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문제부터 정치풍자까지
자본과 권력 꼬집기, 신랄한 비판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인종차별, 반전(反戰) 메시지까지 연초 극장가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로 채워졌다. 강력한 풍자로 주목받은 아담 맥케이 감독과 '킹스맨' 시리즈를 이어온 매튜 본 감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초이자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스조차 신작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시대의 문제의식을 펼쳐낸다.
◆ 스필버그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인종차별 문제 전면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서 다시 피어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죠스' '쥬라기 공원' 'E.T.' '인디아나 존스' '맨 인 블랙' '트랜스 포머' 등 할리우드의 숱한 명작 블록버스터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그가 첫 번째로 시도하는 뮤지컬 영화로 낙점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61년에 한 차례 영화화 됐던 세계적인 흥행 스토리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1.12.24 jyyang@newspim.com |
특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원작에서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삼아 앙숙인 두 가문의 대립을 1900년대 중반 미국 중심부에서 극심했던 유색인종 차별로 풀어내며 재해석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각각 몬태규와 케퓰러 가문의 자제로 비극적인 로맨스를 그려냈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뉴욕의 슬럼가의 폴란드계 백인 무리 제트파와 푸에르토 리코 이주민들인 샤크파의 대립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중 뉴욕 슬럼가의 주인을 자처하는 제트파는 온전치 못한 부모, 환경 탓에 일자리를 유색인종들에게 빼앗기는 형국이다. 두 집단의 끊임없는 갈등 속 사사건건 공공의 적 취급을 당하는 푸에르토 리코인들은 물러서지 않고 맞선다. 단순히 1950년대 뉴욕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로부터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자행하는 이민자들을 향한 공격은 유럽에서, 미국에서 또 국내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게다가 원작 이후 60여년이 지난 2022년에도 조금도 덜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어쩌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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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전 생애에 걸친 흥행과 명성에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윤제균 감독과 화상 대담을 통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언제나 내 최고의 뮤지컬이었다. 나는 항상 춤과 음악과 연기가 함께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사랑은 언제나 의미 있는 주제이며, 분열 또한 오늘날 중요한 주제다. 지금이 이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바로 지금, 이 영화를 연출한 인연을 털어놓은 바 있다.
◆ '돈 룩 업' '킹스맨'에도 담긴 문제의식…톱스타들도 공감
앞서 지난 12월 극장에서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은 한층 살벌하고 신랄한 톤으로 미국의 정치, 사회 풍자를 쏟아낸다. 아담 맥케이 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사회비판적 의식을 담아낸 영화 '빅 쇼트'로 제 88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문제적 감독이다. 그의 이같은 명성에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공공연히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도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돈 룩 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2021.12.06 jyyang@newspim.com |
그리고 이같은 바람은 '돈 룩 업'에서 현실이 됐다. 제니퍼 로렌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조나 힐,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차고 넘칠 정도의 황금 라인업이 완성됐다. '돈 룩 업'은 혜성 충돌을 예측한 과학자들이 미국 대통령, 정부 측과 말도 안되게 대립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특히 아담 맥케이 감독은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기아, 재난 상황 등의 현존하는 문제를 혜성 충돌에 빗대 표현하고 전례없는 위기 속에도 돈벌이와 편 가르기에 혈안이 된 자본과 권력을 꼬집는다.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자명한 진실을 외면한 채 손쉽게 모든 행동을 정치화하고 우왕좌왕하는 행태를 영화 내내 신랄하게 풍자한다. 영화의 수위를 고려했을 때 수많은 톱스타들이 선뜻 이작품에 출연한 이유와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2021.12.23 jyyang@newspim.com |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도 의미있는 메시지는 이어진다.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국제 마약 밀매 조직 '골든서클'의 수장 '포피'(줄리안 무어)를 통해 마약 카르텔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또 사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세력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띄운다. 시즌1부터 시리즈를 맡아온 매튜 본 감독은 "이 영화는 반전(反戰) 영화다. 극 중 옥스포드 공작의 '우리는 평화를 위해 폭력을 쓸 수 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수호하는 평화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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