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한유화·롯데케미칼 일제히 상승
"코로나19 따른 수요부진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산유국들의 증산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화학주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석유화학의 원재료 가격이 떨어져 업체들이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화학제품 수요 부진이 기업들의 수익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42달러(6.6%) 떨어진 배럴당 20.0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WTI는 장중 한때 9% 넘게 급락하며 배럴당 19.2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17달러(8.7%) 하락한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2002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 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오는 4월부터 증산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양측의 감산 협상 결렬로 기존 감산 합의가 종료되면서 산유국들이 감산 쿼터에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5월부터는 하루 원유 수출량을 1060만배럴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납산) 가격이 내려가 화학업계의 수익개선이 점쳐진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화학업체들의 경우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30일 나프타의 가격은 톤(t)당 199달러를 기록하며 200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00달러를 밑돌았다. 이에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의 수혜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0.66% 오른 3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유화는 6.99% 상승한 8만7300원에 마감했으며, 롯데케미칼은 6.33% 오른 19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졌던 과거와는 달리 유가하락의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은 미국의 셰일업체들에 대응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하면서 국제유가가 20달러선까지 빠졌던 2015~2016년과 비슷하다"며 "당시도 유가가 하락하면서 나프타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그때는 전 세계적으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을 상회하는 등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 화학제품 가격도 유가하락 대비 상대적으로 잘 버텨줬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았다"며 "현재는 코로나19로 화학제품 수요가 부진하면서 제품가격도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