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10전투비행단 수원기지서 '부대장' 엄수
공군 "민가 피하려 조종간 놓지 않고 탈출 안해"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야산에서 민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전투기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KF-5E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28·공사 64기)이 14일 영면에 들었다.
심 소령 영결식은 이날 오전 고인이 근무했던 경기도 수원 제10전투비행단 기지체육관에서 부대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들, 부대 장병들, 서욱 국방부 장관,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추서 계급)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2022.1.14 [사진=공군] |
심 소령 소속 부대 지휘관인 박대준(준장) 제10전투비행단장은 영결식 조사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심 소령 영전에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며 유족들에게 "모든 공군 장병들의 마음을 모아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끝내 고인이 아끼고 사랑하던 전투기와 함께 무사귀환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뒤로 한 채 조국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별이 되고 말았다"며 "심 소령은 끝까지 의로운 전투조종사의 길을 선택했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으로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참군인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그는 "떠나는 고인 앞에서 가슴속 깊이 저며오는 슬픔과 한없는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심 소령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조국 영공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반드시 완수해 나갈 것을 굳게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고 심정민 소령! 사랑하는 정민아! 그 꽉 잡은 조종간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그대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부디 편안히 잠드시게"라는 말로 고인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리며 조사를 마쳤다.
심 소령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인 김상래 공군 대위는 추도사를 통해 "정민아 너를 데려간 푸른 하늘이 오늘도 우리 위에 있어 저 하늘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며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교훈이 우리에게는 당연히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왜 하필 너여야만 했을까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은 영결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결혼 1년차 신혼에 남편을 잃은 부인은 영결식 내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 참석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공군에 따르면 공사 64기로 2016년 임관한 고 심정민 소령은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하며 기량을 쌓아온 전투조종사이며,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수상할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
전투조종사로서의 자부심이 남달랐던 심 소령은 평소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소령은 또 병무청이 선정한 '병역명문가' 가문의 일원이다. '병역명문가'는 1대부터 3대까지 모든 가족이 현역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현재까지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한 심 소령이 민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100m)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락한 전투기 F-5 비상탈출좌석은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좌석(KR16)으로 교체해 항공기 속도(0~550knot, 1노트는 1.852km/h)와 고도(0~5만ft, 1피트는 30.48cm)에 무관하게 안전한 사출이 가능함에도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순직했다는 설명이다.
공군은 "현재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가 사고조사를 진행 중이며, 수거된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통해 확인한 사항으로, 종합적인 사고원인은 사고조사 이후 발표 예정"이라고 말했다.
F-5E 사고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수원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 중 항공기 좌우 엔진화재경고등이 켜지고 이어서 항공기의 기수가 급강하했다. 이후 조종사는 비상탈출(Eject)을 두 차례 외쳤으나(Call "Eject! Eject!") 탈출하지 못하고 기지 서쪽 약 8km 떨어진 경기도 화성시 인근 야산에 추락하며 사망했다.
전투기는 주택이 몇 채 있는 마을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추락했고 심 소령은 부서진 전투기 동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