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용어는 '근로자'…표기원칙 기준은 따로 없어
고용노동부 약칭도 고용부냐 노동부냐 '설왕설래'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현 정부가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근로자'와 '노동자' 사이의 표기 방식에 있어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들지 못한 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대다수 부처 실무자들은 법적 용어인 '근로자'가 맞다고 하면서도 실제 보도자료에는 '노동자'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어떤 용어가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지, 실제로는 왜 다르게 혼용하고 있는지 <뉴스핌>이 팩트체크 해봤다.
우선 근로기준법 상 정확한 용어를 살펴봤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 의하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표기해 놨다. 법적인 용어는 근로자가 맞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동향 등 각종 통계나 대부분의 정책 용어도 근로자로 표기돼 있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 전경 2019.11.29 jsh@newspim.com |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문의해보니 부처 내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 정부 들어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노동자'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 기조가 지금껏 이어져 왔다는 것. 법적 개념보다는 사회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때문에 법적 용어는 있지만 사실상 명확한 표기 기준이 없다보니 근로자와 노동자를 서로 혼재해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고용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자료에서는 "정부가 16일부터 코로나19로 일감이 끊겨 생계 어려움을 겪는 건설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근로자 긴급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을 시행한다"는 문구가 있다. 사업명은 건설근로자 긴급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으로 표기돼 있지만, 해당 사업은 건설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또 다른 자료에는 "근로자가요제는 노동자로서 고된 노동 현장에서의 겪는 애환과 삶을 노래로 표현하는 경연으로, 1985년부터 36년 동안 근로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표기해 놨다. 가요제 명은 근로자가요제지만, 경연 자체의 목적은 노동자 삶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한다고 설명돼 있다.
정부가 이 둘의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다보니 주변에서 근로자로 표기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노동자로 표현하는게 옳은 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럴 때마다 원칙을 설명하되 편하게 부르거나 쓰면 된다고 답한다. 일각에서는 근로자라는 용어가 사업주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거나, 일본식 표기라는 설도 있지만 근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근로자가 노동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돼 있다. '근로자'는 근로 즉 열심히 일해서 생긴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뜻하고 있고, '노동자'는 목적 즉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즉 노동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 근로자는 일해서 생긴 소득으로 생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와 별개로 고용노동부 약칭을 '고용부' 또는 '노동부'로 불러야 하는지를 두고도 부처 내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다. 노동존중 사회를 추구하는 현 정부에서 고용부보다는 노동부로 줄여 부르는 게 맞지 않냐는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몇 차례 혼선을 빚은 끝에 대부분의 실국과에서 노동부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식 약칭은 '고용부'가 맞다. 이에 대부분 보수언론들과 중도언론들은 고용부로 통일해 쓰고 있는 반면, 다수 진보언론들은 노동부로 표기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현 정부 초기 고용노동부 명칭을 노동부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3년이 흘렀지만 고용부보다는 노동부로 부르는 이들이 더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간판을 바꾸는데 시간과 돈이 쓸데없이 낭비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자칫 명칭을 바꿨더라면 '전시행정'이라고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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