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과학기술 알릴 스웨덴 주재관 파견 좌절
2019년 활발했던 우주청 설립 논의도 흐지부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글로벌 관계망을 토대로 연구 협업체계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 확대 등 방안이 연달아 좌절되자 과학기술계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우주청 신설은 물론, 국제 과학연구 협력에 힘을 실어줄 해외 주재관 파견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뒷짐을 지면서 과학기술 육성에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누리호 발사 이후 독립적인 우주관리 기관인 우주청 신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우주청 신설은 우주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10여년간 논의돼 왔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과기부 내부에서 1개 국 또는 실 규모 수준의 조직 확대 방안에 대한 얘기도 함께 검토되는 정도다. 과기부 역시 우주청 신설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으나 조직 확대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 우주개발 전담조직 절실…열쇠 준 행안부 '강건너 불구경'
정부 조직 확대에 상당히 보수적인 행안부가 우주 관련 조직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들어 국회가 '우주청 신설'을 공식 제안하면서 2019년 9월께 관련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해당 공청회에서 과기부 담당자는 과기부 내 우주개발국 신설을 통한 우주청 설립 준비 방안을 행안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후 이같은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 2021.10.21 photo@newspim.com |
조직 확대가 그만큼 어렵다는 게 과기부 관계자의 푸념이기도 하다. 현재 행안부는 우주청 등 우주개발을 위한 조직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우주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된 우주개발 기관 설립을 위한 입법안도 마련됐으나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다. 여당에서는 누리호 발사 이후 송영길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나 대선 정국에서 우선순위에 밀려났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아직은 국가 차원의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국내 우주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며 "현재 과기부는 정부부처이다보니 몸집이 크고 우주 선진국의 우주청에 대응하는 조직이 마련돼야 협력사업과 수출 등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 주재관 절실…행안부 '나몰라'
이와 함께 국제적인 과학기술 연구 협업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과기부의 노력도 행안부의 결정에 좌절됐다.
'노벨상의 나라'인 스웨덴에 과기부 출신 직원의 외교부 주재관 파견이 해마다 제안됐으나 행안부는 거절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올해에도 외교부에 신청했으나 행안부가 최종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꼭 노벨상을 받기 위한 네트워크라기보다는 기초과학 기술의 중심지인 유럽에서의 국제적 연구와 협업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조예가 깊은 주재관이 파견돼야 한다"며 "실제 주스웨덴 대사가 과학기술 영역에서 배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스웨덴에 과학기술분야 외교를 담당할 직원이 상당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초적인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떤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4~6일 노벨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각각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지구온난화 연구에 대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나베 슈쿠로(眞鍋淑郞·90)는 28명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자료=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2021.11.0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정부 부처의 조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기부 산하의 한국연구재단도 예산 문제로 스웨덴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톨홀름에 설치된 북유럽과학기술협력센터는 센터장 공개 채용도 하지 못해 현지 주재 사무소장이 임시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보다는 과학기술계 인사가 현지에서 다양한 인맥을 쌓고 공동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나 센터장 연봉인 2~3억원 수준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센터장 채용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현판식도 열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초 공식 개소식을 열 지를 두고 과기부와 연구재단이 논의중이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현재 운영비 등은 4억8700만원 정도로 내년 예산도 동일한 상태"라며 "새로 설립한 센터에 대해 센터장 뿐만 아니라 직원까지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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