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8. 1봉기 무장 투쟁의 총성이 울린 곳
홍군 국민당 군 격퇴 난창 점령, 건군 기념일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홍군 장정의 출발지 루이진(瑞金)에서 출발한 기차는 3시간 만에 장시성 수도인 난창(南昌)에 도착했다. 2020년 9월 14일 밤 10시 30분, 늦은 시간이었지만 장시(江西)성 성도인 난창시 난창 서역은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승객과 지하철로 환승하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몹시 붐볐다. 베이징에서 징강산(井岡山, 吉安시의 현급시), 징강산에서 루이진, 루이진에서 다시 장시성의 성도인 난창으로 들어오는데는 모두 4일이 걸렸다.
장시성의 수도 난창은 코로나19 검역이 징강산과 루이진에 비해서는 다소 엄한 편이었다. 하지만 젠캉바오(健康 앱)와 체온만 정상이면 별다른 통제가 없었다. 공유택시 디디 차량을 불러타고 역사를 벗어나자 제일 먼저 '8.1' 구호가 눈에 띈다. 1927년 공산당이 주도한 8월 1일 봉기(8.1 起義)는 난창의 혁명 정신이 됐고 난창은 '8.1'을 홍색 도시의 간판으로 내걸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장시성 성도인 난창 시내 중심가에 8.1 난창 봉기 기념탑이 자리하고 있다. 1927년 8월 1일 난창 봉기는 공산당 무장 투쟁의 시발점이 됐다고 공산당사는 전하고 있다. 2021.07.08 chk@newspim.com |
호텔 위치와 동선을 고려해 남창의 홍색 유적지 탐방은 8.1광장 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열어 키워드로 '8.1'을 입력하니 8.1광장을 비롯해 8.1대도(大道), 8.1대교 등 8.1과 관련한 여러 지명이 나타난다.
난창시 둥후(東湖)구 8.1 광장을 클릭한 뒤 3분도 채 되지않아 공유차량 디디(滴滴) 택시가 도착한다. 디디 기사들은 대체로 일반 택시 기사에 비해 더 친철하고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디디 택시 기사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여행 가이드다.
"8월 1일 난창 기의(起義, 봉기)는 인민해방군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어요. 난창의 8.1광장은 난창 기의와 혁명 정신을 기리는 곳입니다. 오늘날 8.1 광장은 도시의 심장부로 주민들의 휴식터이자 경제 문화의 중심지와 같은 곳이예요". 디디 공유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힌 뒤 난창은 혁명 도시이며 영웅의 도시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인민해방군 신병들이 '입대 영광'이라는 어깨 끈을 두르고 난창시 난창 서역 역사 부근에 집합하고 있다. 1927년 8.1 난창 봉기를 기념해 중국은 8월 1일을 건군 기념일로 정했다. 2021.07.08 chk@newspim.com |
중국 공산당은 1차 국공합작이 결렬된 후 일어난 난창봉기에 대해 공산당이 무장 투쟁을 통해 정권 쟁취에 돌입하고 중국 공산당의 인민군대가 창설되는 시발점이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1927년 8월 1일 새벽 저우언라이 주더 등이 이끄는 군대 2만 명이 난창에서 봉기를 일으켜 4시간 여에 걸친 격전 끝에 국민당군 3000여 명을 격퇴하고 난창 일대를 점령한다.
중국 공산당은 난창봉기가 국민당과의 무장투쟁 돌입에 총성을 울린 사건이라며 역사적 의의를 강조한다. 1933년 중국은 8월 1일을 '공농 홍군 성립 기념일'로 정했다. 훗날 정식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이 창설된 후에는 난창 봉기가 일어난 8월 1일을 건군절로 확정했다.
8.1광장에는 '8.1 난창 기의 기념탑'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편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진 작가는 기념탑에 금빛으로 쓰여진 글씨가 공산당 혁명원로 예젠잉(叶剑英)이 직접 쓴 것이라고 알려줬다. 기념탑 아래 3면에는 난창 봉기의 역사가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난창의 볼거리 텅왕거 누각에서 오른쪽 편으로 8.1 봉기를 기념한 8.1대교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교 한쪽 입구 양편에 덩샤오핑 개혁개방 구호인 '흑묘 백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21.07.08 chk@newspim.com |
8.1광장은 8.1 대도와 인접해 있고 베이징 서로, 중산로 등으로 이어지는 난창 교통의 중심지였다. 난창에는 징강산과 루이진에는 없던 파란 하늘색의 텐센트 칭쥐(青桔, 청귤) 공유 자전거가 운영되고 있었다.
