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일 이재용 등 삼성 수뇌부 구속영장 전격 청구
"규정상 수사나 영장심사는 심의위 소집 요청과 무관"
삼성 "수사 협조에도 피의자 정당한 권리 무력화"
[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수사 적법성을 판단해달라는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직후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실상 '맞불'을 놨다. 삼성과 검찰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수사나 구속영장심사가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은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며 이 부회장 등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부회장(삼성 옛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사장(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등은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불법 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은 이에 곧바로 반발했다.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 수뇌부 3명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 왔고 사실상 수사가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했다"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달라고 지난 2일 검찰에 요청했다. 지난 2일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에 자신들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가 정당한지 여부 등을 판단해 달라고 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전날 공개된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대검찰청에 설치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한 적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검찰개혁 일환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됐다. 150~250명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다.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우선 신청서가 접수된 검찰청 시민위에서 결정한다. 시민위가 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 결과를 받아들여 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과는 별개로 수사 진행의 일환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진 만큼 향후 수사심의위 소집에 따른 결과를 이 부회장 등의 최종 처분에 반영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와는 별개로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부의심의위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청된 수사심의위 소집 내용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없고 구속 여부는 법원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방어권 등 피의자 권리는 구속심사 절차에서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규정상 수사나 영장심사는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수사심의위 부의 결정이 있을 경우 기소 여부 등 최종 처분에는 수사심의위 결과를 감안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도 이 부회장 측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과 관계없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있었던 만큼 구속 심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들어오면 법원은 심문기일을 열어 심문을 해야 한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은 법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3년 만에 구속 심사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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