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방위 확산...글로벌 경제시스템 요동
시장·투자자 이성적 대응에 기반한 기본 전제 흔들려
애널리스트들 "공포의 극단, 지수 향방 예측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여기저기서 의견을 물어오지만 솔직히 지금은 어떤 예상도 의미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빠지는 차트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근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한 가운데 지수도 연일 폭락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지되는 형국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9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오후 1시45분 현재 전장 대비 116.13포인트(7.30%) 내린 1475.06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역사를 거스르는 코스피가 임진왜란(1592)을 거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1492)까지 도달했고, 다음 목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1446)라는 자조섞인 반응마저 나오는 중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현재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도 2000선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데믹(대유행) 선언,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의 확진자 폭증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에 휩쓸려 1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환율은 치솟았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국채 역시 공포심리를 이겨내지 못한 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혼란은 투자자 뿐 아니라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증권사 리서치 부서에도 충격을 안겼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저점을 살피던 담당자들은 기술적 반등조차 없이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자 지수 하단선 예측을 사실상 포기했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역사적 저점을 뚫고 내려왔지만 밸류에이션 콜(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에게 밸류에이션 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유하는 것)을 제시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며 "투자심리 최악을 치닫으며 패닉셀 현상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누구도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역시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하단은 시장과 투자자 모두 이성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시장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면 이러한 기본 전제들이 모두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에서는 증시 급락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저점 예측을 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리포트를 통해 제시한 저점이 하루만에 무너지거나,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지수 하단선이 투자자들의 비판에 직면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영업 일선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 또한 리서치센터의 과감한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창구 또는 유선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영업 직원들은 상품 추천시 자사 하우스 뷰(House view, 증권사가 중·단기적으로 제시하는 투자 전략)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 여파로 후선 부서인 리서치센터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 부장은 "예측하기 힘든 전염병 이슈에다 안전자산, 위험자산 가리지 않고 동반 하락하고 있어 우리도 난감하다"며 "투자자들은 물론 일선 부서, 거래 기업, 언론 등 전방위적으로 문의가 폭주하고 있으나, 당장 다음날 시장 예상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고, 국가별 확진자 추이도 천차만별인 만큼 투자심리 냉각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 상황의 정리는 결국 코로나19 확산 추세 감소 여부에 달렸다"며 "금융시장 뿐 아니라 전세계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