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로 지명된 방탄소년단.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되면서 '그랜드 슬램'엔 실패했지만 단독 퍼포머로 무대에 오르며 또 하나의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 그래미 수상 불발…한국 가수 최초 '단독 퍼포머' 꿈 이뤘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은 같은해 8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나마이트(Dynamite)'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 부문은 2012년 신설된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로,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서 수여되는 상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이 15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21.03.15 alice09@newspim.com |
'다이나마이트'는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며 비영어권 노래 최초로 상위권에 랭크된 만큼, 이번 그래미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래미의 트로피는 방탄소년단을 빗겨갔다. 15일(현지시간) 진행된 '그래미 어워드'의 사전 시상식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수상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Rain On Me)'가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대표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이미 수상하면서 마지막 관문 '그래미 어워드'만 남겨놓고 있었다.
마지막 관문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며 '그랜드 슬램' 달성에 실패했지만,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 제스틴비버·퀘이보,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본 이베어와 함께 노미네이트 되면서 내로라하는 팝 가수들과 어깨를 견주는 'K팝 가수'가 됐다.
또 인종 차별(백인 중심), 비영어권 가수 및 음악 홀대 논란 등을 문제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받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한국 가수가 아시아권 가수 최초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쾌거이다.
트로피는 품에 안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드'를 통해 또 다시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바로 단독 퍼포머로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펼쳤으나, 올해엔 카디 비, 다베이비, 도자 캣,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메건 더 스탤리언, 포스트 말론, 로디 리치, 해리 스타일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그래미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21.03.15 alice09@newspim.com |
◆ 시상자로 입성 후 노미네이트까지…계속 성장하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콧대 높은 그래미의 장벽을 하나씩 올라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시상자로 공식 초청받으며 첫 그래미의 무대를 밟았다. 당시 이들은 '베스트 알앤비 앨범' 부문 시상자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으며, RM은 "한국에서 자라오며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서는 걸 꿈꿔 왔다. 이 꿈을 이루게 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듬해에는 릴 나스 엑스와 '서울 타운 로드(Seoul Town Road (Old Town Road Remix)'와 협업한 것을 계기로 멤버 전체가 릴 나스 엑스가 주도하는 '올드 타운 로드 올 스타즈(Old Town Road All-Stars)'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3년 연속 '그래미 어워드'에 참석하는 영예를 안았다. 시상자로 시작해 합동 공연으로 성장한 후 이번엔 후보 지명과 더불어 단독 공연을 펼치며 한 순간 치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계단식 성장'을 보이고 있다.
임진모 평론가는 "아티스트를 소개할 때 그래미 후보에 몇 차례 올랐다고 하는 것 자체가 수식이 되는데, 그만큼 수상을 떠나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처음에는 시상자로, 작년에는 컬래버레이션 무대로, 올해는 단독 공연을 펼치는데 이런 일이 쌓일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예술적으로 탁월한 곡이자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는 곡을 내놓는다면 수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너럴 필드(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신인상 등 4대 본상)에도 오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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