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에 이른바 곰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IT 대형주에 쏠린 뉴욕증시 랠리가 꺾일 것이라는 경고에도 주식시장이 3월 하순 저점 대비 13조달러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하자 비관론자들이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주가가 고점을 높이는 가운데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투기 세력의 숏 포지션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더블딥 경기 침체 전망과 맞물려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전체 시가총액 대비 1.8%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4년 이후 16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지수를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에너지를 제외한 10개 섹터의 하락 베팅이 사상 최저치로 후퇴했다.
팬데믹 사태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3월 하순 이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비관론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S&P500 지수는 8월 셋째주까지 4주 연속 주간 상승을 기록한 한편 지난 2월 기록한 최고치를 뚫고 올랐다.
3월 저점 이후 5개월간의 52%에 달하는 V자 반등은 역사상 가장 급속한 주가 회복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뿐만 아니라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 2000과 30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 역시 가파른 상승을 연출했고, IT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연일 고점을 높이는 상황이다.
S&P500 지수는 21일 기준 21거래일 동안 1% 이상 하락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는 1월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PRSPCTV 캐피탈의 로렌스 크레투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가 하락 베팅이 대폭 줄어고, 숏 커버링이 쏟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며 "월가에서 곰이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면 비관론자의 위축이 더욱 명확하게 확인된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연초 이후 400% 가까이 폭등하는 사이 전체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물량이 4.5%로 떨어졌다.
이는 테슬라 상장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한 때 공매도 1순위로, 지난해 초만 해도 수치가 29%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커다란 반전이라는 평가다.
이 밖에 트윌로와 럼더 리퀴데이터스 홀딩스, 펠로톤 인터랙티브 등 공매도가 집중됐던 다른 종목들도 숏 포지션이 대폭 줄었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숀 크루즈 시장 전략가는 "투기세력뿐 아니라 자산운용 업계의 펀드매니저들도 비관론을 접고 강세론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라며 "팬데믹 사태가 진화되지 않고 있지만 실물경기에 대한 투자 심리 역시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26배까지 상승,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라는 데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 침체를 예고, 펀드매니저들과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 침체 가능성을 25%로 진단했다.
또 3분의 2에 달하는 응답자가 2월부터 본격화된 침체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