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납부유예 끝나면 두배로 납부해야
보험료 면제·인하 아니면 체감효과 없어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영세사업장을 위해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조치를 발표했지만 업계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대부분 납부유예인데다가 감면 폭도 적어 사실상 3개월간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악화된 보험 재정수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상 초유의 경제불황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너무 소극적인 대처라는 평가다.
◆ 3개월 납부유예 후 6~8월 납부액 두배로 늘어
우선 정부 대책을 보면, 고용보험료를 3개월 납부유예한 뒤에는 3개월간 납부액을 다시 두배로 내야 한다. 3개월 뒤에 경기가 급반등하지 않고서야 지원대책으로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30일 3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4대보험료 납부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지난 30일 발표했다. 저소득층·3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총 7조5000억원의 보험료 납부유예, 9000억원의 감면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모두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19.12.11 alwaysame@newspim.com |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료는 하위 40%까지 3개월간 30%가 감면된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 중 희망자, 고용보험·산재보험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3개월간 납부기한이 연장되며 산재보험은 6개월간 30% 감면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부 보험료의 감면조치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3개월이라는 짧은 납부유예 기간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유예 기간 이후 2배 가까이 늘어난 보험료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설명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3~5월분의 보험료를 6~8월분에 합쳐서 내야한다. 즉 6월분의 납기일인 7월10일부터 3개월간은 고용보험료를 2배씩 내서 유예분을 메꿔야한다.
마찬가지로 산재보험은 6개월간 30% 감면이 이뤄졌지만 역시 납부기한 3개월 연장으로 6월분부터는 1.4배(70%+70%)의 산재보험료를 3개월간 내야한다.
서울 구로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제조업체들은 납품하면 3개월에서 길면 6개월까지 대금이 밀리는 일이 허다한데 지금은 받은 돈도 없는데다가 일거리도 없는 상황"이라며 "납부 유예라고 해봤자 결국 내가 낼돈인데, 3개월안에 또 보험료 부담에 시달릴게 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조각업체를 운영중인 B씨는 "몇 조씩 투입한다고 하는데 나한테 해당되는 것은 없더라"라며 "납부 부담을 일부라도 더 깎아주던지 유예 기간을 6개월 정도로만 늘렸어도 그나마 도움이 됐을텐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수십조 지원하면서 고작 납부유예…"보다 과감한 대책 필요"
정부가 긴급대책을 통해 100조원을 지원한다면서 고용보험료는 고작 '3개월 납부유예' 조치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위기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납부유예는 7조5000억원이지만 실질적인 감면은 9000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4대보험의 악화된 재정수지를 이유로 들지만 전문가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고용보험의 적립금은 5조9000억원, 산재보험은 19조5000억원이 남아있다.
사회보험료 부담완화 방안 총괄표[자료=기획재정부] 2020.03.30 204mkh@newspim.com |
특히 고용보험의 재정상황이 안좋다. 지난해 보험료 1년 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데다가 실업급여도 전년동기대비 40%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지난 2월에만 실업급여로 7800억원이 나갔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2조씩 흑자가 나는 산재보험은 감면조치가 이뤄졌지만 고용보험은 유예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단기적으로 가용자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납부유예 기간도 최소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납부유예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기간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보통 사회보험료 납부유예는 한시적으로 위기에 놓인 지역 기업·시민들에게 제공돼왔다.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이나 산업위기 특별지역으로 선포된 전북 군산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병희 순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활동 감소, 경제 불황은 기업들에게는 불가항력 같은 상태와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적어도 유예기간 만큼은 충분히 늘려서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본소득을 통해 구매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막상 산업 근간이 되는 기업들의 위기에는 너무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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