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독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느껴요. '악의 꽃'은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배우 이준기가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tvN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서스펜스 멜로 장르의 '악의 꽃'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현수이자 금속 공예가 백희성을 연기하며 1인 2역으로 정점을 찍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2020.09.29 alice09@newspim.com |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만감이 교차하네요. 이렇게 인터뷰까지 진행하니까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느껴요.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하네요."
이준기가 맡은 도현수, 그리고 백희성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도현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자 살인사건 피의자로 수배 중인 캐릭터다. 반면 백희성은 도현수가 과거를 지우기 위해 택한 새로운 인물이다.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도)현수이기 때문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장면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돼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집중했죠."
극중 도현수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심경의 변화는 잦았던 인물이었다. 감정이 결여된 인물의 심경변화를 드러내는 것은 어려움을 요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2020.09.29 alice09@newspim.com |
"사실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감독님의 노고가 컸어요(웃음).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고, 전체적인 감정의 밸런스도 잘 잡아 완벽한 완급조절을 해주셨죠. 제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리허설을 통해 지난 장면을 복기해보고 어떠한 감정적 흐름과 고저가 설득력이 있을지 배우들과 함께 고민한 거예요.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준 배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후반부에 보인 감정의 폭발력이 시너지를 얻지 못했을 거예요."
도현수와 달리 백희성은 차지원(문채원)의 다정다감한 남펴이자, 금속 공예가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감정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준기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과감하게 모니터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모니터를 안 하는 대신 시청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어요. 도현수가 느끼는 감정의 변주들이 어떻게 하면 더 아프고 애틋하게 전달 될 수 있을지 고민했거든요. 그런 감정들이 허무맹랑하지 않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고민하며 만들어 가본 것 같아요. 물론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
이준기는 '악의 꽃'을 통해 문채원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앞서 OCN '크리미널 마인드'로 장르물에 도전했지만, 처참한 성적을 맛봤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지난 장르물의 혹평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2020.09.29 alice09@newspim.com |
"지난 2년 동안 가진 공백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들이 무색할 만큼 '악의 꽃'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작품이 끝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잘 담아낸 걸까?' 하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은 저를 조금 더 확장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거예요."
'악의 꽃'은 3.4%(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시작해 마지막회는 5.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2년 만에 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은 도전이었던 만큼,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해요.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