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패소 이어 대우조선 인수도 위기 '겹악재'
악재 속에서 임금체계 개편 관련, 내부 잡음 커져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겹악재 속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9년 간 이어져 온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데 이어 3년 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도 유럽연합(EU)의 부정적 입장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1일 현대중공업에 통상임금 소송 당사자 지위를 승계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에 향후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한 당사자 지위는 현대중공업이 갖게 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 6000억 규모 충당금 설정 부담...대우조선 인수 무산 위기 '겹악재'
현대중공업은 이번 통상임금 소송의 규모를 총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6000억원은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의 4년 6개월치 임금 소급 적용분이다.
원고 패소한 원심이 부산고법으로 파기환송되면서 최종 판결 시 현대중공업은 이를 노동자 측에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 측은 손실충당금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41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선 2분기 강재가 인상분을 손실충당금으로 반영한 데 이어 신조선가가 인상되면서 수익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까지의 누적 6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2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면서 내년도에는 실적 개선이 전망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6000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할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종적인 금액은 파기환송심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 규모가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충당 부채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악재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 측에 LNG사업 부문 독과점 해소 방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국조선해양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EU가 요구한 LNG사업 부문 매각에 대해 사실상 거부 방침을 밝힌 것이다.
EU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LNG선 사업 관련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에 우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LNG선 가격 인상 등 시장 독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U가 끝까지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다. EU의 기업결합 불승인 시 유럽에서 합병 회사의 영업이 불가해지고,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LNG선을 비롯해 조선산업의 경우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 쪽 힘이 막강해 조선사 입장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LNG선 산업도 그렇고 조선산업은 독점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기업 결합 최종 심의 결과를 해가 지난 내년 1월 20일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임금체계 개편 과정서 진통...직원 대상 강요 논란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내부 진통도 겪고 있다.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담화문을 통해 내년도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내년 1월부터 현대중공업 사무직의 월차를 폐지하고 기본급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임금체계 개편의 주요 내용이다. 기본급은 월차 폐지와 약정 휴일 축소 등을 통해 인상하며 직급은 과장, 차장, 부장에 해당하는 HL3, HL4, HL5를 책임으로 일원화한다. 이번 임금체계 개편은 책임까지만 적용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사무직 직원들이 최근 직장인 소셜 커뮤니티에 이번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강요가 있었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은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 '사실상 위력으로 인한 강요가 있었다'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동의절차를 다시 진행하길 요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이상균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 내용에 있어 조직 및 개인 간 장단점이 공존하고 일부 개편의 장점을 많이 누리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끝이 아니며 조직 안정화와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시작"이라고 맞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의 절차를 따르도록 교육했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강요가 있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며 "다만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사전 교육을 실시했으며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무효처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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