자전거는 도시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는데 도보 여행 만큼이나 유용한 수단이다. 위챗으로 자전거 핸들 위의 QR 코드를 스캔하자 1.5위안 짜리 청귤 자전거의 열쇄가 철컥하고 열렸다. 이어 가오더 지도앱을 켜자 난창 중심가가 표시된다. 자전거 페달을 밟은 지 얼마안 돼 눈앞에 중산로 교통 표지판이 나타난다.
8.1광장에서 가까운 이곳 중산로는 장시성의 성후이(省會, 성 수도) 난창에서도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가 가운데 한 곳이다. 높은 빌딩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봐 이곳은 난창의 업무와 상업중심지인 것 같았다. 자전거 길 옆으로는 스마트폰 매장, 한류 패션 복장가게, 영화관, 미용점, 레스트랑 등이 끝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산로를 지나 한참을 더 가다보니 난창 8.1기념관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전인 2007년에 한번 와 본 곳이다. 문 앞을 지키는 보안 경찰은 오늘은 문을 열지 않는 다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라고 안내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장시성 성도 난창 시내에 자리한 8.1봉기 기념관. 2021.07.08 chk@newspim.com |
기념관을 뒤로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지하철 역이 나타난다. 도시를 체험하는데 있어 전철은 자전거 만큼이나 괜찮은 교통 수단이다. 전철 역들은 도시의 많은 랜드마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장시성 수도이지만 난창 인구는 1000만명이 채 못된다 지하철은 1,2호선 두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었다. 3, 4호선도 조만간 개통될 것이라는 예고 인 듯 지하철 노선도에 점선으로 함께 표시돼 있었다.
모바일 위챗 결제로 지하철 표를 구입했다. 베이징과 다른 크림슨 색의 동그란 플라스틱 코인으로 만든 지하철 표가 이채롭다. 지하철 요금은 짧은 구간 요금이 2위안으로 베이징보다 훨씬 저렴하다. 교통 요금에 비춰 볼때 이곳 물가는 베이징에 비해 많이 싼 것 같았다. 지하철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승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지하철 이동인구가 도시의 활력을 재는 지표중 하나이고 보면 장시성 난창의 경제도 중국 다른 도시처럼 빠른 속도로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두어 정거장을 지나 난창시가 가장 자랑거리로 여기는 텅왕거(滕王閣) 역에서 하차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장시성 성도 난창 시내 강서 혁명열사 기념관에 총을 잡은 홍군 병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2021.07.08 chk@newspim.com |
여행 비수기이고 평일인데도 텅왕거 누각은 여행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텅왕거는 후베이(湖北) 우한(武漢)의 황허루(黃鶴樓), 후난(湖南)성 웨양루(嶽陽)시 웨량루와 함께 중국 '강남의 3대 누각'으로 불린다. 텅왕거는 도시의 젖줄인 간장(赣江) 동쪽 편에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텅왕거 누각에서 공항 방면 간장의 상류 쪽을 바라보면 8.1 봉기를 기념해 건립한 8.1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8.1대교는 무장투쟁의 공산 혁명과 개혁개방의 정신을 결합한 다리다. 대교 입구엔 덩샤오핑 방문을 기념해 설치한 개혁개방 상징물 '흑묘 백묘(덩샤오핑의 경제발전을 강조한 개혁개방 구호)' 조각상이 자리잡고 있다.
덩샤오핑은 생산력(경제발전, 專)을 강조하는 류사오치 노선에 동조했다. 이로인해 문화혁명 기간 이념 투쟁(紅)을 주장해온 마오쩌둥에 의해 모진 핍박을 받았다.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도중인 1972년 난창에 하방돼 노동을 통한 사상개조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류사오치는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문화혁명의 암흑기를 뒤로하고 덩야오핑 시대가 열리자 난창에는 장시성 홍색 지구중 가장 먼저 현대화 건설과 개혁개방 구호가 울려퍼쳤다. 덩은 난창을 찾아 생산력 발전을 역설했고 사람들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경제건설에 매진했다. 시장 경제가 확산되고 이념 투쟁은 역사의 저편으로 흔적을 감췄다. 새빨간 혁명도시 난창은 제2 개혁개방과 혁신을 도시 발전의 새 아이콘으로 내걸고 미래를 향해 줄달음 치고 있다. <10회에 계속>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장시성 난창시 난창 서역 기차역 인근 호텔에서 내려다 본 빌딩 공사 현장. 2021.07.08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