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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인가, 선망국(先亡國)인가 (2) :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기사입력 : 2021년09월01일 12:49

최종수정 : 2021년09월02일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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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 미·영·프 등 GDP 선진국은 왜 속절없이 무너졌을까
GDP 숫자는 국민을 허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허위지표
결국 일본처럼 정치가 문제... 획기적인 사회양극화 개선책 절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지난번 (1)편 기사 '예지력 빛난 선진국 담론'에서 선망국의 요건을 잠시 예시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가장 긴 노동시간,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높은 우울지수 등이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큰 범주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하도 많이 들은 얘기라 으레 그러려니 하는 자포자기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눈 떠보니 선진국>의 저자 박태웅 의장이 제기하는 선망국 요건은 보다 직접적이다. 그야말로 '뼈 때리는' 문제제기다. 그는 재능 있는 자들, 충직한 자들은 떠나거나 죽임을 당하고, 무능하고 제 이익을 지독히 챙기며, 그만큼이나 처신에 능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만이 남는 이 사회를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의 한국 사회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① 많이 떼먹을수록 상을 준다 : 한국 사회는 돈을 많이 뗴먹을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벌을 주지 않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300여건의 재판에서 범행액수가 300억원이 넘었던 11명 전원이 집행유예로 모두 풀려났다.

②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OECD 최상위권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재 상해·사망 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인 피고인 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지 86명으로 전체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절대 다수가 집행유예(33.46%)와 벌금형(57.26%)이었다. 벌금형의 경우에도 자연인은 평균 420만원, 법인 448만원에 그쳤다.

호주는 노동자 사망시 고용주에게 최대 징역 25년, 법인에 최대 60억원의 벌금형을 내린다. 우리도 소위 '김용균 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과연 이 법으로 '죽음의 외주화'를 얼마나 방지할 수 있을지.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6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산재 사망·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긴급 비상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6.07 mironj19@newspim.com

③ 노력하면 벌을 내린다 : 경리단길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입자가 열심히 잘해서 고객을 끌면 건물주가 월세를 3배 이상 올려 그간 고생한 댓가, 혹은 그 이상을 한꺼번에 가져가 버린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본사가 바로 옆에 같은 가맹점을 내거나 영업을 방해해서 뺴앗아버린다. 전형적인 자본의 갑질, 횡포다.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예들이 있지만, 심각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그만 줄이자. 박태웅 의장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한 사회의 자원배분의 요체는 그 사회의 보상체계, 즉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돈도, 인재도 그 사회가 파놓은 보상체계의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잘못된 인센티브 시스템은 사회의 영혼을 망가뜨린다."

'언제 저렇게 망가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진적 행태를 거듭하는 일본 역시 오래 전에 공정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무너졌고, 에러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한일역전>의 87p, 일본 젊은이들 보수화 경향의 이유에 대해 이런 진단이 나온다. 

"근래 일본은 '악의(惡意)'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블랙바이트나 블랙기업* 등 젊은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일상적으로 악의가 넘치는 사회처럼 보인다. 젊은이들은 정치도 그런 것이라며 가볍게 치부해버린다. 이같은 현상은 '격차사회(양극화사회)'라는 개념이 일본에 등장한 이후인 지난 10년 정도에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젊은층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 '블랙기업'은 주로 청년 노동자에게 비상식적인 불법 노동을 강요하는 악덕기업. '블랙바이트'는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에게 불법, 편법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 

선진국을 말할 때 가장 자주 거론하는 척도가 국민총생산(GDP)이다. 그러나 GDP만큼 이율배반적이고, 국민을 속이기에 쉬운 자료가 없다. GDP만을 맹신하면 지난 연말의 혹한에 속절없이 무너진 미국 텍사스주같은 일이 벌어진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41%, 천연가스의 25%, 풍력발전량의 28%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혹한의 정전으로 60여명이 얼어죽었고, 전기요금이 무려 8천%나 올라서 한 달 요금으로 2천만원을 낸 집도 나왔다. 민영화돼 있는 텍사스 전력회사가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유로 텍사스와 다른 주를 연결하는 전선들을 다 끊어놓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영국 노팅엄대 리차드 왈킨슨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대수명, 문맹률, 영아사망률, 살인, 감옥 수감률, 미성년자 출산율, 사회적 신뢰, 비만, 정신병, 중독, 사회적 유동성 등과 같은 지표들은 의외로 GDP와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자나라인데도 비만률과 감옥 수감률이 높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지표들을 빈부격차 순으로 비교하면 Y=X에 맞먹는 아주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같은 선진국들이 어이없이 무너진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매우 놀랐다. GDP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연구를 보면 그런 현상이 설명된다. GDP는 선진국의 핵심이 아니다. GDP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빈부격차를 줄이느냐가 '진짜 선진국'의 요체인 것이다.

그래서 OECD나 IMF같은, 어찌보면 선진국에 매우 경도된 경향을 보이는 곳에서조차 빈부격차를 줄여야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는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나눠주라는 언질을 계속준다. 2014년 OECD는 '불평등과 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낙수효과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낙수효과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는 국가가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정책은 여전히 GDP 위주다. 2021년 기획재정부 정책을 보면, 빅3 성장동력화를 통한 제조강국 진입, 110조원 규모의 공공·민자·기업 투자 프로젝트 등 우리가 개발도상국 시절에 흔히 들었고 봐왔던 캐치프레이즈의 반복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1.08.31 yooksa@newspim.com

정부는 8월 3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친(親)가족 5대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5개 육아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그 중의 하나로 기준중위소득 200% 이하인 경우는 셋째 자녀부터, 기초수급·차상위계층 가구는 둘째 자녀부터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애 하나도 안낳는 판에 무슨 셋째와 둘째에 대한 대학등록금 지원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정책이라는 비판이었다.

