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다음 달 배달료 개편...라이더들 "기본 수수료 20% ↓"
배달구역 세분화도 '논란'...수익성 개선이 목적?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가 다음 달 선보일 배달 수수료 개편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쿠팡이츠와 배달기사(배달 라이더)가 현재 배달 수수료 개편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다. 배달기사들은 쿠팡이츠가 기본 배달 수수료를 삭감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쿠팡이츠가 배달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기본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춘 데 따른 항의 차원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츠 홈페이지 갈무리. 2021.02.05 nrd8120@newspim.com |
반면 쿠팡이츠는 삭감이 아니라 배달비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사업이 어느정도 안정권에 들자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쿠팡이츠, 다음 달 배달료 개편...라이더들 "기본 수수료 20% ↓"
8일 쿠팡과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츠는 다음 달 2일부터 기본 배달비 범위를 25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넓히고 거리·주문량·날씨 등에 따라 할증을 적용해 최대 1만원까지 추가 지급한다고 배달 파트너들에 공지했다.
기존 기본 배달비는 3100원이다. 다음 달부터는 현재보다 600원 기본 배달비가 낮아졌고 상한선이 생긴 것이다.
쿠팡이츠 측은 배달 파트너들이 원거리 배달을 기피해 고객이 음식을 제 때받지 못하고 상점은 판매 기회를 잃게 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거리 할증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달료가 개편되면 먼 거리 배달을 마다하지 않은 라이더들은 최대 2만6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이에 배달 라이더들은 쿠팡이츠가 수수료 삭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는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정책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며 "쿠팡이츠는 다른 배달대행과 달리 자동으로 라이더에 콜을 배정하고 단 한건의 배달만 수행하게 하는데 한 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보통 배달 라이더가 배달 한 건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가량이다. 1시간에 3건의 배달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쿠팡이츠의 기본 수수료를 적용하면 배달 라이더는 1시간에 총 7500원을 버는 셈이다. 최저임금인 시급 8730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츠 배달수수료 개편안. [사진=쿠팡이츠 배달 애플리케이션] 2021.02.05 nrd8120@newspim.com |
배달 라이더 사이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달기사 동원에 필요한 프로모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 수수료를 낮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달 라이더는 "쿠팡이츠가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배달료 5000원에 배달중개수수료 1000원 합치면 6000원의 이익을 올리는데 라이더에겐 최소 배달료로 2500원을 주겠다는 것은 라이더 동원에 필요한 프로모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영토 확장을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최대 2만원 이상의 배달료를 책정해 라이더 모집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한 집 한 배달'이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운 만큼 배달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한 것이다. 경쟁사의 경우에는 라이더들이 한 번 배달할 때 2~3개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집 한 배달' 서비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배달 파트너 확보가 관건이다. 쿠팡이츠가 그간 배달 파트너 수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이유다.
◆배달구역 세분화도 '논란'...수익성 개선이 목적?
'배달구역 세분화 정책'도 논란 거리다. 쿠팡이츠는 수수료 개편과 함께 배달 구역을 세분화하고 각 구역별로 비용 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그간 강남구 배달의 경우 모두 3500원의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했다면 앞으로는 강남1에서 배달하면 4000원을, 강남2에서 3000원을 받는 식이다.
문제는 쿠팡이츠의 배달 AI 알고리즘이다. 다른 배달 라이더는 "쿠팡이츠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 콜을 배정한다"며 "배달 수수료가 비싼 지역에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알고리즘이 배당해준 곳으로 가는데 싼 지역 위주로 일 거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아 라이더들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을 다졌다고 판단하고 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전국 기준 5%가량으로 추정된다. 다만 쿠팡이츠가 공격적으로 확장한 서울 강남구 등의 지역에서는 점유율이 40%까지로 확대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해 12월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284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27만명)과 비교하면 10.7배나 급증한 규모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주요 배달앱 월사용자 수 비교 현황. 2021.01.22 nrd8120@newspim.com |
시장 점유율이 오르고 이용자도 크게 늘면서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오자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게 수수료 체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라이더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이번 배달료 개편은 사실상 쿠팡이츠의 갑질"이라며 "기본 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 비중은 줄여 안정적으로 배달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배달 라이더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은 노력 비례 보상체계 구축을 위한 조치"라며 "상점에 고객의 배달비를 받아 배달 파트너들에게 2500원만 지급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오는 8일 공정위를 찾아 '쿠팡이츠 배달료 개편안'의 불공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3월까지 배달대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배달 라이더와 체결한 계약서의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자율 시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자율시정키로 한 불공정 계약 조항에는 기본 배달수수료 삭감과 관련된 사항은 포함되지 않아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