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서 벗어날 권리, 판단 받지 않을 권리"
회복 지원받을 권리·살 권리 등 13개 권리 담아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임삼진)는 20일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을 맞아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이 권리장전은 자살 유가족이 삶의 온전성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13개의 권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자살 유가족들이 겪게 되는 죄책감과 유가족에 대한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시각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필수적인 사항들을 담고 있다.
이 권리장전에 정리된 자살 유가족의 권리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권리 △자살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권리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권리 △정직한 답변을 들을 권리 △속이는 일을 당하지 않을 권리 △희망을 유지할 권리 △평화와 자존감을 가질 권리 △자살로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권리 △개성을 간직할 권리, 자살로 인해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 △회복을 도와줄 상담과 지원 그룹을 찾을 권리 인정 받을 권리 △새로운 시작을 할 권리 △살 권리 등이다.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에서 표명하는 권리는 사실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 전체의 책임과 의무를 담고 있어 자살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새겨두어야 할 내용이다. 예를 들어 자살 유가족에 있어서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하지 않을 의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1984년 처음 만들어진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은 그동안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 의해서 수정, 변용되어 활용해 왔는데, 핵심 권리들이 빠지거나 주체가 모호해지는 등 오역으로 인해 13개의 권리 전체가 '살 권리'로 응축되는 권리장전의 핵심을 흐리는 사례가 있어,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전문을 다시 번역해서 발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 유가족은 "자살 유가족들은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원을 할 때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진실을 알 권리를 포함해서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의 내용 하나하나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다. '살 권리'를 말할 때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도 있다"고 말한다.
생명존중시민회의 임삼진 상임대표는 "자살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뜩이나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서,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비난과 몰이해, 억측을 감수해야 한다. 많은 유가족이 자살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에는 자살이라는 사회적 아픔을 함께 치유하고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나침판이 담겨 있다.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이 유가족 자신의 인식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