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목요행동..."소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트랜스젠더' 교사가 겪은 차별..."머리카락 잘라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성소수자 권리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청년들이 "차별금지법은 소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라며 신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성소수자 청년들 인권 증진을 위한 단체인 '다움'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8차 차별금지법 제정촉구를 위한 목요행동'을 열고 "차별금지법은 소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라며 "지금 당장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목요행동은 성소수자인 청년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각종 차별 사례를 다움 활동가들이 대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성소수자 청년들 인권 증진을 위한 단체인 '다움'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8차 차별금지법 제정촉구를 위한 목요행동'을 열었다. 2021.06.03 hakjun@newspim.com |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공개하자 학교가 채용을 거부했고, 어쩔 수 없이 남성의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다른 동기들은 1주일 만에 구하는 교생실습 학교를 학기가 끝나기 직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며 "교생실습 문의를 할 때 성별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가 교단에 서는 것은 학생들이 어린 상황에서 민감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학교 측 답변도 받았다"며 "트랜스젠더 교사를 만나면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학생이 트랜스젠더가 되냐"고 반문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숨긴 채 모교에 교생 실습을 지원했다. 학교는 전화 상에서는 "졸업생이면 당연히 받아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A씨를 만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인 A씨가 '여자처럼' 머리를 길렀기 때문이다.
학교는 A씨에게 "머리를 자를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기로 했다. 학창시절 A씨 담임 선생님들도 "게이가 다 됐네", "부모님이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아시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학교를 나와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교생실습을 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교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절망감이 오랜 시간 계속됐다"고 했다.
그는 "좋은 교사가 되는 것과 원하는 성별로 사는 것은 모순되지 않았지만 교육계 시선은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 어려운 것처럼 바라봤다"며 "그 누구에게도 나를 남성이라고 소개한 적이 없지만 모두가 나를 남성으로 대한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성별 위화감에 몸서리를 친다"고 전했다.
이어 "오래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커밍아웃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커밍아웃을 해도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받고 교직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다움 활동가는 A씨 사례에 대해 "학교에서 부모님들이 반대할까봐, 학생들이 배신감을 느낄까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시스젠더 중심적인 사회는 우리에게 '정상인'이라는 틀에 맞춰 살 것을 요구한다"며 "21대 국회는 국가와 국민의 보호 의무를 저버리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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