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반대여론 모른 척 한다면 박근혜와 다를 바 없어"
"홍남기 기재부 장관 스스로 과세 효과 없다고 했는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정부가 오는 2021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관련 청원도 청와대 게시판에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3일 게시된 '대주주 양도세 3억 기준 고집, 문재인 정부는 불통정부가 되려는가?'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이날 오전 기준 1만546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내달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기간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경우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방안에 대해 한 종목 3억원 이상 보유자만을 납세자로 삼는 것은 공평 과세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2020.10.23 yooksa@newspim.com |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특정 종목을 지분율 1%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액이 10억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매매차익의 22~33%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정부는 2017년 시행령을 통해 이 같은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종목별 보유액 기준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특수관계인 범위도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로 확대해 본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조·외조부모, 자녀, 손자 등 3대 직계존비속의 보유분을 모두 합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주주 3억'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미 투자자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정책의 폐지 또는 유예"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청와대 게시판에서도 관련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청원 외에도 '3억 대주주 악법'의 시행여부로 나라가 혼란스럽습니다.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나서 주십시오!', '대주주 양도세 3억되면 조세의 형평성이 무너집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각각 3621명, 2853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이전 박근혜 정부를 보고 '불통 정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요즘 그 말이 자꾸 가슴에 새겨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불통 정부'라고 지칭했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원 과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가장 큰 참여자이자 가장 약한 투자주체인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있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주주 기준을 현형대로 유지해야 합리적임을 말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2023년이면 금융세제 개편안에 따라 모든 상장주식에 양도세가 부과되므로 굳이 지금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과세를 위한 시스템도 돼 있지 않고, 세수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스스로 말하면서, 개인투자자, 여야 정당 전문가들과 여론이 반대하는 대주주 양도세 3억 과세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홍남기 장관이 '별로 과세 효과도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굳이 이미 결정된 내용이라는 명분으로 여론을 거슬러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자꾸 문 대통령이 비난하던 '불통'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맴돈다"며 "지금 우리 개인 투자자들도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이 불통 정부가 아니면 뭐라는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스스로 이 상황을 모르고 있는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지, 모르고 있다면 민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증거이고, 알고도 모른 척 한다면 스스로 이전 정부를 향해 비난하던 바로 그 불통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소통창구로 만들어 놓은 국민청원 창구가 요식행위가 아니라면,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국민의 소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