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추사와 맞닿은 한국 현대미학, 시간과 동작을 머금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서울 성수동 서울숲의 더페이지 갤러리(대표 성지은)가 추사(秋史)에서부터 현대를 가로지르는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형영(形影), 시방(十方)'이라는 타이틀로 개막한 이 전시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150여년 전 추사의 글씨와 오늘날 우리 현대미술가들의 회화, 드로잉, 조각이 시대를 건너뛰어 서로 조응하고, 공명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특별전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추사 김정희의 작품 '매화시옥'에 이우환의 회화 '조응', 최인수의 무쇠조각 'At the Edge of Sound'가 어우러진 '형영 시방'전 전경.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전시타이틀 중 '형영'은 형체와 그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형과 영은 분명 따로이지만 동시에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마치 150년 이 땅에서 미술이론가이자 학자, 예술가로 살았던 추사 김정희와, 지금의 작가인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관계가 바로 형영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대선배인 추사와 현대의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바로 형체와 그림자인 동시에, 넓게 보면 한 덩어리이기도 하다. 또한 전시제목 중 '시방세계'란 불교에서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에, 상하의 열 방향을 아우르는 개념인 이 말은 전세계, 곧 우주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는 추사의 '매화시옥(梅花詩屋)'이라는 예서 현판과 초서로 된 서간문이 나왔다.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용대 전 대구시립미술관장은 오래 전부터 추사에 주목해왔다. 추사가 추구한 초월적 세계의 정신성이야말로 '한국 모더니즘 미학'의 시작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추사의 작품 '매화시옥'이 단순히 서예 작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작품은 완벽한 공간구성과 회화적 조형성을 드러낸 '회화'라는 것이다.

추사의 '매화시옥'은 봄이 찾아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를 마주하며 옛 선비들이 시회를 열었던 곳에 걸렸던 현액이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단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매화를 찾아 탐매(探梅)여행을 떠났던 선인들의 마음을 담은 추사의 작품을 기획자는 '한자의 의미를 배제한 채 회화적 결구를 이뤄낸 작품'이라고 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과 그 영으로서의 글씨가 하나로 조응하며 이뤄낸 놀라운 시방적 세계라는 것이다.

추사의 작품에 내재된 이 같은 초월적 예술세계에 화답하며 한국미술은 유구한 궤적을 이어왔고, 오늘날 담담하면서도 밀도있는 현대적 조형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게 기획자의 기획논리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최명영의 회화 'Conditional planes', 최인수의 조각 'From a Distant'가 추사 글씨와 어우러진 '형영 시방'전.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는 따라서 추사의 인문학적 세계, 시방세계에 닿는 태도에 주목한다. 거기에 더해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정신적 공간을 살펴보는 기획이다. 추사를 중심에 두고, 그의 시방적 세계관을 우산처럼 펼쳐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 이 세 작가의 작업이 그림자, 곧 영(影)처럼 공명함을 확인해보는 전시인 것이다.

'형영 시방'전에는 추사의 작품 두 점이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이우환의 추상작업 '조응'과 최명영의 지문 연작및 종이작업, 최인수의 무쇠및 나무조각이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일찍이 추사의 회화적 결구가 이뤄낸 자유롭고도 초월적인 세계가 오늘의 한국미술에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우환의 '조응'은 작가의 '바람' 연작이 변화된 단계로, '바람'시리즈의 회화적 요소가 해체 재구성되며 바둑의 화점처럼 점들이 지긋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조응'은 대형 화폭에 네 개의 점만 찍은 그림이다. 그 점들은 너무도 단순해 무심한 듯하지만 아주 예민한 고려를 통해 그 자리에 위치하며 '균형과 파격'을 이룬다. 기획자는 이 작품이 추사의 시방적 결구가 이우환식 평면성으로 환원된 것으로, 미학적 균형과 관계의 세계라고 평한다. 추사가 한 획, 한 획을 더할 때마다 놀라운 '공간의 확장'을 보여주듯 이우환 또한 점을 더할 때마다 화면 속으로 침잠하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명영은 이번에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작업한 '지문' 연작을 출품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가는 캔버스에 구획과 선을 구상한 뒤, 자신의 생각을 물감에 침투시켜 손가락으로 마치 지휘하듯 리드미컬하게 화폭을 채워간다. 매일 매일의 사유와 시간이 캔버스에 씨앗처럼 뿌려지며 무채색의 캔버스에는 음악이 흐른다. 무덤덤한 흰색의 물감덩이들은 멈춘 듯하나 떨림을 머금은 채 에너지와 리듬을 선사한다. 마치 수행에 빠진 듯한 작가의 끝없는 핑거 스트록은 회화적 테크닉을 무화시키며, 의외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번에 최명영은 한지를 여러 겹 겹쳐 배접한 뒤 먹색 또는 붉은색을 켜켜이 입힌 장엄한 종이작업도 내걸었다.

조각가 최인수는 거대한 무쇠조각을 전시장에 덩그라니 던져놓았다. 추사와 이우환의 작업과 대화하듯 놓여진 그의 검붉은 무쇠덩이는 점토를 한없이 굴리고 굴린 끝에 탄생한 '환원의 조각'이다. 인간의 사유 에너지를 점토에 이입시킨 뒤 그것을 석고로 뜨고, 다시 그 것을 전통기법의 무쇠 조각으로 탄생시킨 작품은 고고학자가 원시의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처럼 보인다.

