용 5억3000만원 상당의 환수결정을 받았고, 지난 2020년에는 50일간 업무정지처분을 받으면서 수입이 없는 상태였으며 사업장의 입소자 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해고를 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하여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근로자 전원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소자 중 약 30명이 업무정지기간 종료 후 재입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업무정지기간 이후 영업 재개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수에 관한 별다른 검토 없이 이 사건 해고를 단행했다"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근로자 대표들은 원고가 경영상 해고 공고문을 게시한 다음날부터 경영상 해고 협의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해고의 대상이 된 이 사건 근로자들과 해고 협의에 관한 내용을 공유했다는 구체적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인정되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거나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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