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지상파 드라마들이 시청률의 늪에 빠졌다. SBS만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전략 편성한 금토극과 월화극의 희비가 엇갈린다. 김은숙 작가의 '더 킹: 영원의 군주'보다 '굿 캐스팅'에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가 뭘까.
자타공인 흥행보증수표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이 SBS에서 매주 금, 토요일에 방영 중이다. 앞서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최근작도 줄줄이 흥행작 반열에 올려놓은 김 작가지만, 이번 작품은 신통치 않다. 20-30%를 훌쩍 넘던 시청률이 '더 킹'에서 반토막났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월화드라마 '굿 캐스팅'의 시청률이 '더 킹'을 넘어서면서 그 이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더 킹: 영원의 군주] 2020.05.15 jyyang@newspim.com |
◆ '흥행불패' 김은숙 작가의 굴욕?…허술한 설정부터 논란·경쟁작까지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과거 함께 영광을 누렸던 이민호, 김고은이 주연으로 합류한 '더 킹'은 편성 당시부터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SBS에서도 금토드라마로 편성하며 대작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 시간대는 지난해 신설된 이후 SBS가 계속해서 중량감 있는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편성하면서 흥행 시간대로 굳히기를 해왔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진 '더 킹'이 실패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보였다.
8회까지 방영된 '더 킹'은 첫 방송 당시 1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현재는 8%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이 최고 18.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0%에 육박했던 '도깨비'를 비롯해 2016년작 '태양의 후예'는 38%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아직까지 반등의 기회는 남아있지만, SBS 입장에서도 그간 편성했던 금토드라마 가운데 그리 높은 성적이 못된다.
시청자들 사이에 '더 킹'에 아쉬운 점은 첫방 이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황실을 오가는 평행세계라는 판타지 설정이 여전히 낯설다는 반응이 꾸준하다. 판타지 설정 자체는 '도깨비'에서도 있었지만, 각 세계의 이야기와 인물들의 관계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으면서 초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극중 대한제국 황제인 이곤(이민호)의 얼토당토않은 대사나,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의 정치인으로서 태도 등이 대표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사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더 킹: 영원의 군주] 2020.05.15 jyyang@newspim.com |
몇 가지 논란도 더해졌다. 첫방송부터 구서령이 여성 총리로 등장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과도하게 여성성을 이용하고 이런 장면이 시대착오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지적을 받으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더 킹'에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간대에 JTBC '부부의 세계', tvN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가 '더 킹'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굴욕에 처했다. '부부의 세계'는 심지어 24.4%까지 시청률이 오르며 종편 드라마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 뜻밖의 선전, 꾸준한 반응…관록의 배우들 뭉친 '굿 캐스팅'
현재 SBS에서는 힘을 준(?) 금토드라마보다 월화드라마의 성적이 높다. 최강희, 이상엽, 유인영, 김지영 등이 출연하는 '굿 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12%가 넘는 시청률로 쾌조의 출발을 했다. 탄탄한 연기 경력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정원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요원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유머 코드들을 녹여냈다.
첫 방송 당시 12%대에서 현재 9%의 시청률로 10%대를 오가고 있지만, 이 드라마를 향한 고정팬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최강희와 김지영, 유인영으로 이어지는 관록의 여배우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동시에 허술한 남성 요원들을 제치고 여성 요원들이 활약한다는 설정이 '여성 서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평가다. 항간에서는 남성 요원들을 지나치게 무능하게 그린다는 불평도 있지만, 이상엽, 이준영, 이종혁 역시 이 드라마에서 의외의 매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홈페이지] 2020.05.15 jyyang@newspim.com |
현재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가 거의 없다는 것도 '굿 캐스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MBC에서는 월화극을 방영하고 있지 않은 덕에 KBS2의 '본 어게인'과 전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애석하게도 '본 어게인'이 2%대 시청률로 고전하면서 '굿 캐스팅'이 월화극 시장에서 초반부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방송 관계자들은 액션과 드라마, 코믹한 요소를 버무린 '복합 장르 드라마'라는 점과 주요 드라마 시청자인 여성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을 주요 성공 비결로 꼽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굿 캐스팅'은 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만나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어 좋은 반응이 나오는 듯 하다"라고 비결을 분석했다.
'더 킹'에 출연 중인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더 킹'이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과도한 설정은 없는 것 같다. 여성 캐릭터나 대사 수위도 비슷한 것 같은데 시대가 조금씩 변하는 느낌은 든다. 드라마의 주요 타깃은 여성들이다. 보기에 불편한 장면이 안나오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