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비방전 주총 이후에도 이어질 우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학력위조의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사람" (조현아 3자연합 입장문)
"항공경영 1도 모르는 꼭두각시"(한진그룹 입장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벌인 설전이다. 이들은 현재 국내 재계 13위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극한의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경영권을 향한 간절함만큼, 이들의 입도 점점 더 독해졌다.
'썰전'의 시작은 이달 초에 불거진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이다. 지난 1월 31일 3자연합이 결성된 후 서로를 견제하던 양측 사이에 본격적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한 계기다.
3자연합은 리베이트 과정에서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며 도덕성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이에 한진그룹은 적극 반박하며 오히려 조 전 부사장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불꽃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허위공시' 논란과 함께 들불로 번졌다. 양측은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반박과 재반박을 쏟아냈고, 이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발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3자연합은 조 회장을 향해 "역시 학력위조의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어서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개인 신상에 대한 공격을 가했다. 한진그룹도 "권 회장의 제안은 협박에 가까웠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한진그룹은 최근 "항공경영 1도 모르는 강성부 KCGI 대표의 꼭두각시들"이라고 표현하며 3자연합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형국이다.
문제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27일)가 열리는 오늘, 이들 싸움의 종착역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양측은 모두 최근 한진칼 지분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주총 이후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이들의 긴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상대방에게 사용한 표현만 봐서는 양측 모두 '결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한진그룹은 3자연합의 경영진이 6개월도 못 가 파산할 것이라 했다. 3자연합도 조 회장 등 현 경영진 체제에서는 3년 내 회사가 망한다고 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항공기가 멈춰 서다시피하고, 매출은 곤두박질 친 정말 위기 끝에 선 대한항공이다.
이들의 말대로 결격의 경영진이 이끄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을 믿고 '국적기'에 몸을 실을 주체는 결국 국민이다.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더라도 소모적인 싸움은 멈추고, 튼튼한 기업을 설계해나가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한진그룹의 경영철학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이다.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의미이다. 국가에 보답하는 길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에 있다. 조 회장과 3자연합 모두 한진그룹 경영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