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증권·금융 증권

속보

더보기

[길 잃은 사모펀드] ① '단기 고수익' 높은 비유동성 자산의 함정

기사입력 : 2020년11월04일 06:00

최종수정 : 2020년11월04일 08:31

환매 요청에 속수무책..'펀드런' 우려↑
해외선 '유동성 위험' 상시 검사

[편집자]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까지. 국내 사모펀드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금융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과정에서 사건 면모가 상세히 밝혀지겠지만 관련 사모펀드 업체는 물론이고 금융당국과 판매사, 수탁사 등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사모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줄이 말라 사모펀드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감지됩니다. 뉴스핌은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살리되 역기능과 부작용은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태는 국내 사모펀드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라임은 당초 계획에 맞게 펀드를 운용했으나 자산에서 문제가 생기자 이를 은폐하고 수익률을 조작했다. 반면 옵티머스는 애초부터 사기행각을 벌일 의도로 엉뚱한 곳에 자금을 투자하고 서류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중에서도 라임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의 최근 추세를 집약해 놓은 사건이어서 금융투자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저금리 기조로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에 비유동성 자산 비중을 높여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환금성 낮은 자산으로 '꽉꽉'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은 53.7%로 집계됐다. 비유동성 설정액이 전체 비중의 절반을 넘은 건 관련 통계 수집 이래 처음이다. 비유동성 자산은 부동산, 실물, 특별자산, 혼합자산 등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신 비유동성 자산은 수익률이 높아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선호하는 기초자산 중 하나다. 사모펀드 설정액 중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만 해도 13.0%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49.2%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 가운데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7조3506억원에서 95조1146억원으로 약 13배 증가하면서 사모펀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임이 판매한 펀드도 주로 사모채권, 메자닌채권, 무역금융 등 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들로 채워졌다. 게다가 이 같은 자산은 통상 장기간에 걸쳐 고수익을 내는데도 라임은 고작 6개월 만기 구조로 펀드를 설정했다. 시작부터 기초자산과 발행펀드 만기 사이에 메우기 힘든 간극을 만든 셈이다.

[표=자본시장연구원]

이런 가운데 라임은 49인 이하 투자자들을 모집해 운용하는 사모펀드를 줄줄이 만들어 공모펀드 형태로 운영하는 등 꼼수를 부려 피해를 키웠다. 예를 들어, 모펀드인 A펀드를 만든 뒤 같거나 비슷한 구조의 B, C, D 등의 자펀드를 만든 것이다.

비유동성 자산 등으로 구성한 펀드의 맹점은 환금성이 낮기 때문에 환매 요청이 줄을 이으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라임은 신흥시장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의 헤지펀드에 주로 투자했는데 여기서 일부 자산이 부실화됐음에도 장부를 조작하고 고객의 환매 요청에 신규 투자자금을 조달해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 이른바 '폰지사기'다.

특히 환금성 낮은 자산인데다 사모펀드임에도 불구하고 라임 펀드는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렸고 결국 1조원대 피해를 낳았다. 사모펀드가 마치 공모펀드처럼 증권사 창구에서 팔리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이들 판매사 역시 유동성 위험을 감안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유동성 위험을 단순히 투자자의 피해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가령, 라임사태처럼 비유동성 자산 비중이 높은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환매 요청이 쇄도하는데, 운용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환매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경우, 다른 자산의 부실로 이어지고 또 다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잇따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운용사가 판매사 측에 환매중단을 통보하면 자산가치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의 또 다른 환매 요청이 뒤따르는 이른바 '펀드런'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유동성 자산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기초자산과 투자기간의 만기 미스매칭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관건은 사모펀드 전반으로의 유동성 리스크 확산 여부와 그간 자금쏠림이 나타난 메자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선 '유동성리스크' 검사 의무화

금융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과 미국 역시 유동성리스크는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유동성 자산을 가득 담은 펀드들이 줄줄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유동성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유동성리스크를 주요 투자위험 중 하나라고 판단, 이에 대응하는 위험관리체계를 갖추고 펀드 설계단계부터 자산특성을 반영하는 환매정책과 유동성 관리정책을 취할 것을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유동성 위험에 따른 시장 영향을 '시스템리스크'로 규정하고 운용사 내·외부적으로 검사하고 관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는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유럽도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이를 보고하고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사모펀드운용자에 대한 규제지침안(AIMFD)을 통해 운용사가 펀드 운용조직과는 별도로 위험관리 조직을 갖추고 투자전략과 관련한 모든 위험을 평가·측정·감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앞선 2016년 10월 유동성위험 관리프로그램(LRMP)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펀드에 대해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인 유동성리스크 관리 프로그램 수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위험 관리프로그램 수행 시 ▲투자전략의 적절성 ▲평상 시 및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위기상황에서의 유동성과 현금흐름 예측 ▲차입 등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등가물 보유 정도 등을 평가해야 한다.
또 SEC는 매월 펀드 보유자산을 현재 시장상황에서 현금화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영업일 기준)을 기준으로 ▲고유동성자산 ▲중유동성자산 ▲저유동성자산 ▲비유동성자산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도 라임 사태가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운용사들의 유동성리스크를 검사하고 있고 사모펀드 유동성 관리를 위해 비시장성 자산을 50% 이상 편입하는 펀드에 대해 개방형 설정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방형 사모펀드에 대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요건, 정기적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 의무, 유동성 리스크 관련 보고 요건 등을 명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환매 중지 이외에도 운용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동성 관리수단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서울이코노믹포럼]김현철"신남방정책 재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최수아 인턴기자 =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초래된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경제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략적 안정성과 우월성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제 위기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기존의 통상 정책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관세 협상뿐만 아니라 방위비, 조선업, 에너지 등을 총체적으로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는 신통상 정책을 제안했다. 대중국 전략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당시 경제계와 학계는 경악하며 '탈중국은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사회는 침묵했고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 1.4%라는 수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신남방 정책 재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자주적 신남방 정책을 버리고 한국판 인태전략이라는 종속 정책을 채택했다"며 "이제는 공급망 발상이 아니라 판매망 발상으로 바꾸는 새로운 신남방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영토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남방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포함해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을 대한민국의 경제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A+1,1,1'이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정책 외에도 대한민국 지역 전략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재활성화 ▲AI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전략 설정 ▲신기술 전략 설정 및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수출 중심 경제 모델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수출은 대한민국 경쟁력의 원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내수 경제도 활성화시키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12:47
사진
이완규 법제처장, 내란방조 피의자 신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이 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이후 휴대전화까지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는 이 처장을 내란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25.01.20 pangbin@newspim.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이 처장에 대한 내란방조·증거인멸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처장은 당시 안가 회동에 대해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며 "어쨌든 그 자리에 간 게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이 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20: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