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 작품에 너무 몰입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웃을 준비 하고 보면 웃기거든요. 하하. 편안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서진이 데뷔 24년차에 변신을 꾀했다. 그간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동명 웹툰 원작 '내과 박원장'으로 코미디에 도전했다. 극중 40대 중년의 애환을 제대로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서진 [사진=티빙] 2022.02.08 alice09@newspim.com |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점수를 후하게 주셨으면 좋겠고요(웃음). 재미있는 배우들과 일하면 촬영을 안 할 때 재미있는 일이 더 많아지거든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제가 한 작품 중에 제일 즐거웠던 촬영장이 '내과 박원장'이었고요. 그래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서 잘 된 것 같네요."
원작 웹툰은 실제 의사가 연재를 시작해 화제를 모았으며,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현실을 그려낸 메디컬 코미디이다. 이서진이 맡은 박원장은 돈 많은 명의가 꿈인 초보 내과 개원의로, 서비스 정신이 발휘될수록 후드득 떨어지는 탈모와의 전쟁에 시달리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리고 이서진이 처음으로 대머리 분장에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저는 사실 캐릭터 변신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박원장도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 중 하나인 것 같고요. 예전엔 왕과 기업의 실장 역할 등을 많이 했지만 이젠 박원장처럼 40대 중년 역할이 훨씬 익숙하거든요(웃음). 제가 의사 선생님들을 너무 존경하는데, 이런 분들이 개원했을 때 힘듦과 아픔을 갖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아서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연기하는 건 너무 재미있었지만 특수 분장은 힘들었죠. 하하."
이번 작품이 화제가 됐던 건 단연코 이서진의 분장이었다. 대머리부터 시작해 드라마 내에서 시도한 여러 분장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서진은 "대머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장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서진 [사진=티빙] 2022.02.08 alice09@newspim.com |
"대머리 분장은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여장이 나올 줄은 몰랐죠. 하하. 뒷부분 대본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여장을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웃음). 분장팀이 자꾸 욕심을 내서 눈 화장도 하려고 해서 막아보고 하고, 버럭도 했고요. 그래도 분장으로도 화제가 됐다면 정말로 다행입니다. 하하."
원작이 있지만 드라마는 웹툰과 다소 다르다. 웹툰은 초짜 개원의의 애환과 고충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드라마엔 여러 인물이 나오는 만큼 의사가 아닌 그저 주변을 살고 있는 중년 남성의 애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사실 웹툰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대본을 먼저 받아보고 원작을 찾아 봤고요. 감독이 원작으로 각본 쓴 걸 봤는데, 보고 나서 사실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주변 젊은 친구들한테 대본 모니터링을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재미있게 보는 거라면 재미있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죠. 웹툰은 박원장이란 사람의 애환이 많은데, 저는 드라마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40대 중년 남성의 모습이 저에겐 중점이었죠."
TV매체에서 간접광고(PPL)은 몰입을 방해하는 불청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OTT에서는 PPL도 하나의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걸 살린 작품이 '내과 박원장'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서진 [사진=티빙] 2022.02.08 alice09@newspim.com |
"드라마에서는 PPL이여도 아닌 것처럼 해야 하고, 티가 많이 나면 욕도 많이 먹었잖아요. 근데 이 작품은 OTT라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대놓고 홍보를 했었거든요. 하면서도 웃기고 재미있더라고요. 몇몇 장면은 제가 일부러 더한 것도 있어요. 하하. 저에겐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제작진도 해도 된다고 하니까 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코믹 연기 대가들의 배우들 총출동과 이서진의 코믹 연기 도전으로 호평을 얻었지만 작품 내에 인터뷰 형식과 다소 현란한 카메라 무빙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서진은 "몰입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사실 이런 연출을 해외에서 많이 봐서 낯설지는 않았어요. 감독 의도가 어떤지 미리 듣기도 했고요. 국내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거라서 되레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이런 시도를 했던 해외 드라마도 잘된 사례가 많았거든요. 낯선 분들도 있을 테지만, 기존과 똑같은 식으로 촬영했다면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이게 박원장의 특징이 될 것 같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하나의 재미 요소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과 박원장'을 몰입해서 보시는 것보다, 웃을 준비 하시고 보면 웃기거든요. 이런 연출이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하시는데 몰입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편안하게 보시길 바라요."
드라마 촬영은 끝났지만, 종영까지 4회가 남았다. 코믹 장르로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작품을 더한 이서진은 앞으로도 코미디 작품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사실 큰 목표는 없어요. 배우로서는 제가 충분히, 너무 감사할 정도로 목표를 성취를 한 것 같고요. 이제 한 작품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죠.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될 것 같은 작품을 택했다면, 이제는 '이거 내가 하면 재미있겠는데'라는 작품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오래 배우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품을 택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