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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어나더 컨트리' 이해준·문유강 "누구나 가이·토미같은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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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이해준, 문유강이 무대에서 또 다른 내면을 꺼내 보였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어떻게 보면 전혀 달라보일지라도, 두 사람은 이미 지극히도 '가이'이고 '토미'였다.

현재 '어나더 컨트리'에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 역으로 출연 중인 이해준, 문유강과 지난달 30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의 두 사람은 "아직도 목요일 마티네 공연이 낯설다"면서 웃었다. 조금은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의 문유강에 비해 조금 더 외향적인 이해준을 보고 있자니, 무대의 두 주인공과 마주한 듯 했다.

"초연에 이어 제안을 주셔서 고민됐어요. 재연을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하는 거라 조금 걱정됐죠. 다른 작품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하는 게요. 그래도 지나고보니 좋았던 기억이고, 그때도 연기하면서 좋았어요. 첫 데뷔한 역이란 것도 크게 작용했죠. 막상 연습하니까 새로운 베넷들 만나고 다양한 배역들과 부딪히고, 부족한 게 뭐였을까 채워넣는 과정을 거치면서 재밌었어요. 뭘 새롭게 만들기보다 계속 성찰하고 경계하면서 준비했어요."(문유강)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 '어나더 컨트리' 공연 장면 [사진=PAGE1] 2020.07.31 jyyang@newspim.com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봤는데, 토미 얘길 먼저 하셨어요. 저는 가이를 원했죠. 해왔던 역이랑 겹치지 않게 하자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보시는 분들과 제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요. 장점을 먼저 보여줬다면 더 성장하고 싶었죠. 그래서 가이에게 끌렸어요. 가이와 토미는 친군데 계속 다른 얘길 하고 있잖아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대본을 보면서 흥미로웠어요. 영화는 연극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특유의 영국 상류층 학생들의 분위기를 무대에서 재현해보고도 싶었죠."(이해준)

이해준이 가이에게 끌린 이유는 본인의 성격의 영향이 다분해 보였다. 실제로 그는 "성격이 밝고 외향적이다"라며 가이와 닮은 점을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극과 극인 점도 있다. 문유강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는 "처음엔 무조건 저는 토미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가이같다"고 말했다.

"가이랑 좀 통해요. 여기저기 치대는 걸 좋아하죠. 선후배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 외향적인 성격이 캐릭터에서 드러나요. 가이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이기도 해서 공통점이 있었죠. 다른 점도 많아요. 저는 완전 FM이거든요. 원칙을 안지키거나 하는 건 있을 수 없죠. 심지어 군대에서도 재밌었어요. 무대에선 어떨 땐 저같고 가이같은 면이 동시에 보이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그 중간 지점을 찾아가려 하죠. 30회 정도 공연하면서 가이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가 저와의 싸움이죠."(이해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무조건 토미라고 생각했죠. 같이 오디션 본 친구들도 '유강이는 그냥 토미다' 했어요. 오디션에선 가이도 읽어보라고 하셔서 의아하기도 했죠.(웃음) 연습과정에서 가이 캐릭터가 빌드업되는 걸 보면서 '저거 난데?'할 때가 있었어요. 형들과 있을 때는 확실히 베넷 같아요. 또래랑 있을 땐 저드같기도 하죠. 제가 어리고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기도 같이 갈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잘 안지려고 하는 건 저드와 똑같아요. 지더라도 정신승리를 한달까요. 쉽게 타격 안받고 힘들어도 털어내는, 제 방식대로 지는 타입이죠."(문유강)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 '어나더 컨트리' 공연 장면 [사진=PAGE1] 2020.07.31 jyyang@newspim.com

극중 가이 베넷은 상류층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데다 머리도 좋은 학생이지만 대범하기 그지없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그의 행동을 이해준은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어리고 여린 친구다"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문유강은 토미를 "너무 비범하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도 어린 아이"라면서 나름의 해석을 얘기했다.