김용대 큐레이터는 "최인수의 가로로 누운 무쇠오브제는 추사의 품격과 원시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듯하다"고 평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최인수는 느티나무로 만든 수직의 나무조각을 제작했다. 추사의 서간문 옆에 세워진 예각의 날선 조각은 나무의 나이테는 그대로 살린 채 무수한 끌질과 망치질로 거친 표면을 소거한 '뺄셈의 오브제'다.

김용대 전 관장은 "세 작가의 작업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겉으론 비슷해 보이나 확연히 다르다. 즉 시간과 동작을 머금고 있으며, 형과 영이 공존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는 추사의 시방적 세계가 사연을 유지한 채 현대의 개념적 언어로 환원되었기 때문이다.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몸과 정신의 융합을 통한 현대미술은 그래서 독자적인 언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최명영의 한지작업 'Conditional planes'.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이 전시는 10여년 전부터 기획되고 준비됐다. 최신의 트렌드를 쫓는 급하고, 요란스런 전시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전시기획이라 하겠다. 김용대 큐레이터는 지난 2010년 추사의 작품과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엮어 '수행(修行)과 시방(十方)'전(공간 퍼플)을 개최한바 있다. 또 2011년에는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주제전으로 '기(氣)가 차다'라는 전시를 디렉팅하기도 했다. 그리곤 이번에 그 문맥을 잇는 전시를 10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더페이지 갤러리 또한 큐레이터와 의기투합해 오랫동안 기획을 숙성시켜왔다. 추사 김정희의 '매화시옥'이 지난 2016년 국내 경매에 나오자 전시의 핵심작이라 판단하고, 5천만원에 낙찰받는 등 꾸준히 준비해왔다.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이 독특한 전시는 오는 7월18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日 장기금리 3% 목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장기금리가 3%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확산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31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2.950%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보다 0.030%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기준선인 3%까지는 불과 0.05%포인트를 남겨두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를 늘리는 한편 신규 매수를 주저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것도 일본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케빈 워시 의장은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매수가 강해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BOJ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매수하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이후 시장에서는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BOJ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인상 확률도 이미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OJ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도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27일 금리인상과 관련해 "다음 회의를 포함해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9월 인상을 명시적으로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 우려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장에서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BOJ의 추가 긴축 기대와 엔화 약세, 적극재정에 따른 재정 우려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블룸버그] goldendog@newspim.com 2026-08-31 11:01
사진
월가를 달구는 8가지 화두 이 기사는 8월 31일 오전 08시0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바탕으로 전문 기자들의 검증과 분석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8월28일 블룸버그통신 기사(Carry Trades to Treasury Twists: A Guide to the Hot Debates on Wall Street)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선을 끄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올여름 한산한 시기를 누리지 못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장기 차입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기법에 눈을 돌리는 한편 당국이 반영해야 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 기법과 이론이 뒤섞여 제시되고 있다. 이에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들의 배경과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본드 스티프너(Bond Steepener)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며 올해 상승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장기채 보유에 대한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까지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장기물 국채 가치가 단기물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런 현상은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으로 불린다. 재무부가 8월 10년물부터 30년물까지의 국채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해당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그룹(GS)과 웰스파고(WFC)의 금리 전략가들은 장기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로 전환하는 고위험 거래를 의미한다. 신흥국 8개 통화 기준 블룸버그 누적 외환 캐리트레이드 지수 분기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이 거래는 신흥국 금리가 주요국 대비 높고 신흥국 통화가 달러, 유로, 엔 등 주로 차입에 활용되는 통화 대비 안정적이거나 강세를 보일 때 활발해진다. 이 거래는 7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2008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처럼 이 거래는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잉글랜드의 헨리 8세나 로마 황제 네로처럼 금화와 은화에 구리 등 값싼 금속을 섞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이른바 화폐 개악(debasement)을 단행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비롯됐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구매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경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한 논의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을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2026년 중반 베선트 장관이 엔화와 미국 장기 국채를 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승인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논쟁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 발표 전후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다만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모두 디베이스먼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디베이스먼트가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개념이라면 탈달러화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최근 60% 미만으로 상당폭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유로화와 위안화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탈달러화 논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달러의 우위는 시장의 깊이와 미국 경제 규모,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 뒷받침되고 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금융억압은 1973년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과 에드워드 쇼가 만든 용어로 정부가 저축을 국채나 특정 우대 차입자에게 유도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런 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자본 통제, 금리 상한제,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연준은 2차 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이후 단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을 뒀다. 이 조치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체결로 종료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을 정부 차입비용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억압의 한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된 개념으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있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정부의 저비용 차입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 트위스트(The Twist) 베선트 장관의 재매입 전략이 실질적으로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는 연준이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시행해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재무부 버전에 해당한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내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레저리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통해 단기 국채(T-Bill)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DB)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재매입 계획 발표 이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됐다"며 "재무부는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연성 금융억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베선트 풋(Bessent Put)이라고 부른다. 풋옵션은 매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특정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경우 시장에 대규모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트레이더들이 인지하고 있어 이에 맞서는 거래를 꺼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정책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기간 투자자들이 결국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관세 정책,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연준을 겨냥한 압박, 그린란드 병합 언급으로 인한 전통적 동맹 관계 훼손 등이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와 같은 근본적인 취약 요인도 이런 흐름에 더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월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약 8% 하락했다. 다만 해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발전에 힘입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재매입 규모를 늘리려는 재무부의 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도록 두지 않고 당국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과 이미 비교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RBC블루베이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연준에 금리 억제를 위한 압박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이런 압박에 맞서 독립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자산 매입 활용과 재정·통화 정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연준의 협조 없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가 차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엇갈린 성과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방어에 나섰지만 그 결과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8-31 08:1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