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어떻게 맨입으로 주나"…5인 이하 쪼개기 모임
상견례 전에 결혼 날짜부터 잡기도…"결혼식날 처음 대면할 판"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 4월 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모(33) 씨는 청첩장을 돌려야 하지만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주말마다 청첩장 모임을 가져도 시간이 빠듯한데 그마저도 사람을 나눠서 만나야 한다"며 "아무리 코로나19라지만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식사 대접을 하지 않기도 민망해 결국 좀 더 가까운 사람만 초대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당국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청첩장 모임은 물론이고, 결혼 전 상견례도 사실상 물 건너 가면서 여러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해야 할 예비부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수도권 지역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시행 첫 날인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이날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 단순 모임을 비롯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겨울여행, 송년회 등이 모두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0.12.23 mironj19@newspim.com |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5인 이상 집합 금지는 지난해 12월 23일 시행 이후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상견례 자리나 청첩장 모임 등을 해야 하는 예비부부들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는 3월 중순 결혼을 앞둔 박모(30) 씨는 얼굴을 맞대고 청첩장을 돌릴 수 없어 가까운 지인들 외에는 기프티콘과 함께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이 시국에 왜 사람들을 결혼식에 초대하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결혼하는데 남몰래 조용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맨입으로 결혼식에 초대하기도 애매하다보니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프티콘을 같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부부와 양가 부모님까지 최소 6명이 참석해야 하는 상견례 자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는 원칙적으로 사적모임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라 상견례 자리도 사적모임에 해당해 금지대상이다. 상견례를 이유로 5인 이상이 모여 식사 등을 하다 적발될 경우 식당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가 부모님 중 한 명과 예비부부만 참석하거나 나아가 상견례를 생략하고 결혼식을 해야 하는 예비부부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4월 중순 예식을 앞둔 김모(31) 씨는 아직 정식으로 상견례 자리를 갖지 못했다. 김씨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상견례를 계속 미루고 있는데, 이러다 양가 부모님 상견례를 결혼식날 하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결혼 계획을 갖고 있다는 조모(33) 씨도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탓에 상견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상견례가 진행이 안되니 다른 부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백신 접종이 시작돼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풀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식당에 방 두 개 이상을 예약한 뒤 상견례를 갖는 경우도 있다. 300만명이 가입한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아는 분이 큰 방 두 개를 연결해 하나로 만들고 한 테이블에 4명, 2명, 4명이 앉아서 상견례를 했다고 하더라"면서 "식당에 문의하면 방을 이런 식으로 잡아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10월 결혼인데 아버지가 상견례 한 뒤 날을 잡는 게 원칙이라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우선 다음 달에 상견례를 계획하고 있는데 계획대로 진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 고충들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본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3일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수도권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비수도권 오후 10시) 등에 대해 조정 여부를 검토,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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