"이 정도로 깽판을 치나? 싶죠. 인과응보지. 암묵적인 일탈들이 있었다 해도 독보적이잖아요. 벌이는 짓의 심각성을 몰라요. 나름대로의 진정성과 신념이 있겠죠. 그래서 토미랑 친해지지 않았을까요. 늘 가면을 쓴 가이가 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는 거죠. 그래도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면서 너무 안일했지 않나 싶어요. 한 사람이 사회를 바꿀 수 없고, 선을 지키면서 사는 게 맞죠. 가이 베넷은 미래의 성공을 이미 보장받은 친구였어요. 당연히 손에 들어와야 할 권력이 날아갔을 때 나약하게 구는 걸 보면서 '얘도 애구나' 싶었죠. 하코트와 진실한 사랑을 하느라 모든 걸 잃었잖아요. 대본에는 분량이 적지만 하코트와 관계가 좀 강하게 오면 더 가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해준)

"토미는 너무 비범해요.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인물이죠. 작품 속에선 우리의 경험보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비범한 선택을 하곤해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던져주죠.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해야 할까'가 늘 시작점이 돼요. '왜 이렇게까지 하지?' 생각하고 만들다보면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죠. 저한테 그렇게 하라면 못하겠지만요. 가진 걸 다 포기하고 신념을 좇아갔지만, 토미는 후회 안했을 거예요. 엷은 미소를 띠었을지도 모르죠. 저랑 너무 달라요.(웃음) 신념에 찬 어린 아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저드는 인물들마다 대하는 게 굉장히 다른데, 어미 처리나 톤을 초연 때 많이 고민했고 좀 더 체화됐어요. 단순히 잘해주기보다 더 힘을 빼는 친구들이 몇몇 있는 거예요. 그것도 가이에게와 워튼에게가 다르죠. 더 표현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들을 택할 수 있었어요."(문유강)

특히 극중 가이와 토미는 사상도 정반대지만 삶의 태도도 극과 극이다. 좌파 사상에 심취한 토미는 보수적이고 원칙주의자인 반면, 가이는 매사에 유연한 듯 하지만 눈 앞의 출세가 좌절되자 완전히 무너진다. 한 사람의 정치적 신념과 삶의 태도가 배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순이 가득한 인간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 '어나더 컨트리' 공연 사진 [사진=PAGE1] 2020.06.30 jyyang@newspim.com

"배경은 다르지만 캐릭터들을 대입해보면 누구나 '나도 저런 면이 있지 않을까' 할 수 있어요. 손가락질을 하다가도 다들 가끔은 그러실 걸요? 수긍할 필요가 있죠. 어느정도 그 모순들에 공감해요. 가이처럼, 또는 토미처럼 군 적이 있을테지만 당장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맞춰가는 편이죠. 그게 결국 우리들인 것 같아요. 멘지스는 정말 얄밉기는 하죠. 뱀같아요. 하하. 그 친구들이 일부러 그렇게 연기를 해요. 멘지스는 모든 신에서 묘하게 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더라고요. 한창 연기하다 보면 '쟤가 저기서 저러고 있네?' 하고 놀라기도 하죠. 워튼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억압을 대물림할 수도, 혹은 제 2의 토미같은 친구가 될 수도 있죠."(이해준)

"모두 모순을 가졌다는 게 우리 작품의 핵심인 것 같아요. 모두가 갖고 있는 빈틈들, 안보여주고 싶어할 만한 그런 면이 매력으로 스며들 수 있는 기회들이 있죠. 그 모순들이 잘 배치돼있고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져요. 모두가 다양한 면을 갖고 있죠. 사람이 한 페이지일 순 없으니까요. 저도 그렇고요. 워튼이 불쌍하지는 않아요. 연민을 느낀다는 점에선 모두에게 그럴 여지가 있죠. 파울러도 불쌍해요. 하하. 이게 뭔데 그 안에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해가며 밀어내고 싸우는지. 그게 멀리서 보면 다 연민이 들죠."(문유강)

'어나더 컨트리'는 유난히 텍스트가 방대하고 뜻밖에도 무거운 내용을 다루기에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두 배우 역시 "하는 건 취향인데 볼 때는 모르겠다"면서 호불호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그 덕분에 도드라지는 말맛, 템포감으로 조절하는 캐릭터성 등이 이 연극만의 묘미가 될 법하다.

