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선 방향 익히고 필드에서 거리 맞추면 자신감 두 배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아마추어 골퍼라면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는 말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여도 1m 남짓 짧은 퍼트를 놓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게 골프이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도 똑같다. 거의 모든 우승 인터뷰에서는 "퍼트가 잘 됐다"라는 단골 멘트가 등장한다.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1, 7208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 1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김민규(20·CJ대한통운)도 "퍼트 자신감이 생긴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티샷후 타구의 방향을 살피는 함정우. [사진= KPGA] |
여자친구의 퍼트로 우승을 따낸 함정우(27·하나금융그룹)는 "퍼팅은 흘린 땀의 총량에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30분씩이어도 좋으니, 매일 꾸준히 퍼터를 손에 쥐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꿀팁'으로 제시했다.
함정우는 홀당 평균 1.78퍼트로 코리안투어 전체 20위에 올라 있다. 고감도 퍼트 실력은 지난 3일 막을 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빛을 발했다. '여자친구'인 KLPGA투어 강예린(27·페퍼저축은행)의 퍼터를 들고 나온 대회에서 15언더파 273타로 2년 5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퍼터는 남성 여성용 차이가 크지 않다. 길이와 무게만 맞으면 유소년 선수들도 성인용 퍼터를 사용한다.
이에대해 함정우는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름부터 성적이 안 나와서 변화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아이언 클럽을 모두 교체했는데 성적이 좀 나더라. 마침 (강)예린이가 '이거 한 번 써볼래?'라며 자기 퍼터를 주길래 분위기 한 번 바꿔보자 싶어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공을 굴려야 하는 퍼트는 꽤 예민한 도구다. 길이와 무게도 맞아야 하고, 스트로크 유형에 따라 헤드 모양도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평소 반달 모양(말렛) 헤드에 헤드 중앙에 샤프트가 달린 34인치짜리 센터 퍼터를 쓰던 함정우는 "이 전까지는 색상(검은색) 등 세밀한 것까지 피팅을 해서 썼다"고 귀띔했다. 정작 우승을 선물한 퍼터는 흰색에 33인치짜리 평범한 퍼터였다. 피팅 없이 있는 그대로 들고 나왔는데, 덜컥 우승을 선물한 셈이다.
그는 "길이가 짧으니 상체를 더 숙여야 해서 잘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볼과 눈 사이가 짧아지니 정확성이 담보된 것 아니냐는 너스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퍼팅 라인과 볼 라인을 정렬하지 않고 퍼트하던 습관도 '여자 친구 퍼터'를 들고 나온 이후에는 바꿨다. 터치감에 변화가 생겼으니 '더 정확하게 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함정우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퍼트 잘하는 비결'을 공개했다.
함정우는 "퍼트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거리감이나 그린을 읽는 눈 등은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퍼팅은 흘린 땀의 총량에 비례한다. 라운드 전날 급하게 연습하는 것보다, 방바닥에서라도 매일 꾸준히 스트로크 연습을 하면서 손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습장 그린은 시멘트 바닥에 얇은 인조잔디를 깔아 연습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함정우는 "그래서 나는 골프 채나 막대기, 티 등을 이용해 퍼터가 지나가는 길을 만든다. 스트로크 반복 훈련으로 공이 똑바로 구르게만 만들어 놓아도 필드에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은 연습장에서, 거리는 필드에서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드라이버나 퍼트나 똑같은 한 타"라고 강조했다.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