지난 2006년 이후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예산이라며 발표한 사업의 총 예산액은 국비 기준 198조5329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200조원을 썼는데도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84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0년후 인구 100만을 넘는 시·도는 한 곳도 없고, 모든 지방도시들이 소멸하게 된다. 오로지 서울 강남·광진·관악·마포구, 부산 강서, 광주 광산, 대전 등 8곳만 살아남는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여전히 돈을 줘서 아이를 낳게 하겠다는 저급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런 정책 기조가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그게 아니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아이를 낳는다. GDP는 늘고 있지만 부는 한쪽에 계속 몰리는데, 70% 이상의 대다수 서민들이 어떻게 아이를 낳겠다는 용기를 가지겠는가.

<추월의 시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런 해답을 내놓았다. 정부가 2가지를 사회적 차원에서 약속하라는 것이다. 첫째는 절대적 측면에서 부모가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사회가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워주겠다는 약속이다. 둘째는 상대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를 살아갈 구성원 모두가 사회 지도층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니,  '한국 사회에서의 평범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설득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산은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일종의 '성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출산에 따른 불편함을 개인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성찰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8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코로나 베이비, 출산감소 대안은 없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제공]

모리사마 미치오(森嶋通夫, 1923-2004) 오사카대학 및 런던정경대학 명예교수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9년에 이미 <일본의 몰락>이라는 책을 썼다.  '2050년에는 일본 몰락이 현실화 된다'는 예언이었고, 일본을 곤경에 빠뜨릴 가장 큰 원인으로 자민당 중심 장기 집권 일본 정치를 지목했다. 대(代)를 잇는 세습 정치, 정신의 황폐와 금융의 황폐, 교육의 황폐가 일본을 몰락시키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치 무능과 부패가 일본을 몰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노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이 정치를 타락시키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정치인들, 문제를 직시도 못하고 해결할 능력도 없는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주는 정치환경이 일본의 적(敵)이라고까지 했다.

일본은 이제 영락없는 후진국으로의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라고 일본과 다를까? 우리도 현재 거론되는 선망국 조짐들을 대수술하지 않으면, 일본의 모순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선망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결국은 정치가 문제다.

선망국의 개념을 제시한 조한혜정 교수는 칼럼집 <선망국의 시간>에서 "쓰나미처럼 몰려온 물신(物神)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아프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괴물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모순의 정점에 있던 국가 최고권력자를 파면시킨 촛불혁명처럼 세계사에 찾아보기 힘든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2018년 8월 한 인터뷰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서구 언론과 지식인들은 자기 나라 시민들은 제국주의적 발전 과정을 통해 형성된 '안락한 지대(comfort zone)'에 익숙한 나머지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현 시대의 모순을 누구보다 첨예하게 느끼고 움직이기 시작한 한국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는 말을 전했다. 자기들은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물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안락하게 죽어가는 개구리 꼴이지만 한국 시민들은 급하게 뜨거워진 물을 감지한 개구리처럼 튀어 올라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비유를 들면서 말이다."

우리는 비관적 선망국과 긍정적 선망국의 기로에 서 있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아인슈타인이 일찌감치 말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면 미친 놈"이라고.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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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단타, 11월에만 5조 팔았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영국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9~10월 단기 매수세로 코스피를 4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영국계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약 5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급 전환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까지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단기간에 코스피를 다시 40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이탈보다는 업종 재배치·수익 실현·헤지 전략 등 다층적 조정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영국계, 활발한 거래에도 낮은 보유 비중…'단타 성향' 뚜렷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4조99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금액은 13조5328억원으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월 영국계가 2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4조2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외국인 매매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투자자는 총 557조원 규모(매수 273조9270억원, 매도 283조730억원)를 거래하며 외국인 전체 거래액의 44.7%를 차지했다. 국적별 기준으로는 거래 비중 1위였지만, 보유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등 높은 회전율이 특징적이다. 이는 중·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유동적 자금 특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9월 2조2000억원, 10월 2조4000억원 등 두 달간 총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코스피는 9월 말 3424포인트에서 10월 말 4107포인트까지 약 20% 급등했다. 이후 이달 3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1.87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고, 거래 비중에서도 영국계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한 달 새 300포인트 넘게 밀리며, 전날(26일) 기준 3960.87로 마감했다. ◆ 수익 실현 흐름 속 업종·자산군 재배치 뚜렷…"ETF 투자도 변화 감지" 코스피 4000선을 끌어올렸던 외국인 수급이 11월 들어 주춤하면서, 이번 수급 전환의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은 특정 업종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해외 자산이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비중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레버리지'(93억8000만원)였고,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64억2000만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6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5억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절반이 중국 테크 및 미국 증시 관련 상품으로 구성돼 외국인 자금의 관심이 해외 주요 지수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TOP10'(-79억원), 'TIGER200선물레버리지'(-68억원), 'KODEX AI반도체'(-56억9000만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으며,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국내 ETF였다. 개별 종목에서도 자금 재배치 흐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25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NAVER, 한화오션 등이 포함됐다. 반면 셀트리온, 이수페타시스, LG 씨엔에스, SK바이오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통 반도체주에서 인프라, 바이오, AI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물 매도를 통해 일부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나 국채 등 대체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재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국인 유입에 기반한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만들어낸 구조적 상승이었다"며 "현재 조정은 큰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nylee54@newspim.com 2025-11-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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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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