"텍스트가 방대하다보니 지루하게 들리지 않게 템포에 신경쓴 부분이 분명히 있죠. 단어나, 문장들이 술술술 쉽게 나오는 대사들은 아니에요. 연습 때 런을 돌면서 각자 인물들의 템포감을 살리려 했어요. 제가 빠르면 누가 진정시켜주고, 좀 더 인물간의 권력관계나 캐릭터가 느껴지게끔요. 억양이나 대사 톤 자체보다는 캐릭터와 관계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져갔죠." (이해준)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PAGE1] 2020.07.31 jyyang@newspim.com

"텍스트는 방대하지만 서사가 강한 작품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강력한 캐릭터성이 볼 거리죠. 우리 작품의 매력을 묻는다면 캐릭터성이라고 단호히, 깔끔히 말할 수 있어요. 토미 대사에선 친구들과 논쟁에서 저드가 취할 수 있는 무기가 뭘까 생각했어요. 그럼 빠르고 정확하게, 성격이 드러날 수 있게 하려 했죠. 일일이 대사로 풀어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가이와 대화 속에서 여러 방식을 취했어요. 어려운 말 속의 목적성이 뭔지 명확히 해야했어요. 굴복시킬 때, 진정시킬 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매번 바꿨죠."(문유강)

'토미는 왜 사열을 하지 않냐' '크리켓 장면은 막상 왜 안나오냐'는 시시콜콜한 것들을 묻자, 두 사람은 그런 질문은 처음 듣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답하는 그들은 이미 한발짝, 가이와 토미의 세상에 다가와 있었다. "남은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두 사람은 이제 차기작을 정해두고, '어나더 컨트리'를 잘 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아마 크리켓 경기를 무대에 구현하긴 어려웠겠죠? 실제로 하면 더 멍청하게 못할 수 있었는데. 하하. 상류층이 즐겨하는 스포츠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 같아요. 귀족 문화, 의미없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들이죠. 여럿이 함께 작품을 하니까 정말 좋아요. 무대에서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이 10명이나 되니 든든하죠. 남은 기간 이 대본 안에서 충분히 발전시킨 상태로 잘 끝내고 싶어요. 좋은 연극이죠. 시원하게 욕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되셨음 해요. 나도 가이처럼, 토미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면 더 재밌겠죠. 차기작은 '블랙메리포핀스'의 헤르만 역인데 어려운 시기에 일이 온 게 감사해요. 꼭 해보고 싶었던 역이었죠. 누구와 비슷하단 말 듣지 않게 저만의 헤르만을 표현해보고 싶어요."(이해준)

"토미가 느닷없이 사열에서 빠진 건 아니겠죠. 본분은 지키는 친구니까 체벌도 애매하고요. 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물꼬를 터왔던 게 아닐까요. 파울러도 건들지 못하게 하는 뭔가를 쌓아온 시간이 있었겠죠. 극중 인물들마다 달라서 재밌고 흥미로워요. 후회없이 보낼 수 있게 잘 해보려고요. 드라마 OCN '미씽'에서 전당포 주인 역을 하는데 30대 남자예요. 일단 처음으로 한국 이름의 역할이고.(웃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평생 연기를 하겠다고 선택했고 속도는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는 기회들, 주어지는 것들 열심히 해야죠. 왜 연기하는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가고 싶어요."(문유강)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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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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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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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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