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김희선이 '앨리스'를 통해 27년간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연기를 개척했다. 시간여행부터 액션, 로맨스, 모성애까지. 제대로 도전을 펼쳤다.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종영 이후 김희선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희선은 "비대면 인터뷰가 처음이지만 열심히 해보려 한다"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톱스타로 2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처음을 지키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앨리스'에 출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2020.10.29 jyyang@newspim.com |
"마지막 장면을 다함께 찍지 못했어요. 제가 사라지는 장면 찍자마자 폭우가 쏟아졌죠. 다른 분들은 뒷부분 촬영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 며칠 비가 계속 왔어요. 의도치않게 제가 먼저 촬영을 끝내게 됐죠. 그날 같이 끝날줄 알았는데 저도 아쉬움이 남아요. 주원씨가 아마 그런 얘길 한 것 같아요. 침이 마르도록 저도 얘기했지만 주원씨, 곽시양씨 둘 다 정말 너무 착하고 성실해요. 나이는 어리지만 제가 배운 점도 많았죠."
김희선은 인터뷰 초반부터 내내 주원과 곽시양을 칭찬했다. 젊은 남자배우들 둘과 호흡을 맞춘 게 오랜만이기도 했다. 곽시양은 극중 40대인 선영 역의 남편으로, 주원은 선영의 아들 역을 맡았다. 김희선은 40대의 선영과 20대 천재 물리학 교수 태이 역으로 1인 2역이란 쉽지 않은 역할을 도맡았다.
"주원씨는 저와 붙는 신이 많았는데 먹어서 좋은 건 하나씩 제게 챙겨주더라고요. 사소한 거지만 귀찮거나 피곤할 수도 있는데 그런게 고마웠죠. 애교도 많고 선배나 동료를 늘 배려해줘요. 곽시양 씨는 정말 너무 착하고 매력있는 친구예요. 촬영이 없는 날도 늘 리딩을 하고 혼자 연습하고 성실하고, 정말 살갑기도 하고요. 저한테 '여신누나' 이렇게 불러요. 애교도 많아서 촬영장이 정말 즐거웠죠."
김희선이 이런 역할을 선택했다는 것부터, TV 화면에서 연기하는 장면을 직접 봤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까지. 이번 작품은 어려웠던 만큼 호평이 따르기도 했다. 김희선은 20대에서 40대를 아우르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기가 너무도 어려웠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백수창 감독에게 무한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앨리스'에 출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2020.10.29 jyyang@newspim.com |
"1회 나오는 것 보고 '아 이정도면!'하고 만족했어요. '앨리스'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을 반 이상은 보여드렸다고 할 만큼 다양한 면이 드러나서 첫 부분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늘 상상력과 감독님과 대화에서 힌트를 찾았죠. 생소하지만 여러분에게 나름대로 잘 표현해드리려 했고, 120% 나온 건 아니지만 감독님이랑 저는 만족해요. 처음엔 우려도 되고 불안했죠. 다 잘하고 싶은데. 허점이 보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도 감독님과 얘기하고 약속한 게 있어서 서로 믿고 선택했어요. 믿고 갔죠."
특히 태이 역을 연기할 땐 직업이 물리학 교수다보니 대사에도 난해한 내용들이 많았다. 김희선은 "저도 모든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웃었다. 주원이 맡은 진겸과는 모자관계와 로맨스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해야 하기도 했다. 김희선은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로 '분장'을 꼽았다.
"전체적으로는 장르가 SF다보니, 어렵겠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풀어서 얘기하려 했어요. 진겸이랑 선영이는 극중에 서사가 있지만 태이는 시간 여행을 통해서 시청자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이 아니었나 싶어요. 주원씨랑 로맨스를 했다고 하긴 좀 뭐해요.(웃음) 참 분장이랑 헤어, 말투, 톤에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요. 선영이 분장을 하면 저도 감정이 확 와요. 주원씨도 그때는 완전히 아들이 돼주고요. 태이는 사실 사랑하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형사까지 된 아들이 어머니 유품을 잃어버리면서까지 태이를 구하려는 걸 보고 호감과 미안함, 고마움 정도 느낀게 아닐까 해요."
특히 김희선은 '앨리스'를 휴먼SF 드라마로 정의하며 무엇보다 '모성애'에 방점을 두고 연기했음을 밝혔다. 그 역시도 딸을 기르고 있어 극중 진겸을 향한 선영의 마음과 선택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고.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함께 '앨리스'를 봤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앨리스'에 출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2020.10.29 jyyang@newspim.com |
"모성애가 사람마다 다르지 않아요. 언제 들어도 가슴 찡하고 짠하고 모든 부모들의 감정이죠. 주원씨처럼 큰 자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딸을 두고 죽으면 나 김희선의 마음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선영이로 연기할 땐 진겸이만 봐도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부모가 됐어도 엄마, 아빠 생각하면 가슴이 뜨겁고 그립잖아요. 세상 부모 맘이 다 똑같죠. 그런 걸 좋게 봐주신 게 감사했고, 뿌듯했어요. 제가 25년째 재평가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요. 하하. 딸은 이 드라마가 너무 무섭대요. 어찌나 제 손을 꼭 잡고 등 뒤에 숨어서 보던지. 엄마가 20대 분장하고 나오니까 제일 많이 웃더라고요."
무려 25년간이나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희선. 그는 "꾸준히 찾아준 대중 덕분"이라고 오랜 활동의 비결을 밝혔다. '25년째 재평가'라고 스스로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김희선은 계속해서 스스로 발전하고 도전하고 있다. "장르물이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하다가도, 그는 더 다양하고 폭 넓은 역할로 대중과 만날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없이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죠. 그게 없으면 저희는 뭘 할 수가 없어요. 일부러 관심받으려고 하면 잘 되지가 않더라고요.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죠. 제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잘 봐주시고,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한 작품 끝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도 눈이 가는데, 농담으로 백수창PD님께 다음 작품 막내PD로 꽂아달라고도 했어요. 하하. 사진작가나, 유튜브도 해보고 싶고요. 최근에는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씨나 '#살아있다'의 유아인씨의 연기를 보고 같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죠.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그저 지금까지처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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