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AK&홍대가 덕후의 성지로 변신한 것 같다."
부슬비가 내리던 4일 오전 기자가 찾은 AK&홍대 앞에선 개장 시간 30분을 앞둔 시점에도 AK&홍대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주중 오전임에도 방문객은 어림잡아 50명을 웃돌았다.
개장 시간이 임박하면서 방문객의 행렬이 북새통을 이루자 급기야 보안요원이 "차례대로 입장하되 안전상 뛰지 말라"고 나섰다. 시곗바늘이 오전 11시 개장을 알리면서 방문객들은 하나 둘씩 입장해 홍대의 '덕후 성지'로 거듭난 5층을 향했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4일 오전 11시 AK&홍대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2021.05.04 yoonge93@newspim.com |
AK플라자의 NSC형(지역 친화형) 쇼핑몰 AK&홍대가 '취향셀렉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본격 새 단장을 마무리짓고 있다.
이번 리뉴얼의 주제는 '취향셀렉샵'으로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MZ세대(밀레니얼+Z)들의 '가심비' 소비 트렌드에 중점을 뒀다.
AK&은 기존 식품 및 의류 매장 중심의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취향 특화형 매장을 대거 입점시켜 '취향을 쇼핑하는 차세대 쇼핑몰'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이 트렌드로 자리 잡힌 가운데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유인책으로 '체험 공간'을 낙점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4일 오전 11시 AK&홍대 5층 애니메이트. [사진=정윤영 기자] 2021.05.04 yoonge93@newspim.com |
◆ "애니 덕후 다 모여라"...AK&홍대 5층, 국내 덕후샵 총집결
코로나로 오프라인 상권이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서브컬쳐 덕질' 시장에서 AK&홍대 5층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브컬쳐란 2D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로 '오타쿠 문화'를 순화시킨 표현이다.
과거에는 비주류로 일종의 하위 문화라 인식돼 왔지만 여타 장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에 이끌려 관심을 갖는 '덕후'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런 '덕후'들을 사로잡기 위해 AK&홍대가 지난 1일 오픈한 애니메이션 굿즈 전문숍 '애니메이트'는 바로 애니메이션 덕후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한 방문객은 "모펀샵, 슈퍼플레이에 이어 애니메이트까지 국내 덕후샵은 모두 AK&홍대에 입점돼 있는것 같다"며 "AK&홍대가 덕후의 성지로 변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과거 아티스트의 집결지였던 홍대 앞 상권이 공실 투성이로 죽은지 오래됐는데 AK&홍대 5층에 들어서니 국내 덕후들은 죄다 모여 있어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픈 첫날 애니메이트에 방문하려했지만 인파가 쏠려 한산한 평일에 다시 발걸음을 하게됐다"며 "아마 코로나로 일본에 가지 못하는 국내 애니 덕후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영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AK&홍대 5층 국내 유일 원피스 애니메이션 전문점 '플레이원피스', 중고 피규어 판매샵 '리펀샵', 게이머 라이프 스타일 전문샵 '슈퍼플레이', 굿즈 랜덤구매 샵 '제일복권샵' 등 '덕후'만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4일 오전 11시 30분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여행맛' 카페에서 승무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2021.05.04 yoonge93@newspim.com |
◆ 승무원이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 '여행맛'..."내적 '여행 DNA' 일깨워"
1층에는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승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여행맛)'가 운영 중이다.
여행맛은 '기내 콘셉트'에 맞춰 내부 인테리어와 제주항공 굿즈 판매까지 여행과 항공기를 떠올리게 했다.
전체적 인테리어 색감은 제주항공을 상징하는 주황색이 주를 이루며 입구부터 '탑승구'를 방불케 했다. 카페 내부 창문도 기내 창문을 본떠 디자인했으며 서빙용 카트를 테이블과 캐비닛으로 쓸 수 있도록 배치했다.
'여행맛'에선 제주항공의 인기 기내식 ▲불고기 덮밥 ▲흑돼지 덮밥 ▲파쌈 불백 ▲치즈불닭 덮밥 등을 1만원~1만1000원 선에서 판매한다. 메뉴를 주문하면 승무원이 가상의 항공권을 제공해 고객들의 내적 '여행 DNA'를 일깨워 주는 감동도 선사한다.
익명을 요구한 고객은 "직원분이 아르바이트 생이 아닌 실제 승무원이라 색달랐다"며 "여행길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기내식을 밖에서 먹을 수 있어 오랜만에 잠시라도 여행에 오른 것 같아 설렜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 역시 "주문 후 착석과 동시에 승무원이 컵과 티슈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이전 여행길에 오르던 설레는 과거가 떠올랐다"며 "기내에서의 감성을 지상에서 고스란히 받았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에게도 '여행맛' 카페가 이색 체험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행맛에서 근무 중인 한 승무원은 "국내 항공사 중에 이런 팝업 매장을 운영한 것은 제주항공이 최초로 알고 있다"며 "여행을 가지 못해 지치신 분들이 '여행맛'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은 여행하면서 기내식을 즐길 수 있는 '감성'을, 승무원에게는 고용 안정과 동시에 기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상에서 제공할 수 있는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AK&을 운영하는 AK플라자 관계자는 "홍대에는 인디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 AK&은 층마다 다양한 취향을 갖고 있는 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해 이슈몰이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AK&은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에게 재미있는 체험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취향 존중형 쇼핑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매장면적을 줄이고 체험형 공간을 늘리는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리테일 산업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속도가 가속화된 상황에서,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oonge9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